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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성과급 거절한 크래프톤 CEO 왜?

등록 2023.03.21 13: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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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성과급 자진 반납, 연봉 20억→10억 반토막…책임 경영 의지

소액주주 3%룰 위해 결집…주총서 장병규·김창한 연임 반대 목소리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재판매 및 DB 금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로 유명한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가 거액의 성과급을 자진 반납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신작게임의 흥행 실패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책임 경영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크래프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창한 대표의 지난해 상여금은 1800만원으로 전년 11억5000만원 대비 11억원 넘게 줄었다. 김 대표가 회사에 요청해 성과급 수령을 거절한 영향이다.

크래프톤은 재무적·비재무적 성과에 따라 산정된 보상 재원을 전년도 비계량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연간 급여의 0%~400% 내 연간 1회 지급하고 있다. 이같은 기준으로 2021년 성과급이 책정됐지만 김 대표는 받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해 급여 10억1100만원, 상여 1800만원, 기타 근로소득 600만원 등 총 10억35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이는 전년(20억6500만원)과 비교하면 49.9% 감소한 수치다.

최고경영자(CEO)가 성과급을 자진 반납하는 것은 이례적 행보라는 평가다. IT업계에서 지난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기업의 CEO들이 주가와 연동해 성과급을 받겠다고 선언하는 등 장기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사례는 늘고 있지만 성과급을 반납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크래프톤 경영진 중에서도 성과급을 고사한 것도 김 대표가 유일했다. 다른 경영진들은 수십억원대의 보수를 받았다.

크래프톤은 김 대표가 성과급을 거절한 배경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최근 부진한 주가 흐름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이날 오전 크래프톤 주가는 16만9000원대 거래되고 있다. 이는 공모가인 49만8000원 대비 66% 하락한 수치다. 지난 2021년 8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이후 지속적인 내리막이다.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 활용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우려와 신작 부재가 이어진 영향이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로 만회를 노렸지만 예상 대비 부진한 성과를 거두면서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지난해 초 200억원 사재를 들여 크래프톤 지분을 매입하며 주가 부양에 나섰다. 또 크래프톤 주가 급락으로 우리사주 보유 직원들이 손실을 보면서 장 의장이 지난해 8월 200억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시장 침체와 신작 부진 등으로 주가 부진이 계속되면서 크래프톤은 올해 조직장급 이상 연봉을 동결하고 조직장 재량에 따라 주2회 재택근무를 허용했던 근무제도도 주1회로 변경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했다.

또 올해에는 퍼블리싱 역량을 강화를 통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자체 개발 및 산하 독립 스튜디오 개발 타이틀 중심에서 외부 개발사 지분 투자 및 퍼블리싱 기회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전날에는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개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일반 매치 개선, 신규 맵 '네온(가칭)' 추가, 클랜 시스템 추가, 불법 프로그램 근절 모니터링 등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또 최근 인도에서 서비스가 금지됐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가 서비스를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현지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인도 매체 News18은 BGMI가 약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장병규 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상반기 내 서비스 재개를 기대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주가치 제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톤이 오는 28일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뿔난 주주들을 달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크래프톤 일부 소액주주들은 '크래프톤 개인주주 행동주의 3% 모집'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상법상 의결권이 있는 3%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위임장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주주총회소집청구권, 주주제안권, 회계장부열람권, 이사 및 감사 해임청구권, 업무 및 재산상태검사청구권, 집중투표청구권, 청사인 해임청구권 등을 사용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일부 소액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이사해임건을 건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김창한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첫 연임에 도전한다. 아울러 장병규 의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도 주총 안건에 상정됐다.

크래프톤은 이번 주총에서 윤구 전 애플코리아 사장과 정보라 한국신용데이터 고문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사보수한도 금액을 100억원으로 동결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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