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지직~경건한 인트로"...LP공장, '바이닐팩토리' 13년만에 부활
【서울=뉴시스】왼쪽부터 백희성 엔지니어, 마장뮤직앤픽처스 하종욱 대표, 박종명 이사. 2017.06.01. (사진 = 마장뮤직앤픽처스 제공) [email protected]
국내 유일의 LP 제작 브랜드인 마장뮤직앤픽처스의 하종욱 대표는 1일 서울 중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LP 제작공장인 '바이닐팩토리'를 오늘 론칭했다"고 밝혔다.
국내 레코드공장은 2004년 11월 서라벌레코드 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로 전무한 상태로 있다가, 2011년 경기 김포에 '엘피팩토리'라는 이름의 공장이 다시 문을 열면서 기대를 모았다.
2013년 소개된 서울레코드페어 최초의 한정반들도 바로 이 공장에서 제작이 됐다. 하지만 품질 문제로 대다수가 리콜되면서 결국 신뢰를 얻지 못했고 2014년 문을 닫았다. 바이닐팩토리가 13년만의 LP 제작공장 부활을 강조하는 이유다.
흔히 'LP'로 통하는 바이닐은 LP와 7인치 싱글 등 턴테이블에서 재생되는 모든 종류의 레코드를 일컫는 단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으로 LP 붐이 불기 시작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LP 음반 판매량은 3200만 장으로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7년 전인 2008년의 500만 장과 비교하면 무려 600% 이상 성장한 셈이다.
세계 최대 팝 시장인 미국에서는 LP의 판매수익이 4억1600만 달러(약 4700억 원) 규모로, 광고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수익을 넘어섰다.
영국에서도 지난해 320만장을 판매, 전년 대비 53% 증가한 것으로 영국 음반산업협회(BPI)가 집계했는데, 이는 영국의 LP 판매량이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마장뮤직앤픽처스 박종명 이사는 국내의 경우 역시 영미권 음반산업 시장 규모 대비 비슷한 흐름을 띄고 있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바이닐 팩토리. 2017.06.01. (사진 = 마장뮤직앤픽처스 제공) [email protected]
조용필, 김광석 등 거장들의 음반뿐만 아니라 아이유, 빅뱅 등을 비롯한 아이돌 가수들의 이른바 '굿즈'라고 칭하는 한정판들이 매진 행렬을 잇고 있다.
지난해 국내 LP 판매량은 총 28만여 장으로 추산된다. 그해 음악 관련 산업의 규모는 1조 5000억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음반 등과 관련한 규모는 약 7500억 정도. 이 중 LP가 차지하는 금액은 약 98억원으로 아직은 미약하다. 하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올해 17% 가량 성장, 약 11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통상 그간 한국 LP 제작은 체코, 독일, 미국 등 해외 LP 제작 공장을 통해 이루어져 왔는데, 기본 5~6개월은 대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높은 제조단가와 해외 배송비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박종명 이사는 "생산 라인에서 좀 더 많은 LP 수량을 찍어야 효율성이 생겨서 제작 단가가 내려가는데 아직은 해외에서 비해서 싸지는 않다"며 "현재 LP를 생산하는 것 자체도 적자를 감수하는 일이다. 다만 LP 제작 과정을 기간을 줄이고 내년에 설비를 더 투입하면 단가가 차차 내려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현재 LP 한 장당 소매가는 대략 3만5000원이다.
바이닐 팩토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LP 제작 전 과정의 국내화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2015년께 바이닐 프레싱 머신계의 명기로 평가받는 TTT(Taunus Ton Technik) 머신을 토대로 LP 생산의 여러 공정들을 경험해면서 한국에 맞는 최적값들을 찾아냈다고 백희성 엔지니어는 전했다.
백 엔지니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순수 국내산 부품과 설비로만 이뤄진 자체개발 프레싱 머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며 "이른바 '프레싱 플랜트 시스템' 구축으로 원활한 생산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소개했다. 마장뮤직은 이 자체개발 머신을 두고 실용신안 등록을 계획 중이다.
마장뮤직은 아날로그 사운드의 최고치를 끌어내야 할 LP 마스터링 및 래커 커팅 작업을 별도의 레코딩 스튜디오인 '마장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1968년 설립돼 신중현, 김민기, 조용필, 나훈아, 양희은, 산울림, 전람회,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을 녹음한 유니버샬 레코딩 스튜디오를 2010년 3월 마장뮤직이 인수해서 운영하는 곳이다.
【서울=뉴시스】바이닐 팩토리 전경. 2017.06.01. (사진 = 마장뮤직앤픽처스 제공) [email protected]
박 이사는 "글로벌 음반사 소니뮤직, 워너뮤직, 유니버설 뮤직과의 판권 계약으로 검증된 음질과 품질의 완성할 것"이라며 "국내외 뮤지션 및 기획사 등의 예약 주문 역시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7일~18일 서울혁신파크에서 펼쳐지는 '제7회 서울레코드페어'에서 일반 소비자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박 이사는 "모바일, PC를 통해 음악을 듣는데 왜 LP 공장을 시작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음악을 듣는 행위가 진지한 감상에서 단순한 소비 행태로 변한 것에 대한 우려와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바이닐 팩토리의 LP 등을 여러 차례 청음한 스테레오사운드의 박상수 편집주간은 "LP의 소리는 기계적인 부분, 소재에 관한 것들에 많은 영향을 받아 연관된 기술 중에 노하우가 아닌 것이 없다"며 "가장 안정감 있는 소리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다 마장뮤직의 LP는 상당히 안정감이 좋다"고 들었다.
황 대표는 "한 때 음반점이 커피 전문점 만큼 많았는데 사람들이 음반점에서 LP를 고르는 풍경을 다시 보고 싶다"며 "LP의 지지직거리는 아날로그의 소리는 음악을 듣는데 있어 가장 경건한 인트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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