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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가드레일 최악 피했지만…삼성·SK '탈중국' 가능할까

등록 2023.03.22 09:58:07수정 2023.03.22 10: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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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받으면 中 생산시설 '현상 유지' 해야

첨단 장비 도입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

'中에 30조 투자했는데' 삼성·SK 中 딜레마

[피닉스=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본 후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미래에 지금보다 더 낙관적인 적이 없다. 우리는 더 나은 미국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2.12.07.

[피닉스=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본 후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미래에 지금보다 더 낙관적인 적이 없다. 우리는 더 나은 미국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2.12.07.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미국 정부가 21일(현지 시각) 예상보다 완화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을 발표한 가운데, 반도체 업계에선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100% 해소되진 않은 상태다. 반도체 장비의 대 중국 도입 규제가 지속돼 향후 중국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일부에선 한국 반도체 업계가 중장기적으로 중국 사업을 철수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세부 규정안은 미국 반도체지원법(이하 반도체법) 조항에 따라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앞으로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5% 이상 늘리지 못하게 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다.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미국 상무부가 지급한 반도체 기업 보조금을 다시 회수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대부분 첨단 반도체에 속한다. 이에 따라 한국 메모리 업체들이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는다면 결과적으로 중국 공장 생산량을 늘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 상무부는 반도체 공정 기술 고도화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생산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첨단 기술을 도입하거나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선 "최악은 피했다"고 평가한다.

미 상무부 발표 이후 삼성전자는 "발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대응 방향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측도 "발표 내용에 대해 검토하고 추후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큰 불확실성…'탈중국' 전망도

그러나 여전히 중국 사업의 걸림돌은 많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특히 이번 생산시설 증설과 별도로 장비 도입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첨단 장비 도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오는 10월까지 첨단 장비 도입에 관한 유예를 얻었지만, 그 이후에도 추가 유예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일각에서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탈중국' 가능성도 들린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04년 이후,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중국에 생산시설을 짓기로 결정한 이래 각각 30조원 이상을 현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운영하는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전체 생산량의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에서 전체 물량의 50%를 생산한다. 사실상 중국 생산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하지만 향후 10년간 '현상 유지' 수준으로 공장 운영이 불가피해 중국 이외 생산 기지를 다각화할 필요성은 한결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용인에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들여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체들은 현재로서는 탈중국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올 초 콘퍼런스콜 방식으로 진행한 실적 발표에서 "시안 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이미 소요됐고, 또 이미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만큼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국내외를 망라해 신규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것에 다양한 조건과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러 사항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인텔에서 인수한 중국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 때문에 고민이 더 깊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콘퍼런스콜을 통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것은 중장기 시각에서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이어 "팹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온다고 가정할 경우 팹 매각, 장비 매각, 혹은 장비 국내 반입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일종의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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