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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챗GPT에게 밥그릇 빼앗기지 않으려면

등록 2023.02.17 09:00:00수정 2023.08.31 1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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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인간을 대신해 단순·반복적인 업무 수행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 영역까지 넘보는 시대

인공지능이 대체할 직업으로 기자 지목돼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지식으로 똑똑해져

사실 기반 정보 제공자 더 중요해져

인공지능 편향성 논란…국정감사 단골 소재

기자도 사람의 마음 움직이는 콘텐츠와 팩트 전달 중요

[기자수첩] 챗GPT에게 밥그릇 빼앗기지 않으려면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인공지능 개발은 악마를 소환하는 일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과거에 한 말이다. 그런데 그가 공동 투자한 미국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AI에서 대화형 챗봇 '챗GPT'을 내놔 세상을 놀라게 했다.

머스크의 말대로 인공지능이 인류 문명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이 지구상에서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이유는 강력한 두뇌를 가졌기 때문인데 인공지능, 나아가 초지능의 출현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으로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미래가 인공지능에 의해 좌우되는 세상이 닥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엔 동의하기 어렵지만, 이미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거뜬히 해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면 수많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기계가 인간의 육체 노동을 대신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 영역까지 넘볼 수 있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직업으로 자주 언급되는 게 기자다. 이미 일부 언론사는 기업이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인공지능에게 작성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반대로 기업도 언론사에 배포할 보도자료를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실제 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토대로 챗GPT에게 기사 작성을 맡겼더니 꽤 그럴 듯한 결과물을 내놨다. 핵심 내용만 추려내 제목까지 뽑아준다.

이렇게 똑똑한 인공지능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딥러닝, 머신러닝 등 수많은 전문용어가 있지만, 쉽게 말하면 인간이 축적한 지식과 정보를 컴퓨터에 학습시킨 결과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결과물은 인간이 만든 논문이나 학술 자료, 기사, 문헌 등을 기반으로 한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일상에 파고들 수록 사실에 기반한 정보 제공자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혹자는 가짜뉴스 제공의 온상으로 언론사를 지목하기도 한다.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며 가짜뉴스라 규정하고 비판하는 독자도 상당하다. 그럴 수 있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이나 정치·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가치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립성과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게 가능할까. 지금도 유튜브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이용자들의 확증 편향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국정감사 단골 소재로 네이버와 다음의 포털 뉴스 서비스 배열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데 말이다.

한 인공지능 개발자는 "현재 인간의 뇌도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모르는 판에,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속속들이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제 언론사도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 엇비슷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자극적인 제목 장사로 클릭수에 의존하는 시대도 저물어간다. 속도와 양적 측면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기긴 어렵다.

인공지능에게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와 사실에 기반한 뉴스 제공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던 기자의 반성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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