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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연 20조 투자 메모리, 센트에 팔려…무거운 책임감"

등록 2023.03.29 13: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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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주총서…메모리 사이클 관련 소회 밝혀

D램 과점에도 '죄수 딜레마' 빠져…가격 하락 지속

"美 보조금 신청 고민 중…올해 경영환경에 유연 대응"

[서울=뉴시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SK하이닉스 대상' 시상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축하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2023.03.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SK하이닉스 대상' 시상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축하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2023.03.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29일 "메모리 업계의 비시어스(Vicious·지독한) 사이클을 막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대해 경영진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1년에 20조원 넘는 투자를 하고, 6개월 동안 600개가 넘는 공정이 투입돼 나온 제품이 센트(cent)에 팔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한 주주가 '메모리 업계가 기술 개발을 위해 매년 20조원이 넘는 설비 투자를 하는데도, 다운턴만 되면 영업이익 적자를 우려해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질의한 것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밝힌 것이다.

또 "회사가 A100에 공급한 HBM(고대역 메모리)은 200달러 미만"이라면서 "그런데 엔비디아가 팔고 있는 건 1만 달러"라고 덧붙였다. 메모리 제조사가 가격 결정권을 쥐기 쉽지 않은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D램 업계가 처한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고 표현했다. 이는 협동을 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됨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배반을 선택하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박 부회장은 "D램 3사가 (설비투자 확대를) 따라가지 말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소용이 없다"면서 "D램 3사가 엄청난 공급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게임을 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의 속도가 빨리 내려가는 과정을 겪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제 업턴(상승 전환)에서는 저희가 괴로운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괴로울 수 있다"면서 "저도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설비투자 삭감에도 기술 경쟁은 지속할 것"

박 부회장은 올해 설비투자 50% 삭감과 관련해 "기술 경쟁을 멈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양산까지 가는 일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되는지를 고민하겠다는 얘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모바일용 칩은 작으면 작을수록 더 비싸게 팔 수 있었지만, 최근 가장 떠오르는 시장인 서버용 칩은 그 정도의 미세화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런 부분에서 신규 기술 투자를 훨씬 더 적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총에서 ▲한애라·김정원·정덕균 사외이사 선임 ▲한애라·김정원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박성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가결했다.

박 부회장은 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150억달러를 들여 짓는 어드밴스드 패키지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와 관련 "(美 보조금 신청은)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HBM 등에서 패키징 기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고, 아무래도 고객이 지금 제일 (많이) HBM을 요구하는 미국에 짓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경영 상황에 유연 대응…지정학 리스크, 해법 모색 중"

한편 박 부회장은 이날 올해 경영 환경과 앞으로 계획을 밝히는 자리를 따로 마련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에 맞춰 유연한 대응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시장의 상황에 맞춰서 양산 등에 대한 속도 조절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설비투자(CAPEX) 지출은 전년도 19조원 정도에서 올해는 50% 이상 절감하고, 올해 처음으로 운영비용(OPEX)도 감소하는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유연한 생산 운영과 비용의 최적화 과정에서 쌓여진 노하우를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개별 기업이 상황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다만 각국의 정부와 고객의 요구에 반하지 반하지 않으면서 최적의 해법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을 매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21년 말 인텔에서 인수한 솔리다임은 "올해 통합 시너지가 반드시 나타나리라 판단한다"고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역량을 활용해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사업 확대 기반을 확대하고, 솔리다임은 후공정 제조 역량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제공하는데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신규 수요가 확대되면서 올해 DDR5가 명실상부한 주력 제품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라며, 모바일용 차세대 제품 LPDDR터보, 엔터프라이즈 SSD 프리미엄 제품군 등과 함께 DDR5를 앞세워 시장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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