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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망무임승차법' 결론을 내릴 때다

등록 2022.12.02 09: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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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무임승차방지법 용두사미 전락 우려

통신사 이익 보전 위한 용도로 보는 시각에 밀려

국내 CP VS 소수 글로벌CP 협상 차별 방지해야

빅테크 골머리 세계 각국 규제당국 주목

첫 발의 후 3년 흘러…논의 종지부 찍어야

[기자수첩] '망무임승차법' 결론을 내릴 때다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한때 뜨거운 감자였던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잦아드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연내 법안이 국회 통과하지 않으면 사실상 입법화 자체가 좌초될 것이란 시각이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이어 글로벌 공룡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 횡포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으로 세계 규제당국의 주목을 받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일부 소수 글로벌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게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함에도 힘의 논리로 이를 무시하는 처사를 막겠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발의됐다. 국내 콘텐츠들과 해외 다른 기업들이 어떤 형태로든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하고 있는 현실에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일부 소수 기업만 '대규모 유저 파워'를 뒷배경으로 협상 테이블조차 앉지 않는 차별적인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이 법안을 두고 단순히 통신사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법안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고용량 트래픽에 따른 망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왜곡된 이용 질서를 바로잡자는 취지다. 현재의 시장 상황을 방관한다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와 디즈니, 메타 등 다수 해외 CP들이 넷플릭스, 유튜브 등 소수 CP의 망 사용료를 대신 분담하고 있는 형국이다. 넷플릭스, 유튜브 외에 다른 CP들로부터도 망 사용료를 받지 않으면 공평해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늘어나는 망 투자 비용은 고스란히 통신망 이용자들의 몫이 될 게 뻔하다. 아무리 힘이 센 CP라도 다른 CP들과 동등하게 협상 테이블에 나서달라는 것이 망 무임승차 방지법의 골자다.

하지만 유튜브의 공격적인 여론전에 밀려 국회마저 추진 동력을 잃어버린 모양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미국과의 통상 문제 마찰을 우려하는 듯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때 빅테크 갑질대책 TF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의 망 무임승차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이재명 당 대표가 대놓고 법안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힘이 빠졌다. 여기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까지 나서 국내 콘텐츠제공업체가 폭망할 수 있다며 말하는 등 당내 이견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는 어떨까.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는 상황 속 망 이용 거래에 대한 공정 원칙 수립이 중요한 상황임에도 오히려 망 중립성 법제화를 우선시한다.

해외에선 반대로 망투자비 분담 여론이 뜨겁다. 네트워크 품질 보장을 위한 망 고도화 비용을 통신사만 부담하는 게 아닌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 기업이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성명서를 내고 글로벌 콘텐츠 기업의 망 투자 기여를 촉구했으며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에 속한 17개 통신사 CEO 또한 망 운영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GSMA 정보통신기술(ICT) 정책담당 임원들이 한국을 방문, 국내 통신사들과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논의를 이어갔다. GSMA는 국내에 발의된 망 무임승차방지법과 현안에 대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GSMA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에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콘텐츠 기업의 망 투자 분담을 요구하는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발의된 지 벌써 3년이 흘렀다. 이제 논의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다. 정치 논리가 아닌 정당성 관점에서 이번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 세계 최초 초고속 인터넷 구축을 바탕으로 ICT 강국으로 올라선 우리나라가 또 한 번 전세계를 주목하게 만든 법안인 만큼 책임감 있는 추진력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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