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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탬e'로 지방보조금 투명·효율 관리? 이용자 불편에 불만 폭주

등록 2024.05.05 07:00:00수정 2024.05.05 07: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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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보조금 관리 전자화·자동화 '보탬e' 도입

디지털취약계층 비롯한 이용자 불편 호소

"보탬e가 업무보탬·일보탬 이름값" 비아냥도

행안부 "개선 노력 중…일부 사용 유예 조치"

지방보조금 관리시스템 보탬e 홈페이지. (사진=보탬e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지방보조금 관리시스템 보탬e 홈페이지. (사진=보탬e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지방보조금을 편리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지방보조금 관리시스템 '보탬e(보탬이)'가 미흡한 시스템과 복잡한 절차로 이용자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5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올해 1월 수작업으로 처리되던 지방보조금 관리 업무를 전자화·자동화한 '보탬e 시스템'을 전면 개통했다. 2022년 중앙정부 예산 편성과 사업계획에 활용해 왔고, 지난해 시·도를 대상으로 개통한 뒤 점차 범위를 넓혔다.

보탬e를 활용하면 지방보조사업을 수행하는 개인·단체·법인은 지자체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사업 신청·확인과 정산 보고를 할 수 있고, 전자계산서와 카드내역 등 집행 증빙자료를 일일이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 지방보조사업에 대한 계획부터 사후관리까지 업무처리 전 과정을 정보화하고, 온라인으로 모아 한 곳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투명성과 편리성을 위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추진된 시스템이 '디지털 취약계층'을 비롯한 이용자들에게 불편으로 다가오고 있다.

먼저 지방보조금 절차 전반을 '보탬e' 시스템으로 수행하다 보니 새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급기야 도내 한 작은도서관에서는 12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해당 작은도서관 관장은 "올 초 갑자기 보탬e를 써야 한다고 공고가 왔는데, 이 시스템을 사용한 뒤 일이 몇 배로 늘었다. 안 그래도 할 일도 많고, 일손도 없는 보탬e까지 더하니까 그 많은 보고서를 감당해야해 엄두가 안 났다"고 말했다.

기관 공동인증서가 아니라 대표 개인의 것을 사용해야 하는 부분도 문제제기됐다. 그는 "공무원도 아니고, 작은도서관 관장으로서 봉사하는 일을 하는 건데 개인정보까지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안 갔다. 결국 작은도서관을 보조금 없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민제안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보조금을 받는 도내 한 보조사업자는 "사전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등록절차가 돼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텐데 아직 등록절차도 못 한 사람들이 많아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익숙해지면 편할지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 발생하는 문제점 해결 방안이 나와야 할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또 "올해 처음 하는 사업이라 그런지 가입부터 시작해서 절차가 꽤 복잡하다. 간신히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낯선 시스템인데 설명도 부족해서 어려움이 많다. 어르신들은 더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지방보조금 업무 사용자메뉴얼(사진=보탬e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지방보조금 업무 사용자메뉴얼(사진=보탬e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용자 불편이 이어지면서 일선 시·군에서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한 시·군 관계자는 "보탬e 교육용 유튜브 영상이 보조사업자용과 공무원용으로 나뉘는데 민원인 문의가 너무 많아서 공무원용보다 보조사업자용 영상을 더 많이 봤다. 회원가입을 할 줄 몰라서 물어보는 곳도 있고, 그렇다 보니 일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미흡한 전산 시스템도 문제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보조금을 주기 위한 계좌번호를 시스템에 올리면 바로 관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많은 계좌번호를 사람이 숫자 하나하나 입력해야 한다. 스크롤이 안 돼서 복사도 안 되는데, 숫자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되니까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사업이 자잘하게 쪼개져 있어 기존 시스템에서는 한 번에 될 일처리가 보탬e로는 같은 단계를 따로 해야해서 100여 개 기관을 일일이 해야한다. 또 파일을 올릴 때 용량이 작은지 용량초과로 pdf 파일을 못 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산 관련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보탬e시스템에 대한 불평글이 줄을 잇고 있다.

"올해만이라도 유예 안 되나", "보조사업자들이 보조금 안 주려고 작정했다고 담당자만 죽이려 한다", "공무원 일만 늘었다" 등 하소연뿐 아니라 "보탬e는 우리나라 생산성을 떨어뜨리려는 간첩이 만든 프로그램이 틀림 없다", "보탬e가 업무보탬, 일 보탬, 스트레스 보탬 이름값 한다" 등 비아냥거리는 말도 이어졌다.

보탬e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활용하기에 어렵고 불편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나름대로 유튜브 채널도 개설하고, 2년 넘게 순회교육도 했지만 법 시행 전 촉박한 시간에 개통돼 부족한 부분이 많아 개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또 "특히 디지털 취약계층인 고령층에서 활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지하고, 별도의 편의성 프로그램 개발 전까지 일부 보조사업자에게는 사용을 유예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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