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국 대신 데이터센터 투자하는 통신사…AI 사업 전진배치하는 이유
AI 데이터센터사업부 신설 등 AI B2B 강화 조직개편
생성형 AI 수요 급증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매출도 성장세
AI인프라 사업 고성장에 주가 상승…"전국 단위 기간망 강점"
[서울=뉴시스]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리에 관한 노하우를 집약한 AI DCIM 솔루션을 선보였다고 15일 밝혔다. (사진=SK브로드밴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AI데이터센터(DC)사업 관련 조직을 신설하며 주력 사업으로 발굴하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매출이 성장하자 본격 육성에 나선 것이다. 통신사들은 입지·전력 우위를 기반으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AI 인프라 수요를 선점한다는 목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AI B2B(기업간거래) 사업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25년 조직개편을 마쳤다.
SK텔레콤은 지난 5일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통해 AIDC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맡을 'AI DC사업부'를 별도 조직으로 신설했다.
기존에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협력하는 'T-B 엔터프라이즈 사업부' 산하에 있던 AI DC사업부를 별도로 떼어낸 것이다. 하민용 SK텔레콤 글로벌솔루션오피스 담당(부사장)이 AIDC사업부장을 겸직한다.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를 갖춘 SK브로드밴드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더욱 강화하겠단 전략이다.
이같은 조직 개편은 앞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AI데이터센터 ▲GPUaaS(GPU 클라우드 서비스) ▲에지AI(Edge AI) 등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국에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를 구축하겠단 전략의 연장선상이다.
신설된 AI DC사업부는 AI DC 및 GPUaaS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미국 람다와 협력해 엔비디아 GPU ‘H100’을 공급받아 이달 서울 가산 SK브로드밴드 데이터센터에 채워 넣어 AIDC로 전환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내 구독형 AI 클라우드 서비스 GPUaaS를 출시하고 국내 유일의 AI 데이터센터를 판교에 테스트베드로 오픈한다.
KT도 데이터센터 등 AI B2B 영역에 힘을 실고 있다. KT는 2025년 조직개편으로 B2B 사업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AI 분야 융합사업을 담당하던 기존 '전략·신사업부문'을 '엔터프라이즈 부문'과 통폐합했다. 기존 전략·신사업부문이 담당하던 AI사업, DX(디지털전환)사업, 로봇사업을 엔터프라이즈부문의 B2B사업과 연계해 한 부문에서 총괄하도록 한 것이다.
올해 KT와 KT클라우드는 기존 고양 백석 DC를 고성능 AI 전용 백석 AIDC로 만든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으로 AIDC 사업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 9월 체결한 MS와 AI 및 클라우드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4억5000만 달러(약 5896억원) 상당의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KT와 KT클라우드는 MS에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서비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LG유플러스에 취임한 ‘전략통’ 홍범식 대표이사도 AIDC 등 B2B 부문에서 AI 수익화에 집중하겠단 방침이다. 홍 대표는 조직개편을 통해 '그로쓰 리딩 AX(AI전환) 컴퍼니'로 빠르게 자리잡겠다 계획을 내놨다. 인공지능 컨택센터(AICC)·AIDC 등 B2B 사업에서도 AX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적 지원도 나선다.
LG유플러스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밸류업 계획을 통해 AIDC를 집중 육성해 매년 7%~9% 이상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매출 성장률을 거두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앞서 지난 5월 LG유플러스는 신규 IDC 건립을 위해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의 토지 및 건물을 1053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파주 초고집적 & AI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IDC사업은 클라우드 수요 증대에 따른 글로벌 사업자 및 국내 대형 고객 수주확대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이통3사 공통적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올 3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6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했다. 같은기간 KT의 IDC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 KT클라우드는 6.8% 증가한 2070억원, LG유플러스의 IDC 매출은 8.8% 성장한 900억원을 기록했다.
통신사들은 AIDC 사업 강점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를 갖추고 있으며 AI 인프라로 활용 가능한 전국 단위 기지국을 보유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AIDC가 현실적으로 가장 성장하는 산업”이라며 “ 무선망, 전용회선 등 통신망을 갖고 있다는 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AI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더욱 높아지면서 임대 수익 등 관련 매출이 성장세”라고 말했다.
최근 통신주가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상승하고 있는 배경에도 AI인프라가 지목되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통신사의 AI 인프라 사업이 향후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통신사가 운영하는 AI 인프라 사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은 올해 1조6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성장한 데 이어 내년에도 약 18%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김 연구원은 "통신사는 전국 단위 백본망과 해저케이블 연동성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했다"라며 "6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통신사들이 기간망 등 네트워크 설비에 쏟아부었던 투자 재원도 AI 인프라망을 까는 것에 집중되고 있다. 통신사들이 주로 기지국과 네트워크 장비 수리, 확충 등에 쓰는 설비투자(CAPEX)는 줄어드는 추세다. SK텔레콤의 올 3분기 누적 CAPEX 금액은 1조16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줄었고 KT는 11.5% 감소한 1조4160억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18.4% 줄어든 1조3904억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