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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현, 쿨하지 않는 게 없으면 좋겠다

등록 2023.02.24 09: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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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11' 준우승 래퍼…깔끔한 허스키 목소리가 매력

오늘 더블 싱글 '미트나이트 로' 발매

[서울=뉴시스] 허성현. 2023.02.24.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허성현. 2023.02.24.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떤 사람들은 랩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을 배우려 한다. 래퍼 허성현(25)이 그런 경우다. 모든 곡은 자신의 경험담이 바탕이라는 이 젊은 래퍼는 일상이랑 랩은 일치돼야 한다고 여긴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 11(2022)에 출전하면서 처음부터 준우승이 목표(실제 허성현은 1위 이영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였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우승을 하게 될 경우 '우승자'라는 꼬리표로 인해 정작 하고 싶은 음악을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허성현이 24일 오후 6시 발매하는 더블 싱글 '미트나이트 로(Midnight law)'는 그의 향후 음악적 방향성을 가늠하게 만드는 두 곡이 실렸다.

래퍼 스키니 브라운(Skinny Brown)이 힘을 실은 첫 번째 타이틀곡 '미드나이트 로'는 감성 힙합. 두 번째 타이틀곡이자 뮤직비디오로도 만날 수 있는 'HDYF'은 허성현과 대비되는 톤을 지닌 래퍼 해쉬 스완(Hash Swan)의 피처링으로 이질감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두 곡 모두 작업을 하다가 각각 스키니 브라운과 해쉬 스완이 함께 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피처링을 부탁했다.

허스키하면서 깔끔한 목소리를 지닌 허성현은 이런 아이러니함으로 호소력을 발휘한다. 최근 홍대 앞에서 만난 허성현은 "스스로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더블 싱글인데요. 각각 어떤 곡입니까?

"'미드나이트 로'는 헤어진 사이엔 밤 늦게 전화를 걸거나 술 먹고 찾아가면 안 된다는 법칙 같은 게 있잖아요. 하지만 오늘은 그걸 깨겠다는 내용의 노래예요. 'HDYF는 '하우 두 유 필(How Do You Feel)'의 약자인데 제가 원래 이런 식으로 제목을 잘 지어요. '쇼미더머니' 이후 무작정 저를 안 좋게 보거나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죠. '너네가 아무리 날 싫어해도, 난 여기까지 왔고 더 올라갈 준비가 됐어. 너네 기분이 어때'라고 묻는 곡입니다."

-'쇼미11'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처음 내는 곡이라 고민이 많았을 거 같아요.
[서울=뉴시스] 허성현. 2023.02.24.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허성현. 2023.02.24.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고민은 평소에도 어떤 곡이든 낼 때마다 생각을 많이 해요. 다만 이번엔 앞으로 제가 할 음악의 방향성을 선보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두 개의 상반된 장르로 트랙을 준비했죠. 첫 번째 곡은 예전에 훅(Hook)만 스케치했었는데 '쇼미' 이후 보완을 했고 두 번째 곡은 첫 버스(Verse)는 '쇼미11' 3차 게릴라 사이퍼 미션 때 했던 버스에 훅, 투 버스를 새로 만들어서 추가한 곡이에요."

-'쇼미11' 경연 과정은 어땠나요? 우승을 하지 못해 아쉽지 않았나요.

"타이트하게 미션이 진행됐어요. 짧으면 3일 내에 준비해야 했거든요. 너무 바빠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끝나니까 더 힘들어요. 하하. '쇼미'에선 시키는 미션을 하면 됐는데 이제 제가 주도해서 해야 하니까요. 행사에서도 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스스로 생각해야 하니까 훨씬 힘들죠. 우승 못한 건 전혀 아쉽지 않아요. 저는 참가하기 전부터 2등이 목표였어요. 2등을 차지해서 너무 기뻐요. 2등도 너무 큰 성과잖아요.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음악 방향은 강한 랩만이 아닌데 랩 서바이벌 우승을 했다면 꼬리표가 붙었을 거예요. '랩 서바이벌 우승자인데 왜 이런 거 해'라는 의문 같은 거요. 그런 수식이 붙는 게 너무 싫어요. 이번 '쇼미' 참가가 세 번째였는데 항상 전보다 높은 성과를 거뒀어요. 이제 1등 밖에 안 남았는데 안 나가도 되는 거죠. '쇼미'에서 가장 좋았던 건 음악하는 사람들을 만난 거예요. '이렇게 랩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런 태도에서 멋이 느껴지구나'를 많은 사람들을 보고 겪으면 깨달았어요. '쇼미11' 준우승 이후 없던 행사도 들어오고, 콘텐츠 관련 댓글 반응도 많아졌어요. 길에서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늘어 길거리엔 안 나가는 편이에요. 하하."

-언더그라운드에서 활약하다 2021년 힙합 메인 레이블인 아메바컬쳐와 계약을 했어요.

"음악 작업 외 부분이 줄어들었어요. 작업을 위해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야 할 때 회사에서 도움을 주셔서 전 제 음악에만 더 집중할 수 있죠. 제일 큰 부분은 사장님인 '다듀'(다이나믹 듀오) 형님들이에요. 예전에 이 분들이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게 꿈이었는데 정말 들어주시는 거잖아요. 그래서 훨씬 작업에 대한 집중도와 퀄리티가 높아졌어요. 음악적 방향에 대해 터치하신 적은 없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해 응원을 해주시죠. '신나게 불렀으면 좋겠다' 정도의 조언만 해주십니다. 이번에도 '되게 좋더라'고 해주셨어요. 다듀 형들의 존재는 제 꿈의 상징이에요. 형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 음악에 더 솔직하고 떳떳해질 수 있어요. 더 좋은 걸 만들기 위한 동기부여도 되고요. 다듀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르면서 랩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고요. 제가 자타공인 '다듀 키드'인데 최근 최자 형이 결혼 발표를 하시면서 '그게 아니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있어요. 진짜 아들이 생기면요. 이미 개코 형은 아들이 있어서 제가 서자 느낌이긴 했는데 더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들긴 해요. 하하. 항상 저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고민이었는데 회사에 들어와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어요.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더 진지해졌어요."

-허성현 씨 다운 건 뭔가요?

"제 감정을 솔직하게 담는 게 저다운 거 같아요. 가사를 봤을 때 '꾸며졌다' '예쁘게 쓰려고 했다' '사실이 아니 게 들어갔다' 등이라고 느끼지 않게 하는 거요. 쓰고 싶은 주제에 따라 장르는 항상 열려 있어요."
[서울=뉴시스] 허성현. 2023.02.24.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허성현. 2023.02.24.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HDYF는 본인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곡이라고 했는데 악플 중에 특히 마음을 아프게 한 게 있나요?

"저 '악플' 찾아보는 걸 좋아해요. 친구들과 모여서 '악플 발표회'도 열어요. 그런데 타격이 거의 없다시피 해요. 그럼에도 매일 찾아봐요. 일단 재밌어요.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욕을 하는 사람들은 고민하고 참신하게 하거든요. 선플 중에선 '건강은 나중에 챙기고 앨범부터 만들어'가 생각나요. 하하. 제가 '힘들다 할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쇼미11' 출연 전인 지난해 7월 낸 첫 번째 정규앨범 '926'이 개성 강한 좋은 음반이었는데 덜 주목 받았습니다.

"그 부분이 가장 아쉬워요. 전 95% 이상 만족한 앨범이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걸 다 담았어요. 사운드적으로, 가사적으로 다요. 주제, 비트도 그렇고요. 근데 주변분들은 '대중적인 느낌은 없다'고 반응 하셨어요. 저 역시 결과엔 만족하지만,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앨범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대중성, 비대중성을 나누는 건 안 좋아해요. 미국 힙합 기준으로 누가 봐도 비대중적인 가사를 따라부르잖아요. 한국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목소리가 허스키하면서도 미성이에요.

"저는 제 목소리를 별로 안 좋아해요. 지금도 계속 고치려고 해요. 지금 목소리도 낮춰서 얘기하는 거예요. 제 목소리가 얇아요. 그게 스트레스예요. 말하는 목소리 자체도 낮고요. 랩의 톤도 바꾸려고 노력 중입니다. (대중은 허성현 씨 목소리 톤을 좋아란다고 묻자) 많은 분들이 좋아했으면 해서 낸 목소리는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목소리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좀 낮았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다듀의) 최자 형이나 저희 회사 소속인 따마 형처럼요. 낮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를 좋아해요. (개코 씨가 KBS 2TV '박재범의 드라이브'에서 허성현의 보컬에 대해 '타락한 아이 느낌'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 묻자) 부러 노래할 때와 랩 할 때의 목소리를 다르게 내려고 하는 편은 아니에요. 사실 보컬 연습을 오래 해왔어요. 랩보다 보컬 연습에 더 신경을 쓰기도 해요. 사실 곡 작업하면서 발라드로 적은 것도 여러 개 있어요. 시기가 맞거나 제가 내고 싶으면 낼 수도 있습니다."

-최근 유명 레이블이 해산하는 등 힙합의 위기라는 말이 나와요. Z세대 래퍼가 보기엔 어때요?
[서울=뉴시스] 허성현. 2023.02.24.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허성현. 2023.02.24.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시장이 변한 거지, 힙합하는 사람들이 변한 건 아니에요.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건 힙합이라 그대로 하면 되는 거죠. 저 하던 거 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힙합은 멋있기 위해 하는 거예요. 멋이 중요한 문화죠. 힙합은 하는 사람이 드러날 때 멋있는 거 같아요. 그 사람의 겉모습과 음악이 매치될 때 멋있죠. 말투나 인터뷰가 음악에서 그대로 나올 때, 사람 자체가 음악으로 표현될 때가 '멋진 힙합'이에요."

-타투는 어떤 의미가 있어요?

"큰 의미는 없어요. 앖다. 목에 있는 타투는 제가 좋아하는 래퍼인 ('XXX'·'김심야와 손대현' 멤버) 김심야 선배님을 좋아하는데 목에 타투가 있어서 한 거예요. 그 분의 가사에서 뭔가를 많이 느껴요. 아프고 찔려요. 찔리다는 건 그 자체에 동의한다는 건데 전 그렇게 못하니까…. 그래서 제가 가야 할 방향성이 어디인지 보여주신다고 느낍니다."

-어릴 때 춤을 췄다고요.

"첫 번째 꿈이 춤이었어요. 스트릿댄스를 추는 비보이로 시작했죠. 어번을 비롯 모든 춤을 즐기면서 췄어요. 강원예술고등학교에 기숙사가 있어서 거기서 연습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원을 했죠. 거기는 순수예술 학교라 스트릿이 없어 현대무용을 전공했어요. 학교 과제로 인해 바빴지만 점점 현대무용이 재밌어지기도 했죠.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이 됐을 때 원주 인문계로 전학을 갔어요. 척추뼈 하나가 튀어나와 바닥을 이용한 춤을 출 때마다 부어올랐거든요. 그 때부터 춤은 그만뒀죠. 지금은 몸치예요. 몸을 움직이는데 부자연스러워요. 어릴 때부터 그렇게 힙합 문화를 멋있다고 여겼어요."

-래퍼로서 청사진은 무엇인가요?

"처음 시작할 때 목표는 '밥은 굶지 말아야지'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따듯한 작업실을 제공 받고 밥 잘 챙겨먹으니까 정말 좋은 환경이죠. 다만 제가 굉장히 변덕이 심한 타입이에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울 수 없을 만큼요. 당장 내일의 계획도 바뀔 수 있어서 모레가 어떻게 될 지 모르죠. 그래서 10년 뒤에 제가 어떤 모습일지 스스로도 궁금해요. 그런데 '멋있는 사람이 되자' '쿨한 사람이 되자'는 건 있어요. '떳떳하다' '멋있다' '부끄럽지 않겠냐' 등을 모으면 쿨한 거 같아요. 제가 나아가는 행보에서 쿨하지 않는 게 없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쿨하게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자신감이 커서 랩을 시작했고, 지금은 더 커졌어요. 자신감은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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