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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의 포효·무라카미의 부활타…日 결승 견인

등록 2023.03.21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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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4강전서 9회 2루타로 끝내기 발판

부진하던 무라카미, 결정적 한 방으로 승리 견인

[마이애미=AP/뉴시스] 일본 야구 대표팀의 오타니 쇼헤이. 2022.03.20

[마이애미=AP/뉴시스] 일본 야구 대표팀의 오타니 쇼헤이. 2022.03.20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는 1점차로 끌려가 패색이 짙던 9회 2루타를 날린 후 거침없이 포효하면서 일본 야구 대표팀을 일깨웠다.

그간 부진을 거듭하며 4번 타자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던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 스왈로즈)는 믿음에 보답하는 시원한 끝내기 2루타를 작렬했다.

일본 야구 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전에서 멕시코에 6-5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일본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결승에 올라 통산 3번째 우승을 노리게 됐다. 2006년 WBC에서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일본은 2009년 대회 2연패를 달성했지만, 2013년과 2017년에는 4강에서 각각 푸에르토리코, 미국에 져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일본의 결승 진출 과정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주연은 오타니와 무라카미였다.

일본이 4강전 선발로 내세운 '영건'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는 4이닝 5피안타(1홈런) 3실점으로 흔들렸다.

4회초 위기를 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2사 후 연속 안타를 맞고 1, 2루 위기를 자초한 사사키는 루이스 우리아스(밀워키 브루어스)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선제 3점포를 헌납했다. 우리아스는 사사키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후 일본은 타선이 번번이 찬스를 놓치면서 끌려갔다. 2회말 선두타자 출루에도 오카모토 가즈마(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병살타가 나오면서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4회말에는 2사 1, 2루에서 무라카미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5회말에는 장타성 타구가 멕시코 좌익수 랜디 아로사레나(탬파베이 레이스)의 호수비에 막히면서 2사 만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6회말에도 2사 만루에서 겐다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일본은 7회말 2사 1, 2루에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가 동점 우월 3점포를 쏘아올려 동점을 만들었지만, 8회초 다시 2점을 내줬다.

일본은 8회말 1사 2, 3루의 찬스에서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하는데 그쳤을 뿐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9회 대반전이 일어났다.

9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멕시코 마무리 투수 지오바니 가예고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날렸다. 지오바니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장타로 연결했다.

후속타자 요시다가 볼넷을 골라내 만들어진 무사 1, 2루의 찬스에서는 무라카미가 좌중간 펜스를 맞추는 타구를 날렸다. 오타니와 대주자 슈토 우쿄(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모두 홈을 밟으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오타니는 4강전에서도 슈퍼스타다운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으로 투타 겸업을 이어가는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도 투수, 타자로 모두 빼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이날도 3번 지명타자로 나서 4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으로 활약한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 타율 0.450(20타수 9안타) 1홈런 8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OPS(출루율+장타율)가 1.421에 달한다.

[마이애미=AP/뉴시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 진출에 성공한 후 기뻐하는 일본 야구 대표팀. 2022.03.20

[마이애미=AP/뉴시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 진출에 성공한 후 기뻐하는 일본 야구 대표팀. 2022.03.20

투수로는 중국과의 1라운드 1차전,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 선발 등판해 8⅔이닝을 던지며 2실점했다. 평균자책점은 0.69다.

오타니는 일본 대표팀의 더그아웃 리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날도 오타니는 9회 2루타를 친 후 선수단을 독려하기 위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오타니는 1루를 돌면서 헬멧을 벗어던졌다. 전력 질주를 하면서 포기하면 안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일본 더그아웃에 전달했다. 2루에 선 오타니는 일본 더그아웃을 향해 크게 포효하면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팀이 끌려가는 가운데서도 더그아웃에서 다른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중계에 적잖게 잡혔다.

이어 작렬한 무라카미의 끝내기 2루타는 그간의 부진과 설움을 씻어내는 한 방이었다.

일본은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일본인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56홈런)을 세웠던 무라카미가 이번 대회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무라카미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이 0.235에 그쳤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중심타선에서 무라카미를 빼지 않았다. 8강전과 이날 경기에서도 타순만 4번에서 5번으로 조정했다.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3타수 2안타 1타점 3득점으로 조금 살아나는 듯 했던 무라카미는 이날 다시 주춤했다. 세 차례나 삼진을 당하면서 찬스 때마다 흐름을 끊었다.

2회말 선두타자 요시다가 안타를 날렸지만, 무라카미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3회말에도 1, 2루의 찬스에서 루킹 삼진을 당했다. 5회말 1사 1루에서도 삼진으로 돌아선 무라카미는 요시다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7회에는 3루 뜬공을 쳤다.

9회말 무사 1, 2루의 찬스에서 구리야마 감독은 번트를 지시하지 않고 강공으로 밀어붙이며 무라카미의 '한 방'에 기대를 걸었다. 결국 무라카미는 일본이 원하던 결과를 냈다.

오타니는 경기 후 "쉽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경기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9회에는 볼넷이라도 좋을 것 같았다. 반드시 출루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2루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이 컸다"고 전했다.

이어 "9회에 내가 출루하면 요시다든, 무라카미든 쳐줄 것이라 믿었다"면서 "무라카미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훈련 때 남들의 두 배로 배트르 휘둘렀다"며 "마지막에 좋은 타격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무라카미는 "몇 번이나 삼진을 당한 후 분했다. 동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며 도와줬다. 동료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기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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