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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치솟는 배달비, 공시 효과는 글쎄

등록 2022.02.08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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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치솟는 배달비, 공시 효과는 글쎄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식품·공산품은 물론 배달비까지 치솟자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푸념이 나온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매출만 빼고 다 올랐다고 하소연 한다. 일각에선 포장된 음식을 직접 가져가는 '픽업'을 선택하거나 아파트나 공동주택 등에서 음식을 '공동 구매'해 배달비를 아끼자는 소비자들까지 나왔다. 직접 배달하거나 포장만 해야겠다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음식이 일상화되고, 자영업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달을 끊는 것은 모두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주문 후 조리돼 배달되는 음식인 '모바일 음식서비스' 거래액이 24조98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1% 증가하면 배달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어쩌다 배달비가 1만원을 웃도는 상황까지 갔을까. 업계에선 배달기사 공급 부족과 인건비 상승이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 한 집에 1건만 배달하는 단건배달 경쟁을 심화하면서 배달기사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묶음배달을 하고 있는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기사 인력 유지를 위해 음식점주와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배달대행업체들은 단건배달에서 촉발된 배달기사 인력 부족이 배달비 인상을 초래했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반면 배달 플랫폼은 수수료를 인상해도 단건배달은 적자이며,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비 인상의 주범이라고 항변한다. 다만 과도한 출혈 경쟁이 시장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배달비 인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에는 배달 플랫폼이 단행한 단건배달 수수료 인상도 체감 배달비 상승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쿠팡이츠는 지난 2년간 '중개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의 단건배달 프로모션을 운영했다. 하지만 지난 3일부터 '중개수수료 9.8%+배달비 최대 5400원(일반형)'으로 바꿨다. 배민도 다음 달 22일부터 '중개수수료 6.8%+배달비 6000원(기본형)'을 적용할 예정이다. 배달비는 자영업자가 자율적으로 고객과 나눠 부담한다.

당장 자영업자들은 부담이 늘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예컨대 쿠팡이츠에서 3만원짜리 음식을 시키면 점주는 기존에 중개수수료 1000원에 가령 배달비 3000원을 더해 4000원만 내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중개수수료 2980원에 배달비까지 더하면 5890원으로 늘어난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배달비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음식값에 녹이는 게 나을 것 같다" "배달비 5000~6000원을 다 받아야 할 것 같다"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치솟는 배달비를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극약 처방은 '배달비 공시제'다. 이달부터 매달 1회 배달플랫폼의 배달수수료 현황을 조사해 공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배달 생태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내놓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이미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가 공개돼 있는 데다 배달대행업체의 배달료는 지역, 거리, 날씨, 시간대마다 달라 매월 1회 공시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실제 배달비 문제는 소비자, 자영업자, 배달 플랫폼, 배달대행업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뾰족한 대안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만히 있어도 배달 음식 수요는 늘어난다. 문제는 배달기사 숫자가 따라주느냐다"며 "공급이 부족하면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게 시장 논리다. 정부가 배달기사 공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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