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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1호 사건' 대책 내놓은 축구협회…봉합 계기 될까

등록 2023.03.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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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의료 개선방안에 선수들 확답 안 해

협회와 일부 스타선수 간 힘겨루기 해소해야

[도하(카타르)=뉴시스]안덕수 트레이너. (캡처=안덕수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도하(카타르)=뉴시스]안덕수 트레이너. (캡처=안덕수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클린스만호 첫 소집을 앞둔 대한축구협회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논란이 됐던 '2701호 사건'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축구대표팀 의료 운영 시스템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 일부 선수들이 이번 방안에 대해 아직 수용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향후 선수들과 축구협회 간 충돌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제기된다.

축구협회는 지난 17일 누리집을 통해 '대표팀 의료 운영 시스템 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이 방안의 핵심은 팀 닥터의 권한을 강화해 의무 트레이너를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선수가 외부에서 개인 의무 트레이너를 데려오는 것이 허용되기는 하지만 이들 외부 트레이너 역시 축구협회가 요구하는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며 축구협회 팀 닥터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게 요지다.

문제는 선수들이 이를 전향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축구협회는 "최근에는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했던 중고참급 선수 10여명에게 협회의 개선안을 전달하고 의견 회신을 요청했다"며 "회신을 해온 대부분의 선수들은 찬반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고 '이번 3월 대표팀 소집기간 중에 더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협회의 개선 방안에 확답을 하지 않은 것은 이번 사안이 단순히 외부 개인 의무 트레이너를 허용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 첫 경기 우루과이전을 이틀 앞둔 11월22일 일부 고참급 선수들은 협회 대표팀 책임자를 찾아가 손흥민의 개인 전담 트레이너인 안덕수씨를 협회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며 '현장에 와 있는 협회 의무팀장 A씨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귀국시키라'고 요구했다.

이후 일부 고참급 선수들은 협회 관계자와 의료진에게 부적절한 발언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는 선수들의 압박에 못 이겨 해당 의무팀장을 숙소에 숨겨두기까지 했다.

12월6일 월드컵 16강전이 끝난 뒤 안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2701호에선 많은 일들이 있었고, 2701호가 왜 생겼는지 기자님들 연락 주시면 상상을 초월할 상식 밖의 일들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앙숙 관계인 축구협회 의무 트레이너들을 겨냥한 불만을 표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협회는 지난 1월10일 이들 일부 고참급 선수들의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고 보고 월드컵 당시 일련의 일들을 세세히 공개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그러면서도 고참급 선수들이 업무 배제를 요구한 의무팀장을 A대표팀에서 연령별 대표팀으로 내보내면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도 취했다.

결국 이번 사건의 본질은 국가대표팀 인사에 관여하려 한 일부 고참급 스타 선수와 이를 저지하려는 축구협회 간 힘겨루기로 풀이할 수 있다.

고참급 선수들이 주도한 행위인 탓에 조규성 등 후배 선수들은 해당 문제에 관한 언급을 피하는 등 대표팀 분위기가 여전히 어수선한 부분도 있다. 그런 탓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축구협회의 개선 방안에 확답을 하지 않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축구협회는 축구계의 전설적인 선수 출신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면서 주도권 되찾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실제로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지난달 28일 클린스만 감독 선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대표팀에는 경험이 많고 좋은 선수들이 많다"며 "(현 대표팀에는) 리더의 강함이 필요하다. 팀을 지도하고 스타를 지휘할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타 플레이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 선수들에게 밀려 의무팀장을 방출했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됐다가는 자칫 선수들에게 휘둘릴 수 있다는 게 축구협회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전술적 역량에 다소 물음표가 달린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것 역시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일부 선수들의 대표팀 인사에까지 개입하면서 선을 넘은 만큼 이런 일이 재발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게 협회 안팎의 목소리다.

이에 따라 협회가 내놓은 대책과 함께 클린스만 감독의 향후 행보에 따라서도 대표팀의 갈등을 봉합하고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부가 갈릴 수 있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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