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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항재개발, 특급호텔→생활숙박시설 변경…감사원 "특혜 있었다"

등록 2024.05.02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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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위법 27건 확인…부산항만公 대거 문책요구

해수부 '항만 하역능력' 부실 산정에 예산 낭비 초래

태풍피해 복구공사 연관없는 공사 설계에 끼워넣기

【부산=뉴시스】 부산항 북항 재개발 지역 모습. (사진= 뉴시스 DB)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부산항 북항 재개발 지역 모습. (사진=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부산항 북항 재개발 민간사업자들이 사업계획서와 달리 생활숙박시설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건설할 수 있도록 부산항만공사(BPA) 측이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감사원 감사에서 사실로 규명됐다.

해양수산부는 항만 개발계획의 근거가 되는 항만 하역능력을 부실하게 산정해왔고, 부산항건설사무소는 태풍 피해복구 공사를 별도 발주 없이 부산항 배후단지 진입도로 공사의 설계에 멋대로 끼워넣고 건설업 무등록자의 시공을 방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2일 이같은 내용의 항만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 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BPA 엉터리 건축심의·명의변경…장·차관 보고 '눈 감고 아웅'

부산항 북항 재개발은 신항 건설로 항만기능이 쇠퇴한 북항을 시민에게 되돌려준다는 취지로 2008년 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항만재개발 사업이다.

해수부는 지난 2007년부터 사업시행자인 BPA를 하여금 2조4000억원 규모의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을 추진하면서 준공 전 전체 사업지 19개 블록 중 8개 블록을 조기 매각하기로 했다. 2012~2018년 사이 평가손실이 2723억여원으로 추정되는데도 사업부지의 조기 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BPA는 재개발 사업 목적에 맞게 부지별 도입시설 용도를 반영한 사업계획 및 토지공급계획을 수립해 항만위원회의 의결을 거쳤다. 이후 제안서 평가를 거쳐 B2·3·4 블록은 언론사 신사옥을, D2·3 블록은 숙박시설을 제안한 사업자를 매수자로 각각 선정하고 토지매매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해수부는 매수자가 당초 제안한 시설을 짓도록 매수자가 제안한 용도에 맞게 해당 부지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지 않았다.

특히 해수부는 2020년 3월 D3 블록 부지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부산시로부터 지구단위계획 변경 요청을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BPA는 D3 블록 토지매수자가 C브랜드의 특급호텔을 짓기로 한 사업계획서와 다르게 생활숙박시설로 건축심의를 신청한 것을 부산시로부터 통보받고도 계약 해제와 같은 조치 없이 '이견없음'으로 부당 처리했다. 또 일반인에게 분양 시 사실상 개별 주거용도로 변질돼 사업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명의변경도 승인해줬다.

더욱이 D3 블록 토지매수자가 사업계획서 상의 공공기여 제안사업 6개 중 5개를 삭제·축소하겠다고 협의 요청해온 것도 멋대로 승인했다. 이는 100억원 상당에 이른다.

이후 BPA는 생활숙박시설 건축허가 논란이 일자 해수부의 계약해제 법률검토와 국회의 자료 요구에 대하여 사업계획을 확인하지 않은 채 처음부터 생활숙박시설이었다고 사실과 다르게 대응했다. 당시 해수부 관련자는 사업계획서대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BPA 담당자의 말만 믿고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할 수 없다는 내용의 메모 보고를 장·차관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D1·2 및 B2·3·4 블록의 승인 과정도 허투루 진행됐다.

BPA는 사업계획서와 다르게 D1 블록의 건축심의를 신청한 것에 대해 '의견없음'으로 부당 회신했고 오히려 생활숙박시설 모델하우스 부지로 사용하도록 D2블록 일부를 임대해주기까지 했다. 2016년 8월에는 생활숙박시설 신축을 승낙해줬다.

D2 블록에 대해서는 교통영향평가 협의과정에서 부산시에 '건축 계획이 사업계획과 상이하나 변경이 가능'한 것처럼 모호하게 회신했다. 이후 부산시로부터 교통영향평가 통과 공문을 받고도 계약 해제를 하지 않았다.
 
BPA는 B2·4 블록에 대해 당초 매수자가 제안한 기간 내에 건축계획조차 제출하지 않는데도 이행을 독촉하거나 계약해제 조치 없이 방치했다. B3 블록의 프로젝트금융투자(PFV) 전매요청 검토 시에는 첨부서류에 명확하게 '오피스텔 건축·분양' 문구가 있었는데도 확인 없이 승인해줬다.

감사원은 D2·3 및 B3 블록의 토지매수인에 대한 토지매매계약 이행 관리와 건축 인허가 협의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거나 태만히 한 BPA 관련자 1명을 해임하고 1명을 파면하도록 했다. 다른 3명에는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2명에게는 주의 촉구를 하도록 했다.

또 BPA에 공사 중인 D3 블록에 대해 토지매수자가 당초 제안한 사업계획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아직 착공하지 않은 B3 블록에 대해서는 당초 제안한 사업계획서의 용도대로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정한 방안을 세울 것을 통보했다.

해수부에는 B2·4 및 D·2블록에 대해 토지매수자가 제안한 사업계획서의 용도대로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될 수 있도록 부산시와 협의해 적정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해 10월 토지매매 계약 이행관리 업무를 부당하게 수행한 관련자에 대해 수사 요청을 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 토지 이용 계획도. (출처= 감사원 제공)

[서울=뉴시스]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 토지 이용 계획도. (출처= 감사원 제공)


◇감사원 "7천억원대 항만 과다 개발 확인"

해수부는 10년 단위의 항만기본계획 수립에 필요한 하역능력을 산정하면서 연구용역을 수행한 A대학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고받고도 별도의 자료 확보를 위한 노력 없이 과거 자료를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다른 부두의 시뮬레이션 모델을 중복 사용하기도 했다.

게다가 시뮬레이션 입력 변수값을 임의 변경하고 모델 검증을 하지 않았다. 시뮬레이션이 아닌 비례계산으로 결괏값도 부당 산정했다.

감사원이 해양수산개발원과 함께 국제기준으로 항만능력을 재산정해본 결과, 제4차 전국항만기본계획 상의 부산·인천 항만 개발계획이 과다해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는 부산항 9개 컨부두 하역능력 1914만이 2074만TEU로 증가해 2선석이 과다했다. 인천항 4개 컨부두 하역능력 292만이 351만TEU로 늘어 1선석이 많았다. 이를 사업비로 따지면 각각 4938억원, 2077억원 수준이다.

감사원은 해수부에 항만 하역능력을 재산정해 항만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할 것을 권했다. 연구용역을 부당 수행한 A대학 산학협력단에 대해서는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라고 통보했다.

◇특허 없는 소파블럭 공법에 기술사용료까지 퍼줘

부산항건설사무소는 2014년 조도·오륙도 방파제 보강공사에 사용할 '소파블록 F'를 특정공법으로 설계하고 E사와 특허 사용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설계업체와 E사 간 친족관계란 의혹이 제기되고 소파블록 F가 특정공법 심의자료 상의 등록 특허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부산항건설사무소는 변리사회에 소파블록 F가 특정공법 심의자료 상의 등록 디자인이 등록 특허의 권리 범위에 속하는지에 대해서만 감정을 요청했을 뿐, 특정공법 재심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후 E사가 소파블록 F의 디자인 권리 보유를 주장하자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E사가 당초 설계대로 시공에 참여할 수밖에 없도록 디자인 사용협약을 맺어 소파블록 F의 특정공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

당시 조도·오륙도 방파제 보강공사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팀장 B씨로부터  ㈜E의 기술사용료 지급 유보 방안을 다시 작성할 것을 지시 받았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B씨의 후임인 C씨와 협의해 E사와 디자인 사용협약을 맺고 1억8000만원의 기술사용료를 지급하면서 26억원 상당의 시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특정공법 기술보유자가 시공 참여 시 기술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기획재정부 계약예규를 어긴 것이다.

감사원은 "객관적인 근거 없이 방파제 보강공사 공법을 특정공법으로 선정했으나 해당 공법이 특허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도 이를 유지하면서 지급하지 말아야 할 기술사용료까지 부당 지급해 추가적 이익을 누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A씨와 C씨의 경우 징계 시효가 끝났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재취업과 포상 등에 활용하도록 인사자료를 통보했다. 

◇발주 생략·설계 끼워넣기…부실 시공엔 '눈 감아주기'

해수부 소속 부산항건설사무소는 '부산항 신항 남컨 배후단지 진입도로 건설공사'를 시행하던 중 태풍 힌남노로 인해 '부산항 신항 준설토 투기장 2구역'의 피해복구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그런데 사무소 측은 태풍 피해복구 공사를 별도 발주하지 않은 채 아무런 관련이 없는 배후단지 진입도로 공사의 설계를 변경하는 식으로 공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사무소는 다른 공사현장(물양장) 감리원에게 복구공사를 시행하도록 지시하고, 설계변경 보고 없이 선시공을 부당 승인

더욱이 감리원이 건설업 무등록자인 지인을 시공자로 선정해 불법 시공하는데도 이를 그대로 방치했다.

감사원은 "별도 발주 대상인 태풍 피해복구 공사를 설계 변경으로 부당하게 포함·시행시켜 계약질서를 어지럽혔고 건설업 무등록자에 의해 부실하게 시공될 경우 피해 재발도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해수부에 관련자 1명을 경징계 이상 처분하고 2명에게는 주의를 촉구하도록 했다.

[서울=뉴시스] 해양수산부의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 조감도. (사진= 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해양수산부의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 조감도. (사진= 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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