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세계 최초 상온 양자역학 현상 발견
KAIST 이경진·김갑진 교수팀, 서강대 정명화 교수팀 공동연구
양자역학적 '스핀펌핑' 관측…기존 고전역학 방식 대비 스핀전류 10배↑
![[서울=뉴시스] 철(Fe)과 로듐(Rh)의 합금인 FeRh에서 발생하는 양자적 스핀 펌핑 개략도. (사진=KAIST 이경진·김갑진 교수와 서강대학교 정명화 교수 공동연구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29/NISI20250129_0001759822_web.jpg?rnd=20250129203456)
[서울=뉴시스] 철(Fe)과 로듐(Rh)의 합금인 FeRh에서 발생하는 양자적 스핀 펌핑 개략도. (사진=KAIST 이경진·김갑진 교수와 서강대학교 정명화 교수 공동연구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상온에서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spin pumping) 현상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역학적 방식이 기존 고전역학적 방식보다 더 큰 전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고효율 양자 스핀 소자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AIST 이경진·김갑진 교수와 서강대학교 정명화 교수 공동연구팀이 기초연구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30일(현지시간 29일) 게재됐다고 밝혔다.
스핀(spin)은 전하, 질량처럼 전자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물리량 중 하나다.
전자는 전기적인 성질인 전하와 자기적인 성질인 스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물질 내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현상인 전류는 전하 이동으로 발생하는 '전하 전류'와 스핀의 이동으로 발생하는 '스핀 전류'로 나뉜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자기기는 전하 전류로 작동한다. 전류가 흐를 때 전자가 물질 내부의 원자와 충돌해 필연적으로 열이 발생하는데 이는 에너지 소모량 증가와 효율 저하로 이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의 많은 연구자는 전하 전류가 아닌 스핀 전류를 이용해 전자 소자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라고 한다.
스핀트로닉스 기술 구현의 핵심은 스핀 전류를 생성하는 것으로 열 발생을 줄일 수 있어 차세대 전자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전역학적 스핀 펌핑(a)과 양자역학적 스핀펌핑(b) 개략도. (사진=KAIST 이경진·김갑진 교수와 서강대학교 정명화 교수 공동연구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29/NISI20250129_0001759820_web.jpg?rnd=20250129203430)
[서울=뉴시스] 고전역학적 스핀 펌핑(a)과 양자역학적 스핀펌핑(b) 개략도. (사진=KAIST 이경진·김갑진 교수와 서강대학교 정명화 교수 공동연구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핀 전류 생성의 여러 방법 중 하나는 스핀 펌핑이다. 자성체와 비자성체를 접합했을 때 스핀이 세차운동(팽이를 회전시키면 회전축이 기울어지면서 빙빙 도는 운동)에 의해 자성체에서 비자성체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고전역학으로 생성되는 스핀 전류는 크기가 작아 실제 전자 소자에는 활용이 제한됐다.
공동 연구팀은 기존의 고전역학적인 스핀 펌핑 메커니즘을 넘어 양자역학적인 스핀 펌핑 현상을 예측하고 이를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양자역학적인 스핀 펌핑은 자화 방향이 고정된 상태에서 자화의 크기가 변할 때 발생하는데 이 경우 생성되는 스핀 전류가 기존 고전역학적인 세차운동에 비해 크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정명화 교수팀은 지난 2019년 자성박막에서의 스핀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이는 재료 분야 저명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실리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 교수 연구팀은 고품질의 철(Fe)-로듐(Rh) 자성박막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자성박막은 0.1마이크로미터(µm) 이하인 얇은 절연 기판 위에 자성 물질을 얇게 입힌 막이다.
김갑진 교수 연구팀은 자성박막의 독특한 특성을 활용해 큰 스핀 전류를 관측해 냈다. 이를 이경진 교수 연구팀이 양자역학적 이론으로 해석하고 추가적인 실험으로 증명하면서 최종 이번 연구가 완성됐다.
특히 대부분의 양자역학적 현상은 극저온에서만 관측되는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상온에서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 현상을 관측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고전역학적 방식에 비해 10배 이상의 스핀 전류를 생성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차세대 전자 소자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와 관련해 "스핀의 정적인 상태에 대한 연구를 넘어, 자기적 상태가 변화하는 동적인 스핀 상태에 대한 연구로 확장해 세계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스핀트로닉스 연구는 고전적인 스핀 운동을 이용해 온 반면, 이번 연구는 스핀의 양자적인 특성을 활용했기 때문에 응용 측면에서도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증명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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