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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보드]코트에 부는 '젊은 리더십'

등록 2023.02.14 08: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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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유도훈 베테랑 감독들 중하위권에서 고전…이상범, 시즌 도중 물러나

쌍둥이 조상현·동현 감독, 4강 PO 직행 경쟁…전희철 감독은 지난 시즌 챔피언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KBL 서울 SK 나이츠 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SK 전희철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2.12.2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KBL 서울 SK 나이츠 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SK 전희철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2.12.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5라운드가 진행 중인 2022~2023시즌 남자 프로농구 KBL에서 젊은 리더십이 화두로 부상했다.

1973년생인 전희철(50) 서울 SK 감독은 지난 시즌 사령탑으로 부임해 감독 데뷔 시즌에 팀을 통합 챔피언으로 이끌며 단숨에 지도력을 입증했다.

코치 시절 선수들과 컴퓨터 게임을 함께 즐길 만큼 허물없이 지낸 특유의 '형 리더십'이 호성적과 함께 더욱 빛났던 시즌이다. 코트와 훈련장에선 깐깐하고, 불같은 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킨십을 중요하게 여긴다.

최근에도 구단이나 연맹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코트에서와 달리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소통에 집중했다. 4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쌍둥이 형제 감독의 약진이 특히 눈에 띈다. 1976년생 조상현(47) 창원 LG 감독과 조동현(47)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이다.

시즌 전만 해도 중하위권으로 평가받던 두 팀은 비웃기라도 하듯 각각 2위(LG·27승14패)와 3위(현대모비스·24승17패)로 4강 플레이오프 직행(1~2위)을 두고 경쟁 중이다.

[서울=뉴시스]프로농구 조동현(왼쪽)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과 조상현 창원 LG 감독

[서울=뉴시스]프로농구 조동현(왼쪽)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과 조상현 창원 LG 감독

현역 시절 명슈터로 활약했던 조상현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을 지내다가 지난해 4월 LG 지휘봉을 잡았다. 무색무취, 맹목적인 공격 농구로 평가받던 LG 농구를 완전히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즌 초반 주장 이관희의 출전 시간을 과감하게 조절하며 역할을 인지하게 하는 방식으로 선수단을 장악했다.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해 선수마다 코트에서 존재감을 뽐낼 수 있도록 틀을 잘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KT 감독을 지내다 성적부진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던 조동현 감독은 친정 현대모비스로 돌아와 유재학 감독을 보필하다 감독으로 승격했다. 지난해 6월 현대모비스 사령탑에 올랐다.

현대모비스는 전통적으로 조직적인 농구를 추구하는 팀이다.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어리지만 과감한 로테이션과 전술로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김승기(51) 고양 캐롯 감독은 2015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대행으로 감독 경력을 시작해 경험이 풍부하다. 전희철 감독과 함께 1970년대생 감독의 선두 주자로 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KBL 리그 원주 DB 프로미 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원주 DB 김주성 감독대행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3.02.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KBL 리그 원주 DB 프로미 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원주 DB 김주성 감독대행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3.02.13. [email protected]

주입식 지도에 강점이 있다. 발언이나 행동에서 거칠다는 인상을 많이 주지만 성과로 보여주겠다는 타입이다.

김 감독은 인삼공사 지휘봉을 잡고 2020~2021시즌 챔피언에 올랐고, 2021~2022시즌에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20~2021시즌에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10전 전승'으로 퍼펙트 챔피언에 올랐다. KBL 역대 최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인삼공사를 떠나 신생 캐롯의 지휘봉을 잡았다. 구단의 재정 상태 때문에 불안정한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21승19패로 5위에 자리했다.

이와 반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전창진(60) 전주 KCC 감독은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FA를 통해 전주 KCC 이지스에 입단한 이승현, 허웅이 24일 서울 서초구 KCC 본사에서 열린 입단식 및 기자회견에서 전창진 감독과 기념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2022.05.24.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FA를 통해 전주 KCC 이지스에 입단한 이승현, 허웅이 24일 서울 서초구 KCC 본사에서 열린 입단식 및 기자회견에서 전창진 감독과 기념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2022.05.24. [email protected]

당초 영입하려고 했던 외국인선수 타일러 데이비스가 합류하지 않으며 계획이 모두 꼬였다. 설상가상으로 비시즌 자유계약(FA)을 통해 영입한 대어 허웅, 이승현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17승22패로 7위에 머물러 있다. FA 시장의 '큰 손'으로 나서며 우승후보로 불렸던 걸 감안하면 매우 부진한 성적표다.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외국인선수 론데 홀리스 제퍼슨마저 태업 논란 속에서 팀을 떠났다.

2009년부터 인천 전자랜드(현 가스공사)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유도훈(56) 감독도 상위권에 자리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10개 구단 중 9위까지 밀렸다. 가스공사는 최근 창단 최다 8연패에 빠지며 13승27패를 기록 중이다.

원주 DB를 이끌던 이상범(54) 감독은 올해 1월 초 성적부진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유일하게 시즌 도중 사령탑이 바뀌었다.

[서울=뉴시스]대구 한국가스공사 유도훈 감독 (사진 = KBL 제공)

[서울=뉴시스]대구 한국가스공사 유도훈 감독 (사진 = KBL 제공)

김주성(44)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농구계에선 이변이 없는 한 김 감독대행의 감독 승격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 지도자 모두 유재학(60) 현대모비스 총감독과 함께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명성을 떨쳤던 이들이다.

서동철(55) 수원 KT 감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올랐지만 단기전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쓸쓸하게 시즌을 접었다. 이번 시즌 6위(18승23패)에 자리했지만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5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경기력이다. 플레이오프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

감독의 나이, 지도 방식이 성적으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KBL의 지도 패러다임이 점차 젊어지며 새로운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예외도 있다. 국가대표 사령탑을 지냈던 김상식(55) 감독은 부임 첫 시즌에 31승11패로 인삼공사를 단독 선두로 이끌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DB 이상범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3.01.0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DB 이상범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3.01.04. [email protected]

기존 탄탄했던 선수 구성에 김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시너지를 냈다. 인삼공사는 전임 김승기 감독의 타이트한 스타일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던 팀이다. 정반대 성향의 두 지도자 체제에서 좋은 경기력과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삼성은 야심차게 대학교 지도자 출신인 은희석(46)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열정은 10개 구단 감독 중 최고로 꼽히지만 12승28패로 최하위다. 삼성은 과거 자율을 중시했던 팀 컬러에서 벗어나 '적당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판단해 은 감독을 영입했다.

한 전직 감독은 "감독의 나이, 지도 방식, 팀 환경이 모두 제각각이다.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감독 입장에선 구단, 선수와 어떤 궁합을 이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게 능력이다"며 "최근 감독과 선수들의 관계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상을 준다. 결국 감독이 모든 걸 책임지는 자리 아닌가. 성적으로 말하면 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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