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요소수 '긴급 수혈'…수급 안정화 대책은 여전히 '뒷북'
정부, 호주산 2만ℓ 수입·장기 대책 마련키로
요소수 대응 TF 구성 등 총력 대응 나섰지만
이미 중국 수출 제한으로 예견된 사태 지적
특정국 의존도 높은데도 관리 소홀 '직격탄'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1.11.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고은결 기자 = 화물차 등 디젤 엔진 차량에 필요한 요소수가 품귀를 빚으며 다음 달 '물류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호주산 수입을 비롯해 장기 수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는 등 총력 태세에 돌입했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달 15일 '요소 수출 검사 의무화 조치'로 사실상 수출을 금지시키면서 '요소수 대란'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공급망 관리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뒷북 대응'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7일 '제2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가용한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중국, 호주 등 주요 요소·요소수 생산국으로부터 신속히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이번 주에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 리터(ℓ)를 수입하고, 신속한 수송을 위해 군수송기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국 정부와 기 계약분을 중심으로 신속한 수출통관 절차를 요청하는 협의를 이어가고, 수입 대체에 따른 초과비용과 물류비 보전 등 지원도 펼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일 요소수 부족 현상 관련 관계부처 대책 회의 이후 이번 요소수 사태에 대한 본격 대응에 나서고 있다. 주된 대응 방안은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수입 다변화 노력 ▲중국에 수출 제한 완화 요청 ▲매점매석 행위 단속 추진 등이다.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랑용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이달 셋째 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요소수 물량이 소진돼 화물 운송시장이 마비되는 등 물류대란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 정부의 협조를 지속 요청하고, 수입국 다변화 지원 등에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소부장 수급대응지원센터'를 통해 요소 수입업계의 수입계약 현황과 구체적인 지연 사유에 관한 자료 등도 확인하고 있다.
또한 외교부, 산업부, 코트라, 관세청 등 관계부처·기관은 수입국 다변화를 위해 협조한다. 제3국 등 공급처를 찾고, 해외업체의 공급 가능 여부를 확인하면 조달청과의 긴급수의계약 등으로 정부 구매 또는 민간 구매 확대 유도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지난 5일 요소수 수급 안정을 위해 청와대 내 관련 비서관실이 공동 참여하는 TF팀을 꾸려 즉시 가동한다고 밝혔다. TF팀은 요소수 수급 안정 시까지 일일 비상점검체제로 운영된다. 경제·산업·국토·농해수·기후환경·외교 등 관련 분야별로 주요 대응실적을 점검하고 대응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요소수 대란으로 '물류 마비' 위기를 막겠다며 부랴부랴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산업계·학계 등에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태에 대한 뒷북 대책만 내놓는 격이라는 쓴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디젤 차량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3일 오후 서울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내 디젤 화물차의 3분의 2가 요소수를 필요로 해 자칫 물류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요소수는 경유차 운행 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2021.11.03. [email protected]
일단 이번 요소수 수급난은 전력난을 겪는 중국이 지난달 15일 '요소 수출 검사 의무화 조치'로 사실상 수출을 금지시키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올해 1~9월 수입된 국내 산업용 요소의 97.6%는 중국산이었다.
정부가 뒤늦게 수입 다변화에 나서며 이번 주 중 호주로부터 2만ℓ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추가 재고 확보 없이는 요소수 공급 차질은 불가피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당장 며칠 뒤 생계형 화물차의 운행 중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가격이 더 높더라도 해외의 완성 요소수를 정부 차원에서 대량으로 들여와 개인의 해외 직구에 소요되는 시간·비용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공급망 리스크를 체감했음에도 불구, 공급망 구멍에 따른 위기가 다시 한 번 빚어졌단 점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며 "그동안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수백 가지 품목들에 대한 전략 물자화, 인센티브 정책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단 이번 사태를 넘기더라도 비슷한 위기가 또 닥칠 수 있는 만큼, 수입처 다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품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2586개 중 31.3%(3941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를 넘었다.
정부는 일단 국내 요소생산설비 확보방안과 조달청 전략비축 등 장기 수급 안정화 대책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특정국 생산의존 비중이 높은 품목을 조사·선정해 수급불안 가능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하면 적기에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소방용, 구급 등 필수 차량용에 필요한 요소수는 3개월분을 보유 중이므로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경유차인 소방차와 구급차와 트랙터 등 농기계에도 요소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수입 다변화에 난항을 겪는 등 이번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공공 부문과 농촌에도 요소수 대란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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