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총재 "환율 상승에 양극화 심화…통화정책 더 정교하게 운영"[신년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6년 신년사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2/17/NISI20251217_0021099211_web.jpg?rnd=20251217144039)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환율 상승이 물가와 경기의 체감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원화 약세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내수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통화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순대외채권국으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만큼, 최근의 환율 수준만으로 과거 위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환율 상승이 물가 상승압력을 높이고, 내수기업 등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해 앞서 언급한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한·미 간 성장률·금리 격차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지목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가 단기적으로 외환수급 불균형을 키웠다며, 국민연금 해외투자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 해외투자가 국민경제 전체에 주는 영향을 연금의 장기수익률 보호와 함께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정부와 국민연금, 한국은행이 협력해 해외투자 '뉴 프레임워크(New Framework)'를 논의하기로 한 점을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물가와 성장 전망에 대해 이 총재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2.1%를 기록해 주요국보다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봤지만, 높은 환율이 지속될 경우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성장률에 대해선 "성장률이 1.8%로 작년의 1%에 비해 상당히 높아져 잠재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올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IT 부문을 제외할 경우, 성장률은 1.4%에 그치고 부문 간 회복 격차가 커 체감 경기와는 괴리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국제적으로 가격 수준이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유통구조 개선, 수입개방 확대 등 다양한 구조개혁 노력을 통해 물가수준을 낮추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다양한 경제지표를 자세히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소통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시장 기대에 후행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하지 말고, 정책여건이 변화할 때 그에 따른 통화정책 방향성을 적시에 설명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중요한 책임"이라며 "금통위원의 '향후 3개월 내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의 운용 방향 등을 재점검하면서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도록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외 통화신용정책 수단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를 지방 중소기업 등 취약 부문 중심으로 재정비하고, '은행 대출채권 적격담보 시스템'을 가동하는 한편 비은행권까지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과 디지털 전환·AI(인공지능) 혁신 대응도 언급했다. 블록체인 기반 국고금 관리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 한강' 2차 실거래를 추진하고, 한국은행 AI 언어모형을 공개해 공공·민간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대외 여건과 관련해서는 통상환경, 각국 통화정책 변화, 주요국 국채시장 불안, 글로벌 AI 투자에 대한 기대 조정 가능성 등을 올해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고령화로 인한 재정지출 증가와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정부 부채의 이자 부담 확대로 글로벌 장기 국채금리가 크게 상승했다"며 "우리나라 국채금리에 미칠 파급효과에 유의하면서 재정·금융의 경계선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투자협정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자금이 원화 약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외환시장 안정을 훼손하는 어떠한 결정에도 동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끝으로 "새해에도 여러 과제와 난관이 놓여 있다. 그 과정이 절대 쉽지는 않겠지만 '유지경성(有志竟成·뜻을 세우면 반드시 이룬다)'이라는 말처럼, 뜻을 모아 한마음으로 임한다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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