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난리가 있나" 산사태 예천 백석리 주민들 망연자실 [르포]
집중호우·산사태에 주민 5명 참변
파묻히고 쓰러지고…전쟁터 방불
[예천=뉴시스] 이무열 기자 =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에 휩쓸린 가운데 119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3.07.16. [email protected]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경로당에 피신해 있던 박진녀(여·72)씨는 전날 오전 사고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들려주며 연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16일 빗 속에 찾은 예천 효자면 백석리 상백마을은 흡사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하늘 아래 첫동네'라 불리며 14가구(주민 22명)가 오손도손 정을 나무며 살던 상백마을은 산사태로 흙더미가 마을을 휩쓸면서 하루아침에 주민 5명이 참변을 당했다.
[예천=뉴시스] 이무열 기자 =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에 휩쓸린 가운데 119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3.07.16. [email protected]
산사태로 넓다란 평지로 변해버린 집터에는 함께 휩쓸려온 수십년된 묵중한 나무들이 나뒹굴고, 옆으로 반쯤 누워버린 전봇대에는 축 늘어진 전선줄이 위태롭게 매달렸다.
흙더미에 묻혀 지붕만 남은 집 주변에는 부서진 판넬과 판자 조각들, 사과박스 등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예천=뉴시스] 이무열 기자 =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에 휩쓸린 가운데 수색견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3.07.16. [email protected]
정자나무 인근 컨테이너는 흙더미와 물길에 휩쓸려 100여m 아래까지 떠내려왔고, 승용차는 흙에 반쯤 묻혔다.
경로당을 잇는 마을 진입도로마저 끊겨 당국은 전날 하루종일 중장비를 동원해 산더미처럼 쌓인 흙더미를 치우며 길을 뚫었다.
[예천=뉴시스] 이무열 기자 = 15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초토화된 가운데 예천군 효자면 백석경로당으로 대피한 주민들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3.07.15. [email protected]
박씨는 "며칠 동안 비가 많이 와서 무슨일이 생길까봐 밤에 잠을 잘 수 없었어요. 밤새 TV를 틀어놓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다가 새벽 4~5씨쯤인가 바깥에 나가보니 막 옆집이 산더미같은 흙더미에 쓸려 넘어가더라구요. 채 3분도 안걸렸어요. 눈 깜짝할 사이 그냥 쓸어버렸어요."
마을 사람들은 마을 안길로 흙더미와 함께 쏟아져내리는 거센 물살 때문에 마을 밑 500여m 떨어진 경로당으로 대피할 때도 어려움을 겪었다.
[예천=뉴시스] 이무열 기자 =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백석리 산사태 현장으로 가는 길목이 산사태로 유실돼 구조대원들이 식량과 식수를 지게에 지고 나르고 있다. 2023.07.16. [email protected]
김익겸(90)씨는 "상상도 못할 일이 일어났어. 20여 명 사는 마을에 5명이나 죽었어. 집집마다 소도 한 두마리씩 키우는데 어떻게 건질 수가 없었어. 소가 흙더미에 묻혀 빠져나오지 못했어. 사람부터 살려야지 소를 돌볼 틈이 있었어야지"라며 힘없는 목소리로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상백마을에서 300여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김영운(76)씨는 "연속적으로 3초가량 앞산에서 메아리처럼 들려오더니 번갯불도 없이 천둥치는 소리가 났어요. 밤중이라 나가볼 수가 없었어요. 아침이 돼서 보니 이렇게 큰 사고가 나 있었어요"라며 안타까움에 몸서리쳤다.
[예천=뉴시스] 이무열 기자 =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에 휩쓸린 가운데 수색견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3.07.16. [email protected]
이 기간 중 예천의 평균 강수량은 627㎜, 산사태가 발생한 효자면은 830㎜가 쏟아졌다.
이번 집중호우로 예천에서는 사망 8명(남 5명, 여 3명), 실종 9명(남 4명, 여 5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예천=뉴시스] 이무열 기자 =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에 휩쓸린 가운데 119구조대원이 실종자 수색작업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07.1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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