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전쟁①]LG, 삼성과 TV 정면 승부...노이즈마케팅 지적에도 강공
美협회 인증 기준 제시에 논란 가중...외신들도 비중있게 보도
8K TV 시장 본격 성장궤도 들어서며 '예고됐던 수순' 분석도
비방전에 공정위 신고까지...영상 재생 논란 확전에 점입가경
글로벌 TV 시장 주도권을 둔 다툼..."양보나 타협 쉽지 않아"
【인천공항=뉴시스】배훈식 기자 = 8K TV에 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력 공방이 시작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삼성 QLED 8K TV(위)와 LG OLED TV가 설치돼 있다. 2019.09.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글로벌 TV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정면 승부에 나섰다. LG전자의 공세에 별다른 반격을 보이지 않던 삼성전자가 적극 반박에 나서면서 이들의 공방은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 LG전자의 과도한 노이즈마케팅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강공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의 신경전은 8K TV 시장의 성장세가 본격화되면서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제는 외신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문제가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들 글로벌 가전기업 간 기술력 공방에 대해 해외 관련 협회와 주요 외신, 거래처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는 8K 디스플레이 인증 기준에 대해 '디스플레이는 1×1 그릴패턴 기준 최소 50%의 CM(화질선명도)값을 만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CTA는 최대 가전전시회 CES의 주최기관으로, 다양한 전자제품 최신기술 관련 인증 기준을 제시해 왔다.
현재 삼성전자 8K QLED TV CTA의 '8K' 인증을 받을만한 CM값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작지 않다. 다소 거칠게 보였던 LG측의 연속된 공세엔 이 같은 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에서도 이 같은 삼성과 LG의 8K 경쟁을 비중있게 다뤘다.
포브스는 최근 기사를 통해 지난 베를린 IFA에서 보인 LG전자의 행보에 대해 "놀랍도록 대중적이고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주요 경쟁사인 삼성에 의해 팔리고 있는 8K TV가 실제로는 8K TV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데 주요 부분을 할애했다"고 평가했다.
IT전문 매체 테크레이더는 "제조업체들이 규격 품질 기준을 추구하고 있어 (8K TV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TV로 끝나지 않게 되어 안심이 된다"면서 "당연히 서로 다른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표준이 확정적이라고 주장하겠지만,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품질의 TV를 제공할 것이란 점을 의미한다면, 그들은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뉴시스】배훈식 기자 = 8K TV에 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력 공방이 시작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삼성 QLED 8K TV와 LG OLED TV가 설치돼 있다. 2019.09.17. [email protected]
◇LG전자의 선공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TV 화질' 전쟁은 LG전자가 포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LG전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전자의 8K TV에 대해 "가짜 8K"라며 강도 높게 공격했다. LG전자는 또 자사TV와 삼성전자 TV를 나란히 전시하며 상대적 우위를 과시하려 했다. 또 삼성 8K TV 제품을 깎아내리는 광고를 최근 내놓았고, 지난 17일 국내에서 추가 언론 설명회를 열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LG전자의 이 같은 공세는 '포기할 수 없는' 8K TV'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TV 제조사들 사이에선 영상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8K 시장이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삼성전자가 8K TV 저변확대를 주도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또 삼성전자가 8K협회를 만들어 ▲디스플레이 샤양 ▲8K 신호 입력 ▲입력단자 규격 ▲미디어 포맷 등의 기준을 정해 인증제 시행을 준비 중이었다는 점도 LG전자 입장에서는 다급함을 느끼게 충분했다.
이런 가운데 LG전자 입장에선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의 'CM(화질선명도)' 값으로 평가한 8K 디스플레이 인증 기준이 사실상 LG전자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기에 강공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인천공항=뉴시스】배훈식 기자 = 8K TV에 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력 공방이 시작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LG OLED TV(왼쪽)와 삼성 QLED 8K TV가 설치돼 있다. 2019.09.17. [email protected]
삼성전자는 LG전자의 공세에 적극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QLED 8K TV의 '화질선명도(CM)'가 낮아 8K 해상도에 미달한다는 LG전자의 주장에 "화질선명도는 화질의 척도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해상도를 판단하는 측정 기준으로 '화질선명도' 값을 정의하고, '화질 선명도' 50% 이상을 해상도 충족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ICDM은 표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뿐 인증기관은 아니며 ▲어떤 화질평가기관도 화질의 척도로 화질해상도를 사용하지 않고 ▲광학적인 요소와 화질 처리 기술 등 시스템적인 부분이 최적으로 조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1927년에 발표된 개념인 화질선명도는 화소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나 흑백 TV의 해상도 평가를 위해 사용됐으며, TV 평가 단체나 전문 매거진 등에서는 화질 평가 요소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한 LG전자는 기존의 화질 평가 기준을 8K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본 반면, 삼성전자는 8K TV에서는 더욱 종합적인 요소로 평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삼성 QLED 8K TV가 시야각을 개선하는 대신 화질선명도가 낮아졌을 것이란 경쟁사의 추측에 대해서도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17일 열린 8K 화질 기술설명회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화질해상도를 희생해 시야각을 올렸을 것이란 추측은 맞지 않다"면서 8K TV는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화질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QLED TV는 LCD TV에 불과하다는 LG전자 측의 판단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조성혁 삼성전자 VD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상무는 "삼성 QLED는 LCD에 불과하다는데 QLED는 퀀텀닷 입자에 메탈 소재를 입혀 컬러 표현을 극대화한 제품"이라며 "QLED든 OLED든 결국 소비자가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같은 한국 기업 간 비방이 벌어진 현 상황에 대해서도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조 상무는 "유수의 한국업체 두 곳이 서로 비방하며 점유율 경쟁을 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천공항=뉴시스】배훈식 기자 = 8K TV에 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력 공방이 시작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삼성 QLED 8K TV와 LG OLED TV가 설치돼 있다. 2019.09.17. [email protected]
◇LG전자, 비방전 이어 공정위에 신고
LG전자는 비방전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 광고를 신고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LG전자는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의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LG전자는 QLED(Quantum dot Light Emitting Diode)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제품을 '삼성 QLED TV'라고 하는 것은 '표시광고법 제 3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한 허위과장 표시광고라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LG전자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 보호를 위해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QLED TV'는 기존 LCD TV에 퀀텀닷 필름을 추가한 제품으로 LCD TV와 동일한 구조인데도 불구,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의미하는 QLED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QLED TV'라고 홍보해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통해 "국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이 아닌 소모적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소비자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퀀텀닷 기술을 사용한 QLED TV를 2017년 선보였으며, 소비자로부터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아 전 세계 TV시장에서 13년째 1위를 달성하고 있다"라며 "TV시장의 압도적인 리더로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LG전자의 공정위 신고는 예상보다 더욱 수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설명회에서 남호준 LG 홈엔터테인먼트(HE) 연구소장은 삼성전자의 QLED 8K TV에 대해 허위과장 광고로 제소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냐는 질문에 "제소는 별개 문제다. 일단 회사에서는 고객의 알 권리 차원에서 기술설명회를 열었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인천공항=뉴시스】배훈식 기자 = 8K TV에 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력 공방이 시작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LG OLED TV(위)와 삼성 QLED 8K TV가 설치돼 있다. 2019.09.17. [email protected]
◇화질선명도에 이어 영상 재생까지 공방 '가열'
LG전자와 삼성전자 간 '8K TV' 기술 공방이 영상 재생 여부로 공방을 이어갔다.
지난 25일 LG전자는 8K TV 구입 고객에게 8K 영상 재생 기능 지원을 위한 장치인 '업그레이더'를 연내 무상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7일 삼성전자가 8K 기술 설명회에서 LG전자의 8K TV는 HEVC 코덱이 적용된 8K 영상을 제대로 재생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데 따른 반격이다.
LG전자는 업그레이더를 통해 주요 8K 영상 재생 기능을 구현한다는 입장이다. LG 8K TV에 업그레이더를 연결하면 HEVC(High Efficiency Video Codec, 8K)는 물론 유튜브(YouTube)의 8K 동영상 재생규격인 'AV1' 또는 'VP9'로 제작한 영상도 유튜브 사이트에서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 8K TV 사용자들은 TV에 탑재된 HDMI 2.1 포트에 8K 영상이 저장된 외부기기를 연결하면 8K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LG 8K TV에 탑재된 HDMI 2.1 포트는 4개로 게임기, 노트북 등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LG전자는 내년에 출시하는 8K TV 신제품에 주요 8K 영상 재생 기능을 내장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내고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8K TV는 업계 표준 코덱(HEVC)을 충족시키는 모든 동영상을 별도의 외부장치 없이 재생할 수 있다"며 "유튜브의 경우, 별도의 8K 코덱을 사용하고 있으며 유튜브와 호환 코덱에 대해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이어 "반면, 8K 영상이 재생되지 않는 것이 알려지자 뒤늦게 별도의 외부장치를 연내에 제공하겠다고 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8K TV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LG전자는 유튜브를 통해 삼성전자 TV를 분해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LG전자는 아르첼릭(Arcelik) 등 유럽 가전업체 3곳을 상대로 특허를 침해하지 말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제조사와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공항=뉴시스】배훈식 기자 = 8K TV에 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력 공방이 시작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삼성 QLED 8K TV(왼쪽)와 LG OLED TV가 설치돼 있다. 2019.09.17. [email protected]
◇글로벌 TV 시장 주도권을 둔 다툼..."양보나 타협 쉽지 않아"
양사의 'TV 전쟁'은 중국 업체의 추격이 빨라지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인 8K 시장을 두고 점유율 다툼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매출 기준으로 31.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했다.
글로벌 TV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굳건한 위상을 지켜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 QLED TV는 212만대, OLED TV는 122만대가 각각 판매됐다.
올해부터 8K TV 시장이 본격 성장궤도에 들어서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면전도 예고됐던 수순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0년 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발광다이오드(LED) TV와 3D TV 방식, RGBW(적록청백) 방식 OLED TV의 4K 논란에 대한 공방을 펼치면서 'TV 전쟁'을 벌여왔다.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8K TV 시장은 지난해 1만8600대에서 올해 21만5000대, 2020년 85만3900대, 2023년에는 3374만9900대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TV 시장에서도 1위를 놓고 경쟁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어떤 업체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갖느냐에 따라 글로벌 소비자들의 선택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기술 신경전은 어느 한 곳이 양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타협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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