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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롱TV 김영롱 "유튜브 시작 후 치매 할머니 우울감 줄어"[일문일답]

등록 2024.02.23 07:00:00수정 2024.02.23 09: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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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진단후 "당연히 같이 지내는 걸로 생각"

"'영롱이는 내 눈' 말씀하셨을 때 잊지 못해"

어르신 간병 단점은 '온전하지 않은 24시간'

"내 밝음의 비결? 매일 할머니와 나누는 감정"

간병 5년차 모녀의 '치매 대응 매뉴얼'도 탄생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진정으로 알게 돼"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유튜브 채널 롱롱TV 운영자 김영롱이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 인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2.23.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유튜브 채널 롱롱TV 운영자 김영롱이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 인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2.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아름 리포터 ="선택지는 없었다. 우리는 항상 할머니랑 같이 살았기 때문에 할머니가 치매여도, 치매인 채로 같이 지내는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달 6일 뉴시스가 만난 김영롱(36)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집에서 모시게 된 계기에 대해 당연하다는 듯 답변했다.

김영롱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간병 초반에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기 전과 후의 일상 변화는 분명했다. 그는 "내 시간을 굉장히 많이 양보 해야 한다. 집에 할머니를 혼자 둘 수 없다. 24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이자 적응하기에 어려웠던 점"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치매 어르신의 기저귀 실수로 인해 잦은 청소와 많은 빨래양도 힘든 점이다. 한 번은 할머니가 새벽에 가스 불을 켰는데 일촉즉발의 상황을 겪어서 잠귀가 밝아진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힘든 점들은 많다. 그건 다 지나가면 그만이다. 다 적응됐다. 이제는 오히려 할머니 증상들이 힘든 게 아니라 할머니랑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은 걸 느낄 때가 진짜로 힘들다. 언젠가 웃으면서 넘기게 된다"고 미소 지었다.

밝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에 관한 질문에는 "내 밝음의 비결은 집에서 할머니랑 감정을 나누고, 안아드리고 지내는 것이다. 힘든 점도 많지만 성장할 점이 많다"라고 답했다.

치매는 사람에 따라 발현되는 증상과 대처법이 다른 질병이다. 5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모녀만의 돌봄 매뉴얼도 만들어졌다.

모녀만의 돌봄 매뉴얼에 관해 묻는 말에 그는 "할머니한테 지금 기저귀 갈자고 하면 안 하신다. 이거는 집마다 다를 텐데, '할머니 지금 약간 냄새 나는 것 같은데. 이거 갈아야겠는데'라고 하면 가신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냄새나는 걸 싫어하는 거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외에도 식사나 병원을 거부할 때는 어르신이 좋아하는 음식인 곶감이나 칼국수로 유혹하는 대응법도 있다고 한다.

간병의 의미에 대해 묻는 말에 그는 "지금에야 누군가를 진짜 사랑하는 거라는 것을 느낀다. 그런 걸 느끼면서 내가 따뜻한 사람이 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슬픔도 지나가고 웃고 넘기면서 강해진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유튜브 채널 롱롱TV 운영자 김영롱이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 인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2.23.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유튜브 채널 롱롱TV 운영자 김영롱이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 인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2.23. [email protected]


다음은 김영롱과의 일문일답

-롱롱TV는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고 어떤 목표를 둔 채널인가.

"롱롱TV는 94세 치매 할머니와 저 그리고 어머니랑 꽁냥꽁냥 생활하는 일상을 담은 채널이다. 치매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시선을 다들 갖고 있다. 치매에 걸려도 이렇게 웃으면서 가족들이 잘 지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요즘 돌봄 관련 고민이 있나.

"항상 있다. 유튜브 초창기보다 우울감은 훨씬 덜해지셨다. 연세가 있으셔서 체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어느 순간 갑자기 빨라지는 순간이 있더라. 나와 엄마가 노력해도 할머니의 체력이 갑자기 떨어진 걸 느낄 때 어렵고 힘들다."

"예상치 못한 치매 증상이 나왔을 때 새 증상에 적응하는 과정이 힘들게 느껴진다. 섬망 증상도 처음 나타났을 때 너무 당황했다. 엄마와 내가 그 방법을 찾기까지 너무 지치는 상태가 됐었다"

-할머님께 감동받은 순간이 있나.

"되게 많은데 원탑은 '영롱이는 내 눈이야'라고 말씀하셨을 때였는데, 말로 표현 못한 그런 감정을 느꼈다"

-왜 할머님이 영롱님을 ‘눈’이라고 표현하셨나.

"댓글들을 읽어드렸다. 할머니가 되게 좋아하시더라. '할머니 예뻐요,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이런 댓글들을 쭉 보여드렸다. 마지막에 할머니가 '영롱이는 내 눈이야. 모든 걸 가르쳐주고 알려주는 내 눈' 이렇게 표현하시더라. 그때 받은 감동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거다"

-지금 하는 '간병' 콘텐츠 외에 향후 목표나 욕심이 있나.

"지금으로서는 할머니 최대한 돌아가시기 전까지 재밌는 걸 많이 해보는 게 소원이다. 내가 너무 늦게 알았다. (할머니에게) 더 배우고 싶은 요리도 있고, 할머니가 말하는 게 너무 재밌다. 나도 항상 촬영하면서 놀란다. 많은 분이 댓글로 '할머니 치매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말씀을 잘하시냐'고 하시는데 나도 똑같이 느낀다"

"그래서 (이 상황을) 좀 더 느껴보고 싶은 게 내 바람이다. 그리고 일적으로 목표가 있다면 언젠가 우리 가족에 관한 이야기와 치매 인식을 엮어서 책을 내고 싶다. 얼마 전에 출판사에서 제의받아 계약을 논의했다. 책 출간은 11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거는 한 발짝 다가가게 된 것 같다"

-치매 어르신 돌봄 가족에게 추천하는 책이나 활동이 있다면.

"일단 활동은 '나 뭐 해야 해' 하고서 그림이나 글을 그리고 쓰는 건 만인의 노인에게 좋게 작용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할머니, 할아버지 평소 좋아하시는 걸 (추천한다). 평소 화투 좋아하셨으면 화투 같이 쳐 드리고, 얘기하는 거 좋아하셨으면 얘기 나눠드리는 게 좋게 작용할 것 같다"

"그림 그리기, 글씨 쓰기 등 꾸준히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도 우울감으로 연결된다. 책은 웬디 미첼의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추천한다."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가족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정말 힘든 순간이 많겠지만, 치매라서 예쁜 모습을 보려고 노력해 보는 게 어떨까? 예를 들면 방금 좋아하셨던 걸 까먹고, 또 좋아하시고 그런 어린아이 같은 모습들에 집중하다 보면 증상으로 인해 받았던 스트레스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더라"

"나는 분명히 어르신의 예쁜 모습을 자꾸 봐주고, 안아주고, 표현하는 것들이 어르신은 물론 보호자들의 심리 상태에도 좋게 작용할 거라 믿는다. 그런 식으로 한 번 표현 더 많이 해보고, 안아보는 건 어떨까 싶다. 마지막으로 응원한다"

"(누군가를 간병한다는 것은) 혼자서는 너무 힘들다. 아마 (우리도) 혼자였다면 많이 망가졌을 거다. 요양보호사분들 (고용)이라든지 이런 사회 제도를 적극 활용하셔서 본인도 돌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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