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메지온 임상.."2차지표 더 중요, 상당한 성과"
폰탄수술 환자 치료제 ‘유데나필’ 임상 3상 결과 발표
1차지표 미충족에도 FDA 허가 여부 주목
임상 참여한 서울대병원 김기범 교수 “허가 시, 환자 예방·치료 강화”
흔히 임상시험 성패의 기준으로 일컬어지는 1차목표지수를 만족하지 못해 ‘임상 실패’로 해석되기도 했지만, 만족한 2차목표지수의 가치가 높아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도 기대해봄직하다는 평가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2차 지표에서 확인한 유효성이 신약 검증의 새로운 잣대로 수립돼야 한다는 말이다.
이 임상연구에 참여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는 “폰탄수술 환자에겐 2차지표의 연구결과가 더 중요하다”며 “FDA가 결정하는 것이라 확언할 순 없지만, 미국 시판허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개발 중인 다른 폰탄 치료제의 임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
◇비보험으로 쓰이던 유데나필…‘공식 폰탄 치료제’ 필요로 연구 시작
메지온의 폰탄수술 치료제는 동아에스티의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성분명 유데나필)와 동일한 성분이다. 지난 2002년 동아제약 연구조직이 분사해 동아팜텍으로 설립됐다가 2013년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이후 동아제약과 모든 지분관계를 정리했지만, 동아의 신약물질 유데나필의 4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러시아) 특허권은 획득했다.
유데나필을 비롯한 실데나필(제품명 비아그라), 타다타필(시알리스) 등 PDE-5 저해제는 발기부전 치료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폐동맥에서 생성되는 산화질소 생성을 도와 혈관 확장 역할을 하는 PDE-5 저해제는 현재도 오프라벨로 폐동맥고혈압 치료에 사용된다. 폐동맥고혈압과 유사하다고 파악되는 단심실증(폰탄수술 환자) 치료에도 쓰인다.
단심실증은 2개의 심방과 2개의 심실을 가진 정상 심장과 달리 기능하는 심실이 1개만 존재하는 희귀질환이다.
단심실 환자는 혈액순환을 정상화하기 위해 폰탄 수술(우심방-폐동맥 우회술)을 받는데, 만성심부전 상태와 같다. 체력과 운동능력이 저하돼 있고, 이런 운동능력 저하는 사망률 증가와 직접 연관돼 ‘운동능력 향상을 입증한 정식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기범 교수는 “유데나필 등 PDE-5 저해제는 폐동맥 압력을 떨어뜨리는 약리기전 상 폰탄 환자의 합병증 치료 목적 등으로 오프라벨로 쓰인다”며 “공식적으로 사용할 채널을 만들기 위해 메지온의 연구가 기획됐고,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2차 지표가 더 중요…후발 임상연구들에 막대한 영향 줄 것”
메지온의 3상 연구는 폰탄 수술을 받은 12~18세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운동능력 향상을 검증하기 위해 설계됐다.
환자의 최대 운동 상태에서 최대 산소소비량을 측정한 'VO2 max'를 임상 1차 지표로 잡은 결과, 유데나필 투약군은 기저치 대비 2.8% 증가하고 위약(가짜약)군은 0.2% 감소해, 두군 간 통계적인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나 2차 평가 지표인 VAT VO2(유산소에서 무산소 운동으로 바뀌는 시점에서의 산소 소비량)는 유데나필 군이 3.2% 증가, 위약군이 0.9% 감소하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VE/VCO2(VAT 시점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 Work Rate(운동량) 역시 유의성을 확인했다.
회사 측은 본인들이 세운 1차 지표가 사실상 운동능력 향상을 검증하는 적절한 지표가 아니었다고 실토하고 있다. 오히려 2차 지표가 적절한 지표였음을 이번 임상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성공한 임상’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 역시 “임상시험에서 환자로 하여금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돌리게 했다. 운동을 하면 이산화탄소가 분비되고 산소를 소비한다. 폐달 강도를 증가시켜 환자가 더 이상 운동할 수 없는 상태의 최대 산소소비량을 1차 지표로 잡았지만, 이미 CVP 압력이 높은 폰탄 환자는 정상인과 달리 대개 최대소비량에 도달 못하기 때문에 1차지표로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1차 지표 설정은 폐동맥고혈압 임상에서 1차 지표로 쓰이는 ‘6분 보행거리 운동능력’을 참조한 설정이었다. 글로벌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설정한 1차 지표지만, 선례도 없었고 메지온이 유사 연구의 선봉장이라 생긴 오류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대 산소소비량 전단계의 운동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유산소에서 무산소 운동으로 넘어가는 시점의 산소소비량을 측정한 게 2차 지표”라며 “중간 강도 운동의 산소소비량 확인이 더 적절한 기준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이 연구에 주목하고 있는 후발 임상연구들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FDA 허가 시 환자 예방·치료 강화”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한 2차 지표는 매우 의미 있는 수치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유산소에서 무산소 운동으로 바뀌는 시점의 산소소비량 수치는 매우 의미있게 나왔다”며 “FDA에서도 중요 지표로 인정해 허가신청(NDA) 진행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의 대규모 연구로 운동능력 향상을 입증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 약이 허가 받는다면, 공식적인 폰탄수술 환자 치료제가 나온 거라 의미가 크다. 보험급여 가능성도 커져 전액 부담하고 있는 환자들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합병증 예방·치료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지온은 늦어도 내년 1분기(1~3월) 중엔 허가신청서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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