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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美 반도체 정보 요구…이젠 외교력으로 모색해야

등록 2021.11.08 16:00:11수정 2021.11.08 17: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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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美 반도체 정보 요구…이젠 외교력으로 모색해야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미국이 반도체 제조·공급업체 및 수요업체들을 상대로 요구한 기업정보의 제출 마감시한이 임박했다. 당초 관보에서 제시한 제출시한이 11월 8일(현지시간)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 기술평가국이 지난 9월24일 관보를 통해 게재한 내용에는 반도체 제품 설계 및 제조, 공급, 유통업체와 반도체 수요업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 결과를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사실상 공급과 수요를 막론하고 반도체 공급망과 관계가 있는 기업들 대부분에 해당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요구한 설문 항목에는 사실상 기업들에는 민감한 정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공급업체에는 반도체와 관련된 연간 매출 및 주문 잔고, 상위 3개 고객사 및 해당 판매 비율, 제품 재고, 생산 증설 계획 등을, 수요업체에는 구매 계획과 계약 기간, 공급 차질 내용, 반도체 소싱과 관련한 투자 계획 등을 묻고 있다.

고객사와 재고, 생산계획 등은 일반 기업들에도 영업비밀에 해당될 수 있는 사항이다. 더욱이 치열한 글로벌 생존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국내 반도체 제조기업들에는 사실상 기업 내부 정보를 고스란히 노출하라는 건 해당 기업의 경쟁력에 심각한 우려를 초래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미국의 이번 반도체 정보 요구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맞닿아있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해왔다. 앞서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와 UMC, ASE를 비롯해 미국의 마이크론, 이스라엘의 타워세미컨덕터 등 20여곳이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처럼 기업들에 민감할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계속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부족사태 때문이다. 기업의 정보를 정부가 받아 관리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지만 그만큼 불안정한 현 상황에 대한 미국의 다급함을 나타내는 방증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이에 대응해야 하는 곳이 민간의 영역인 개별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그나마 미국 정부가 정보 제출의 수준을 당초 요구보다 덜한 수위로 완화했다고 알려진 것이 안도할 만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초강대국인 미국이 요구하는 정보에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가부를 결정해 대응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막판까지 제출 수위를 고심하면서 저울질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미·중 간 갈등에서 촉발됐다는 것은 이 부분이 각 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뜻한다. 만약 미국 정부가 완고한 태도를 취하거나 또 다른 부문의 요구를 걸고 나선다면 국내 기업들로서는 또 다시 난감한 상황에 부닥칠 것이 뻔하다.

이런 가운데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오는 9일부터 워싱턴DC를 방문해 양국 통상 현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다. 당연히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한 협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뿐 아니라 산업을 둘러싼 국제적인 정세는 민간영역을 넘어선 외교의 영역으로 이미 확대돼있는 상황이다. 무역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한국에서 국내 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게 작금의 현실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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