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치명적 대북심리 수단 '대북 확성기' 재개 길 텄다
4일 국무회의서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의결
효력정지 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가능해져
GOP 일대 전방 지역 10여곳, 확성기 40여대
북한 추후 도발 시 대북 방송 카드 꺼내들 듯
[파주=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 소초 장병들이 1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내 설치되어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2018.05.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정부가 3일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북한의 추후 도발 시 언제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을 텄다. 현재 군이 대북 확성기 재개 등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 만큼 정부가 결정만 한다면 수일 내라도 대북 방송이 가능하게 됐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오전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주재로 NSC 실무조정회의를 열고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효력정지 안건을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다만 대북 확성기 재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북 방송은 국회 의결 사안이 아니라 대통령이 결심하면 곧바로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가 우선 진행돼야 한다. 효력정지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가능하다.
정부가 오는 4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상정한 만큼, 앞으로 북한이 또 한번 도발을 하면 언제든 대북 방송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방송는 북한의 체제를 흔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심리전 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지금과 같이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시기에 대북 방송은 북한 체제 유지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 2일 밤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차관) 담화에서 "국경너머로 휴지장을 살포하는 행동을 잠정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대북 확성기 재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북 확성기는 강원·경기도 접경지역에 고정식 10여개, 이동식 장비 40여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10km, 길게는 20~30km 떨어진 거리에서도 청취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군은 정부가 결정하면 당장 기동 확성기 차량을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배치하는 등 대북 방송 재개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즉각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준비와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위해) 풀어야 할 절차들에 대해서는 정부기관 간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군은 임무가 부여되면 시행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 1963년 박정희 정부 때 시작됐다. 40여년간 이어가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남북 군사합의로 중단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천안함 피격 도발(2010년)과 지뢰 도발(2015년),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등 북한이 강력한 도발을 감행할 때 일시적으로 재개된 바 있다.
남북은 지난 2018년 4월 '4·27판문점선언'을 통해 "MDL 일대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양측은 관련 시설을 모두 철수했다. 군은 2018년 철거 직전까지 최전방 경계부대(GOP) 일대 전방 지역 10여 곳에 고정식-이동식 확성기 40여대가 설치 운용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