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사태] 사망 근로자 대다수 산재 불승인 이유는···"제도적 허점"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정의당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와 금속노조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타이어에 대해 '산업재해 1등 기업'이라고 비판, "노동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8.08. [email protected]
"개인이 질병과 업무 관련성 입증한 뒤 산재 인정받기는 어려워···법 개정 시급"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최근 10년동안 약 50명에 달하는 한국타이어 공장 근로자들이 사망했지만 이들에 대한 산업재해 신청이 대부분 승인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국타이어 공장을 비롯해 협력업체에서 근무를 하다 암, 순환기질환 등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모두 46명에 달하지만 이들 중 산재를 인정 받은 근로자는 4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근로자들은 산재를 신청하지 않았거나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인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에는 폐섬유증, 폐암, 비인두암 등의 이유로 4명의 근로자가 사망했고 2009년에는 뇌종양, 폐렴, 신경섬유종 등의 원인으로 6명, 2010년에는 급성심근경색, 폐암, 뇌경색 등으로 6명이 숨졌다.
또 2011년 8명, 2012년 6명, 2013년 7명, 2014년 2명, 2015년 6명, 2016년 1명의 근로자가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근무를 하다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타이어 공장 근로자들이 현행법에 의해 산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피복된 것으로 판정받았기 때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07년 국회에서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근무 중 유해물질로 인해 질병에 걸려 재해를 입을 경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청구를 할 수 있다.
문제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질병과 업무의 관련성 입증을 근로자가 해야 한다는 것이 현행법의 논리다. 구조적으로 개인이 질병과 업무 관련성을 입증한 뒤 산재를 인정받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한국타이어 공장 근로자의 경우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작업장에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인과관계 증명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유기용제는 시너·솔벤트 등 어떤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액체상태의 유기화학물질로 휘발성이 강한 것이 특징인데, 공기 중에 유해가스의 형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이와관련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 관계자는 "산업재해보상법은 구조적으로 유해물질로 인해 질병 또는 사망했을 때 구조적으로 산재처리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100여명이 넘는 한국타이어 공장 근로자들이 죽었지만 이들은 자연사로 위장돼 있다"고 말했다. 산재협의회측은 지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근무를 하다 숨진 근로자가 108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 측도 현행법에 따라 산재 심사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산재 청구가 들어왔을 경우 해당 사업장에 대해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뢰해 역학조사를 실시한 뒤 결과를 가지고 질병판정위원회에서 산재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며 "한국타이어 사업장은 유해물질 허용치가 법에서 정한 것보다 낮게 나왔으며 근로자들이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해 산재 인정을 못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 법규의 맹점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산재인정과 관련 논란이 계속 커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산업현장 상황 등을 제대로 반영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한국타이어 사태에 대해 정확한 상황 파악을 통해 적절한 대응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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