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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건강신호등]새해 소망은 누구나 자신의 건강을 점검할 권리 갖기

등록 2022.01.03 12:00:00수정 2022.01.18 10: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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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건강신호등]새해 소망은 누구나 자신의 건강을 점검할 권리 갖기


[서울=뉴시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이화건강검진센터장)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건강해지는가? 이에 대해서는 실증적 연구가 많지는 않다. 일반건강검진의 효과에 대해서는 당뇨병을 국가건강검진에서 발견한 사람보다 진료를 통해 발견한 처음 발견한 사람의 사망률이 4배 정도 높다는 보고가 있었다. 또한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을 다음 번 검진에서 확인해보니 흡연, 음주, 신체활동부족 등 생활습관이 개선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간암, 폐암 등 6대 암에 대한 국가암검진은 이러한 암들이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경우 5년 생존률이 90% 이상이라는 점에서 예방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돈은 많이 들어도 좋으니 ‘형식적인’ 국가건강검진 말고 ‘종합검진’을 자세하게 해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국가건강검진은 일반인의 평균적인 건강위험을 고려해서 많은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검진항목과 주기를 선정하는 ‘과학적인’ 건강검진이다. 일반인보다 더 높은 질병위험을 가진 경우, 즉 가족력이 있거나 직업적인 위험요인에 노출되거나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장기이식수술 후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는 환자 등은 개인의 위험도에 따라 필요한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우리는 건강검진을 어쩌면 지나치게 많이 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건강검진은 어떻게 산업이 되었나'라는 연구보고서는 우리 사회에서 국가, 개인, 기업이나 단체가 건강검진에 지출한 비용은 각각 연간 1조원, 총액으로 3.4조~3.9조원이라 한다. 이 보고서는 우리 사회에서 상당한 경제적 규모를 가지고 있는 건강검진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하였다. 건강검진이 ‘산업화’되었다면 영리 추구 도구로 전락할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건강검진업무를 20년 넘게 하면서 질병예방을 하는 의사로서 진찰실에서의 경험을 통해 볼 때, 건강검진을 받는 개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분명하다. 수많은 사람들을 1~2년마다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훈훈한 이야기도 꽤 듣는다. 다음 검진에서 만났을 때, 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잘 치료받았다며, 그 때 검진받기를 정말 잘했다 하시는 분들도 있다. 몇 년 동안 혈당이 높은데도 치료하지 않다가 지난 번 검진 이후 진료를 받게 되었다며 그 때 설명을 잘 해주어서 고맙다는 분들도 있다. 지난 검진에서 상담하고 권고 받은 대로 운동을 열심히 해서 높았던 혈압이 정상이 되어 나타나시는 분들도 있다.

이런 경험이 일반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일반건강검진 내 의사 한 명이 만날 수 있는 최대 수검자는 하루에 백 명으로 정해져 있다. 즉 오전 4시간 기준으로 수검자 1명당 최소 2분을 할애할 수 있는 것이다. 수검자들이 길고 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상황에서 의사든 수검자든 필요한 대화를 나누기란 쉽지 않다. 검진의사들은 문진표에 특이 사항이 없는 경우는 빠른 시간에 확인해야 할 내용만 확인하고 문진을 종료한다.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는 경우에 집중해서 상담을 한다.

이런 ‘형식적인’ 국가건강검진도 안 받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 병원은 건강검진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위한 출장검진을 기획해서 몇 번 실시한 적이 있다. 10인 미만 소기업이 밀집한 지식산업센터, 모두가 사장님이지만 직원 하나 없이 바쁘게 일하는 화물트럭터미널, 프리랜서 방송작가들이 밀집한 지역 등이었다. 그럴 때는 평소 병원에서 만나는 사람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흡연율과 혈압수치를 보여 깜짝 놀라곤 한다. 각종 임상검사결과를 취합해서 검진결과를 판정할 때면 검사 상 이상소견은 어찌 그리 많은지, 또 한 번 한숨을 쉬게 된다. ‘건강검진 결과서를 읽어볼 시간은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건강을 위한 민간위탁사업을 하는 서울근로자건강센터에서 일할 때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곤 한다. 한번은 어떤 청년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건강 상담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혈압수치가 200/130이었다(정상은 120/80 미만임). 몇 년 동안 그 ‘형식적인’ 국가건강검진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정보통신업종 노동자로 몇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야근을 하고 있었다. 당장 병원으로 보내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한 번은 50대 초반 제조업 노동자가 와서 사업주가 휴가를 못 쓰게 해서 고혈압 약을 타러 갈 수가 없으니 ‘근무 중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사소견서를 써달라고 찾아오기도 하였다.

새해 첫날, 건강검진에 대해서 인터뷰를 했는데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하여 이렇게 말했다.
“새해에는 자신의 건강을 점검할 수 있는 권리를 누구나 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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