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대상기업 지정' 네이버 "30년전 제조업 잣대 IT에 적용 '무리'"
“M&A, 지분투자 통해 자회사로 편입되는 게 많다보니 기존 잣대로 바라보기엔 무리”
"네이버는 특이한 사례···순환출자나 일감몰아주기 사례 없는 기업군 최초 등장한 것"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처음 지정된 네이버는 정부가 30년전 잣대로 인터넷기업을 평가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3일 “기업집단 제도는 30년 전에 제조업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도”라며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기업들은 기존 기업들과 다르게 성장해왔다”고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기존 제조업 기반의 기업들은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가족경영과 부의 세습을 위해 순환출자나 일감몰아주기 등을 자행하는 행태를 상당수 보였으나, 인터넷기업들은 대부분 투명한 경영과 지배구조를 형성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네이버는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등 글로벌 인터넷기업과 마찬가지로 자회사에서 지원을 받아 성장하기 보다는 직접 외부로부터 자본을 투입 받아 성장했고, 이로 인해 창업자의 지분은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버의 이해진(4.31%) 창업자 및 임원(0.18%)이 보유한 지분은 4.49%다. 이밖에 네이버 주주구성은 ▲1% 미만 소수주주들 50.31% ▲2% 내외 7개 외국기관 11.76% ▲자사주 10.90% ▲국민연금 10.76%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영국) 5.04%,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미국) 5.03% ▲미래에셋대우 1.71%, 등으로 돼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글이나 알리바바도 창업자의 지분율이 10% 미만”이라며 “자회사란 개념 자체도 일감을 몰아줄 수 있는 갑을 관계 구조가 아니라 인수합병(M&A), 지분투자를 통해 자회사로 편입되는 게 많다보니 기존 잣대로 바라보기엔 무리”라고 말했다.
게다가 창업자가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해도 10% 미만의 지분을 가지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상속세를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기에 IT산업의 기업 지배 구조 자체를 기존과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특이한 사례다. 기존에 순환출자나 일감몰아주기 사례가 없는 기업군이 최초로 등장한 것"이라며 "산업의 특성 자체가 다르고 기업의 지배구조 자체가 다양해졌기에 공정위가 추후에는 다른 관점에서 유연하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57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네이버를 처음 포함시켰다.
올해 신규 지정된 기업집단은 넥슨 등 모두 4개다.
네이버, 라인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개선에 따른 현금성 자산 증가, 법인신설·인수를 통한 계열사 17개사 증가 등의 요인이 반영됐다.
이로써 네이버는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이 금지되고, 공시의무 등을 적용받게 된다.
네이버는 자산총액 5조~10조 원인 26개 집단 중 계열회사 수가 71개로 가장 많다. 뒤를 카카오(63개), 중흥건설(62개), SM(61개) 등이 이었다.
공정위는 이해진 창업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유)지음과 친족이 지배하는 (주)화음, (주)영풍항공여행사 등 2곳을 포함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가 3곳이라고 밝혔다.
또 공정위는 네이버가 촉구했던 총수 없는 집단 지정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고 이해진 창업자를 총수(동일인)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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