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 속도전 치닫는 '플랫폼법' 규제

등록 2021.12.24 15:09:14수정 2021.12.24 17:07:4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자수첩] 속도전 치닫는 '플랫폼법' 규제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유통을 막기 위해 포털·SNS·인터넷개인방송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인터넷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인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작년 5월 국회를 통과하고, 지난 10일부터 유예기간 1년을 거친 뒤 적용됐다.

하지만 그간의 예고기간이 무색하게 시행 첫날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사전검열이다", "표현과 통신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다", "정작 사건을 촉발한 텔레그램 등 해외 사업자는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해외 사업자에 대한 집행력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법만 늘었다", "감수해야 하는 불편에 비해 실효성이 미미하다" 등 반발로 들끓었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n번방법이 시행된 지 이틀 만인 지난 12일 개정 필요성을 제기, 여당의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와 설전을 벌이며 대선 쟁점으로까지 부각됐다.

물론 법 시행 초반에는 혼란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논란은 모두 전문가와 IT 업계에서 애초부터 입을 모아 예견 및 우려했던 내용이다. 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가 충분치 않은 채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비판을 비켜나가기 어렵다. 실제 정부가 기업에 제공한 불법 영상물 방지 기술은 법 시행을 불과 3개월가량 앞둔 지난 8월 말 개발이 완료돼 충분한 사전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 문제는 플랫폼 생태계를 겨냥한 규제 조급증이 n번방법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당정이 추진하는 '온플법'(온라인플랫폼법)도 속도전 양상이다. 많은 전문가와 IT 업계 관계자들은 온플법이 산업 특성을 잘못 이해한 과잉입법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지난 7년 동안 플랫폼 법안과 관련 있는 논문 자체가 50편도 안 되는데 이런 정도의 학술적 근거를 가지고 이렇게 과감하고 신속하게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법 도입에 앞서 기업들에 자율규제와 자정 노력의 기회를 충분히 줬는지도 의문이다. 

더군다나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대한 규제 만능주의식 접근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한 현상황에서 토종 플랫폼사, 더 나아가 한국경제에 자충수가 될 뿐이라는 실리적·전략적 시각도 검토해야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플랫폼사 때리기’를 통해 표심을 잡으려는 것 아니고서야 플랫폼 규제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논의를 건너뛸 이유는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