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이미 128년 전 진천·보은 경부선 철도노선 답사
정재정 교수가 1914년 '조선철도사'를 참고로 작성한 경부철도 노선 답사도
2일 충북도와 시·군에 따르면 도내에는 충북선을 비롯해 중앙선, 태백선, 경부선 등의 철도 노선이 있다.이들 철도 노선은 진천군, 괴산군, 보은군 등 3개 지역만 지나지 않는다.
이 가운데 괴산에는 앞으로 중부내륙선 철도가 지나게 되고, 보은은 지난해 말 5차 국토종합계획에 오송(청주공항)~보은~상주~영덕을 잇는 동서횡단철도 노선에 포함됐다.
아직 진천에만 철도 노선 계획이 없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지난 5월 중앙부처를 방문해 수도권내륙선 철도 구축사업을 건의했다.
지난해 3월에는 진천군과 청주시, 경기 안성시가 업무협약을 하고 공동용역에 들어갔다. 이어 11월에는 충북도와 경기도, 청주시, 진천군, 안성시, 화성시 자치단체장들이 수도권내륙선 철도 건설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하고 공조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128년 전 일제가 진천과 보은을 경부선 노선으로 검토한 것으로 확인돼 진천군의 수도권내륙선 철도 유치 명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가 1999년 한국철도 100주년의 의미를 반추하며 집필한 '일제침략과 한국철도(1892~1945)'에 따르면 일제는 경부선 철도는 부설하기 위해 다섯 차례나 노선 답사를 했다.
일제는 이 가운데 종전 서울~부산(경부) 간에 발달한 세 개의 교통로 중 인구 수, 농경지 면적, 화물량, 교통량을 비교 검토해 서울(남대문)~용인~죽산~진천~청주~문의~보은~상주~대구~부산을 첫 번째로 답사했다.
1차 답사에서 지금 철도가 지나지 않는 진천과 보은을 우선적으로 검토했지만, 경부선은 결국 1903년 5차 답사까지 이어지며 진천, 보은 노선은 빠졌다.
정 교수는 책에서 "일본이 오늘날과 같은 경부철도 노선을 선정한 것은 경부철도 하나를 장악해 한국 남부지역의 정치·군사·사회·경제를 한꺼번에 지배하고 일본과 만주를 시간적·공간적으로 최대한 밀착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부철도의 노선 선정에서 한국 내의 물자유통이나 지역개발을 균형 있게 유지하려는 의도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경기·충청·경상은 물론 곡창인 호남·영서지방 물산까지도 경부철도에 집중케 해서 한국경제 전체를 일본경제 속에 강하게 포섭하려고 했다"고 일제의 철도 부설 저의를 파악했다.
정 교수는 "일제침략기 한국철도는 한국인들에겐 문명의 이기였다기보다 침략과 지배, 수탈과 분열, 탄압과 차별의 기구로서 기능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