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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나이스' 먹통에 불안한 기말고사…교육부, 학교 현황조사

등록 2023.06.29 06:00:00수정 2023.06.29 07: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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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에 "내달 4일까지 답·문항 변경 현황 내라"

피해 축소 집계 우려…"바꿀 시간적 여력 없었다"

2800억 썼는데…"출석이 지각으로 바뀐 사례도"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정수경 초등교사노조위원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교육부 4세대 나이스(NEIS) 개통 후 학생 개인정보 유출 등 규탄 교원단체 합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6.29.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정수경 초등교사노조위원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교육부 4세대 나이스(NEIS) 개통 후 학생 개인정보 유출 등 규탄 교원단체 합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6.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지난 21일 개통 직후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 '문항정보표' 노출 사고로 기말고사 일정, 답안과 문제를 바꾼 학교 현황을 조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피해가 축소 집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주 시험을 치르려 했던 학교의 경우, 대응에 주어진 시간이 많아야 하루 이틀, 아예 주말 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정을 바꾸거나 시험을 다시 출제할 엄두를 못 내는 곳이 많다는 지적이다.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이 제출 받은 공문에 따르면, 교육부는 내달 4일 낮 12시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문항정보표 출력 오류로 인해 답안, 문항을 바꾼 중·고교와 특수학교 현황을 파악 중이다.

해당 공문에서 교육부는 전날인 28일 낮 12시까지 기말고사 일정을 바꾼 학교 현황도 함께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보다 앞서 일선 교육청에 보낸 공문들을 보면, 교육부는 지난 26~27일까지 기일을 정해 중·고교, 특수학교에서 문항정보표 출력 오류가 발생한 사례를 양식에 맞춰 회신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나이스는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교무, 학사, 인사 급여 등 업무를 진행하는 데 활용하는 정보 시스템이다. 교육 당국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2824억원을 투입해 4세대 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지난 21일 개통 직후 기말고사 문제와 답안 출력 기능인 '지필평가-문항정보표 관리' 정보에 오류가 발생, 일부 학교에서 다른 학교의 답안이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교육부는 지난 22일 전국 교육청을 통해 공문을 보내 학교에 답지(번호) 순서, 문항 순서 변경 등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알렸다.

일선 교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통상 기말고사 출제에는 2~3주가 걸린다. 단순히 문제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오류가 없도록 점검까지 해야 한다.

시험을 미루거나 문항, 정답을 하루 이틀 만에 다급히 바꾸면 출제 오류가 생길 위험이 크고, 그 책임은 나이스 사고를 일으킨 당국이 아닌 교사가 지게 된다.

시험 일정을 미루고 싶어도 못 미루거나 문제를 다시 내고 싶어도 순서만 바꾸고 말거나 아예 손을 못 대고 시험을 진행한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경기 용인시 한 공립 중학교 연구부장 A 교사는 이런 이유를 설명하며 "금요일(23일)에 공문을 받았지만 시험은 26~28일 그대로 치렀다"고 전했다.

그는 "고등학교는 내신 변별력에 문제가 생기니까 문제를 다시 낼 수도 있지만 중학교는 그냥 넘어가는 학교도 많았다"며 "벼락불에 콩 구워 먹듯 하루 만에 문제를 다시 내면 출제오류가 생기고, 심할 경우 교사가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A 교사는 "교육부가 일정과 문항, 정답을 바꾼 학교를 조사하는 이유는 제 생각에는 이렇게 철저히 대응했다고 설명하거나 피해가 많이 없었다는 책임 회피성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라며 "조사를 한다고 해서 무슨 사태가 해결되는 게 있나"라고 되물었다.

내신 변별력에 민감한 고등학교는 아예 교사들이 주말에 출근해 비상 대응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경기 성남시 한 고등학교 B 교사는 "저희는 문제 배열을 다 바꿨다"며 "토요일에 교사들이 모두 출근한 학교도 있다고 들었다. 신뢰가 바닥"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21일 개통한 4세대 나이스(NEI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화면. (자료=서울교사노동조합 제공) 2023.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21일 개통한 4세대 나이스(NEI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화면. (자료=서울교사노동조합 제공) 2023.06.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B 교사는 "3세대 나이스 시절에도 혹시나 시험 내용이 유출될까봐 문항과 정답을 나이스에 입력하지 않던 학교였는데, 새로 개통된다 해서 처음 쓴 게 이번 시험이었는데 오류가 났다"며 "결국 나이스를 쓰자고 말한 사람만 잘못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4세대 나이스 개통 직후 로그인이 안 되거나, 학생들의 출결이나 수행평가, 교사들의 휴가 등 일상적인 행정 업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교 업무가 마비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지난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사과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강 의원실 등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4세대 나이스 개통일인 21일부터 27일까지 1주일 간 접수된 오류만 무려 4729건에 달했다.

일반행정이 1953건, 시험, 출결 등 교무업무가 1741건 등 순으로 가장 많았다. 조치가 완료된 것은 3417건(72.3%)이었고 1312건(27.7%)은 '미처리건'이었다.

미처리건 중에서는 시험 운영, 성적평가 등 교무 업무가 535건으로 가장 많았다. 미처리율은 30.7%다.

경기 지역 다른 중학교 교사는 "나이스 관련 3건의 오류가 나왔다"며 "수행평가 점수를 입력한 게 사라지거나, 5개월 전에 지각하지 않은 학생이 지각한 것으로 표시된 사례도 나왔다. 치명적인 오류"라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들이 입력했던 게 날아가고 없어지고 하니까 관련 업무가 올 스톱"이라며 "시험이 끝나고 성적 처리를 해야 하는데 안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교육부는 교원들로부터 취합하는 현황조사를 넘어 조속한 나이스 안정화, 기술 및 행정지원 대응팀 운영, 4세대 나이스가 안정화되기 전까지 3세대 나이스 혼용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황 조사에 나선 배경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아야 거기에 맞춰서 학교 현장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9월)를 앞두고 매년 7월 초 진행하는 '대입전형자료 생성 사전운영'이 원활하도록 테스트를 하는 한편, 구형 3세대 나이스 자료를 조회할 수 있도록 개방한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06.2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06.2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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