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판문점 JSA에 평화의 봄바람…남측지역 견학 7개월 만에 재개
남·북·유엔사 비무장 병력, 경비·관광 안내 임무
4·27 '평화의 상징' 도보다리·기념식수 민간개방
시범운영 뒤 오전·오후 4차례씩 하루 8차례 견학
비무장화 조치로 무력 충돌 가능성 현저히 낮춰
"한반도 전체 평화 구축하는 장소로 탈바꿈하길"
【판문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1일 오전 안보견학을 온 관광객들이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군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JSA 자유왕래를 위한 비무장화 조치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일반인 안보견학을 일시 중단해 왔다. 2019.05.01. [email protected]
【판문점=뉴시스】오종택 기자 = 5월의 시작을 알리는 1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를 위한 조치로 인해 한동안 중단됐던 JSA 안보 견학이 7개월 만에 재개됐다.
버스를 타고 통일대교를 지나 판문점으로 향하는 동안 바라본 군사분계선(MDL) 이남 비무장지대(DMZ) 곳곳에는 화창한 날씨 속에 봄 기운이 완연했다.
대성동 자유의 마을 주민들이 경작하는 논밭에서는 농사가 한창이었다. 눈 앞에 펼쳐진 평화로운 시골 풍경에 이곳이 과연 접경지역인지 기자의 눈을 의심케했지만 이따금씩 보이는 군사 시설과 경고 문구는 현실을 깨닫게 했다.
그렇게 통일대교를 지나 20분 가량 이동하자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함께 복무하는 캠프 보니파스의 JSA 안보견학관에 도착했다. 이날 안보 견학이 재개됨에 따라 통일부 정책자문위원단과 대학생 기자단 등 81명이 가장 먼저 견학에 참여했다.
이들은 보안서약서를 작성하고 약 15분 분량의 판문점 홍보 영상을 시청한 뒤 버스를 타고 캠프 보니파스 옆으로 난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판문점 자유의 집으로 이동했다.
익히 알려진대로 이 도로는 '1번' 국도다. 목포에서 시작해 서울과 개성,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이어진다. 지금은 갈 수 없는 길이지만 언제가 이 도로를 이용해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가는 날을 상상할 때쯤 자유의 집에 도달했다.
판문점에는 MDL을 기준으로 남측엔 자유의 집과 평화의 집이, 북측엔 판문각과 통일각이 있다. 평화의 집은 작년 4·27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곳이다.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 사이에 5개의 건물이 있고, 푸른색 건물 T1(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T3(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 3개동은 남북이 함께 사용한다.
【판문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1일 오전 안보견학을 온 관광객들이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내부를 관람하고 있다. 2019.05.01. [email protected]
T2 군사정위 본회의실은 판문점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내부를 공개하고 있다. 남측 관광객이 견학하는 시간대와 북측 관광객이 둘러보는 시간대를 달리해 만에 하나 있을 충돌을 피하고 있다.
간혹 남측 관광객이 왔을 때 북한 경비병이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날도 T2 건물 주변으로 남측 관광객과 취재진이 집결하자 북한 경비병 3명이 카메라를 들고 접근해 촬영을 하기도 했다.
T2와 T3 건물 사이로 판문각을 바라보자 지난해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MDL을 넘었던 역사적인 순간을 떠올릴 수 있었다.
견학을 재개하면서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역시 도보다리다. 지난해 4월27일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수행원 없이 단둘이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눴던 바로 그곳이다.
이날 안보견학에 참가한 관광객들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평화의 상징이 된 도보다리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도보다리는 이날 특별히 공개됐지만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진입로 포장공사와 교각 등 시설물에 대한 안전조치로 현재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비록 관람은 제한적으로 이뤄졌지만 관광객들은 도보다리를 걸으며 1년 전 그날의 감동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판문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1일 오전 안보견학을 온 관광객들이 작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교 산책 후 대화를 나눈 도보다리를 걷고 있다. 2019.05.01. [email protected]
판문점 안보 견학은 매회 최대 82명씩 오전에 2차례, 오후에 2차례 등 하루 4차례 시범 운영한다. 견학을 정상적으로 재개하면 오전 4차례, 오후 4차례씩 하루 총 8차례로 늘릴 계획이다.
이날 북측 판문각쪽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수백 명의 북측 방문객들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판문각 1층과 2층 난간에서 남측지역을 바라보다 남측 관광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JSA 경비대대 관계자는 "지난해 JSA 비무장화 조치를 진행하면서 북측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반인 투어를 중단했지만 상호 검증이 끝난 뒤 재개했다"고 귀띔했다.
이후로 하루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900명 가까운 북측 관광객이 꾸준히 판문점 북측지역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유엔사는 '9·19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JSA 지역 지뢰 제거 작업을 시작으로, 초소와 화기를 철수했다. 경비인원도 각각 35명 이하의 비무장 인원으로 조정했다.
이어 남·북·유엔사 3자 공동검증과 감시 장비 현장조사 등을 통해 JSA 비무장화 작업을 완료했다. 이러한 조치로 JSA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이전과 달리 확실히 완화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판문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1일 오전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입구에 비무장한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2019.05.01. [email protected]
기존에는 남북 각 35명이 훌쩍 넘는 경비 병력이 권총을 휴대한 채로 서로를 향해 날선 시선을 보내야 했지만 이제는 누구도 권총 등 무기를 휴대하지 않아 무력 충돌 가능성은 현저히 줄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책임지는 숀 모로우 경비대대장(중령)은 "유엔사를 대표해 새로운 판문점으로 변화하는 신뢰 구축 과정에서 여러분이 인내심을 발휘한 데 대해 감사하다"면서 "유엔사는 여전히 9·19군사합의에 대한 이행 의지를 갖고 있으며, 작년 지뢰 제거 및 비무장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평화적 노력으로 지금 이곳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대한민국 국민들이 볼 수 있게 됐고, 외국 관광객도 볼 수 있게 돼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곳 판문점이 대화의 장, 신뢰 구축의 장이 돼서 한반도 전체에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비무장화 조치로 확연히 달라진 판문점의 평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바라는 자유 왕래까지는 갈 길이 멀다. 남·북·유엔사가 JSA 내 공동 근무수칙 등을 협의 중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전 이후 분단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판문점에서 남과 북이 자유롭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 손을 맞잡고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많은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
【판문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1일 오전 북측 판문각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5.0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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