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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황 유리한데 휴전해야 하나!” ‘30일 휴전안’ 공 넘겨받은 러시아와 푸틴의 고민

등록 2025.03.13 00:09:23수정 2025.03.13 05: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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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두긴 “러시아가 NO할 것을 알고 파놓는 호전파의 함정”

‘전쟁 승리와 트럼프와의 관계 사이의 긴장’

‘전술적 불리, 전략적으로는 유리한 휴전’ 가능한 지 고심

[제다=AP/뉴시스] 마이크 왈츠(왼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1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과 회담하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날 회담에서 러-우 전쟁 30일 휴전안에 전격 합의했다. 2025.03.13.

[제다=AP/뉴시스] 마이크 왈츠(왼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1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과 회담하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날 회담에서 러-우 전쟁 30일 휴전안에 전격 합의했다. 2025.03.13.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회담을 갖고 ‘30일간의 휴전’에 합의한 뒤 “이제 공은 러시아로 넘어갔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휴전안에 합의한 뒤 중단했던 군사 원조 및 정보 공유를 재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황이 유리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휴전안’ 합의 후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휴전안 합의 뒤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이 휴전에 동의하길 바란다. 그러면 75% 진전을 이룰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주 푸틴과 통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가 13일께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유럽 정상들도 11일 러우전쟁 30일 휴전안을 일제히 환영하며 러시아의 동의를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의 포괄적이고 정의로우며 지속적인 평화를 향한 한 걸음이 될 수 있는 긍정적인 진전”이라며 “공은 이제 러시아 코트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이 제안한 30일간의 휴전에 러시아가 동의하면 휴전이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제다 회담을 이끈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캐나다 퀘벡에서 열리는 G7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우리는 러시아의 반응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으며 모든 적대 행위를 종식시키는 것을 강력히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만약 그들의 대답이 아니오라면 그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고 그들의 의도가 분명해질 것”이라며 “공은 정말로 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반발

러시아 극우 이념가 알렉산더 두긴은 11일 X(옛 트위터)에 이번 휴전 합의안은 트럼프가 주장하는  강대국이 전세계를 영향력의 영역으로 나눈다는 세계관과 상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전에 대한 러시아의 대답이 ‘아니오’일 것을 알면서도 호전파들이 ‘공은 러시아 편’이라는 만트라(주문)를 반복한다”며 “그것은 전쟁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대한 또 다른 까다로운 함정이다”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은 지난해 7월 휴전이나 일시적 휴전을 배제하면서 “러시아는 갈등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종식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중립, 그리고 이미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양도 등을 전제로 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손실을 회복하고, 재정비하고, 재무장하기 위해 휴전이나 일시적 휴전, 또는 어떤 종류의 일시 정지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1월에도 우크라이나에서의 일시적 휴전이라는 아이디어를 단호히 거부했다.
 

러시아와 푸틴의 고민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30일 휴전안’ 대로라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현재 위치에서 1800마일(2880km) 이상의 전선이 일시적으로 동결될 예정인데 현재 전황은 러시아군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변수”라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2일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휴전안을 신중하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앞으로 며칠 안에 진행된 협상의 세부 사항과 합의에 도달한 이해관계를 러시아에 알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30일 휴전안’을 즉각 거부하지 않은 것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페트코프 대변인은 푸틴과 트럼프 사이의 또 다른 전화 통화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러시아가 휴전 제안을 더 광범위한 외교적 흐름의 일부로 보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NYT는 푸틴은 트럼프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외교 정책을 재조정하고 지난달 28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맹비난하는 등 지정학적 운명이 어지러울 정도로 역전되는 상황에서 휴전 제안이 나와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분석했다.

푸틴은 전황이 유리한 우크라이나에서의 승리에 대한 열망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희망 사이에 긴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의 정치 분석가 일리야 그라셴코프는 “푸틴이 전술적으로는 불리하지만 전략적으로는 유리한 휴전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자신이 평화주의자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랜드 코퍼레이션의 러시아 분석가 사무엘 샤랍은 “30일 휴전안을 러시아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에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전 폭스 뉴스 인물 앤드류 나폴리타노를 포함한 세 명의 미국 비디오 블로거에게 한 90분 분량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영어로 트럼프 행정부가 민주당의 정책을 벗어난 것을 칭찬하면서 트럼프가 제안한 정상적인 관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다만 휴전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대를 쿠르스크에서 몰아내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고민이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기습 침공으로 수백 평방마일의 영토를 점령한 러시아 국경 지역이다.

모스크바의 친크렘린 정치 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쿠르스크 지역이 대부분 러시아의 손에 돌아왔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의 일부를 통제하게 되는 휴전에 동의함으로써 체면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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