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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날]부산 어르신들의 내 두 번째 직업은 '탄소중립 강사'

등록 2023.10.02 07:05:00수정 2023.10.02 07: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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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한국주택금융공사, 세대이음 현장 프로젝트

탄소중립교육 시니어 강사 30명 양성

부산 내 어린이집·초등학교 대상 총 200회 출강 예정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25일 오전 부산 금정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박숙희(60대)씨와 이영희(70대)씨는 탄소중립 강사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3.09.25. mingya@newsis.com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25일 오전 부산 금정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박숙희(60대)씨와 이영희(70대)씨는 탄소중립 강사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3.09.25.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가르치는 일이 이제는 끝난 줄 알았는데…다시 아이들 앞에 설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수십 년간 몸담았던 교직 생활에서 은퇴한 박숙희(60대)씨와 이영희(70대)씨는 지난달 25일 부산 금정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다시 아이들과 마주했다.

이들이 찾은 두 번째 직업은 '탄소중립 강사'다. 노인 일자리 정보를 제공해 주는 시니어클럽에 올라온 강사 모집 공고문을 보고 자신의 일임을 한눈에 알아봤다는 박씨는 기쁜 마음으로 신청서를 냈다.

다시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4일간 총 27시간이 걸려 받는 강사 양성 교육도 이들은 전혀 힘든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힘들기는커녕 오히려 교육을 들으면서 느낀 바가 정말 많다"며 "환경 문제를 볼 때마다 줄곧 남 탓만 했었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수업을 통해서 분리수거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요즘은 자동차도 많이 안 타고 다닌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날 탄소중립 강사로 첫 수업에 나선 이들은 설레는 마음과 함께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수업 시작 시간을 기다렸다.

첫 수업으로 인연을 맺을 아이들은 6~7세 아이들 20여명. 손자·손녀뻘인 아이들의 뒷모습만 바라봐도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수업 시작인 오전 10시 40분. 이들이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자 아이들도 수줍은 얼굴로 맞이했다.

북극곰 인형을 들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 박씨는 자연스레 북극곰의 집인 얼음이 녹고 있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은근슬쩍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들도 어느새 이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눈을 반짝였다.

이들은 얼음이 녹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을 이야기하며 탄소 중립의 중요성을 알렸다.

물 절약, 대중교통 이용 등의 생활 습관을 담은 노래 영상을 틀자 아이들은 하나둘 노래를 따라 불렀고, '탄소 중립 교육'을 계기로 아이와 어른은 모두 일심동체가 됐다.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25일 오전 부산 금정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이영희(70대)씨는 탄소중립 강사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3.09.25. mingya@newsis.com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25일 오전 부산 금정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이영희(70대)씨는 탄소중립 강사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3.09.25. [email protected]


박씨는 "이번 교육에서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줘서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다"며 "다음 교육에서도 아이들과 '탄소 중립'에 대해 교감할 수 있도록 수업을 보완할 예정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강사들과 아이들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 세대이음 매니저 양운정(20대)씨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된 탄소 중립이라는 이슈를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뜻깊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난 4월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체결한 '세대공감 고령친화 행복도시 조성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세대이음 탄소중립 ESG 현장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교육 강사 부족 현상에 대응하면서도 지역 장노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시행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총 30명의 탄소중립 시니어 강사가 양성됐다.

시니어 강사들은 탄소 중립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부산지역 관내 국공립, 사립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다니며 약 200회의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인의 날(2일)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1997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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