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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DB하이텍 물적분할,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

등록 2023.03.29 15: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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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주총서 '팹리스 물적분할' 안건 통과

최창식 "새로운 길 개척…자회사 상장 안한다"

일부 주주들 "명분 없는 물적분할 반대"

[서울=뉴시스]DB하이텍이 29일 오전 경기 부천 본사에서 제7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의장인 최창식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DB하이텍)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DB하이텍이 29일 오전 경기 부천 본사에서 제7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의장인 최창식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DB하이텍)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부천=뉴시스]이현주 기자 =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와 팹리스(설계)를 병행하던 DB하이텍이 비주력인 설계사업을 자회사로 떼어내는 물적분할에 성공했다.

DB하이텍은 29일 오전 경기 부천 본사에서 제7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팹리스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5번째 안건이었던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53.0%, 참석주주 주식의 87.1%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 현장에서 일부 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왔지만 사전투표 결과 이미 찬성 요건을 충족했다.  

의장으로 나선 최창식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DB하이텍은 매우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아 반도체 시장이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미중 갈등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공급망 불안과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가동률 하락과 가격 인하 압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어 실적 감소가 우려된다"며 "이에 파운드리는 고객 상충 이슈를 해소해 거래선과 제품군을 확대해 나가고, 브랜드는 전문 경영인 영입과 독자 경영체제 구축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소액주주들의 강한 반발로 한 번 무산 경험이 있는 DB하이텍은 이번에는 신설 법인을 상장하지 않고, 일반주주 권익을 위한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을 내세워 다시 분사를 진행했다.

특히 "분할 자회사는 상장 계획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회사 측은 주총 전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면 분할신설법인의 상장 진행 여부에 대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모회사 정관에 명시할 계획"이라며 "5년이 지난 후의 상장에 대해서도 모회사 주주총회 특별결의 의무화 조항을 자회사 정관에 신설해 모회사 일반주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주 설득에 나섰다.

[서울=뉴시스]DB하이텍이 29일 오전 경기 부천 본사에서 제7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의장인 최창식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DB하이텍)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DB하이텍이 29일 오전 경기 부천 본사에서 제7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의장인 최창식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DB하이텍)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이번 물적분할을 계기로 주주 친화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며 올해 주당 배당금을 배당 성향 10%에 해당하는 1300원으로 늘리고, 향후 배당 성향 10%를 정책화하기로 했다.

반대 의견을 가진 소액주주들은 이날 주총장에서 물적분할의 부당성을 피력하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결과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상목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번 물적 분할은 명분이 없는데 왜 분란을 일으키면서까지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5년이라는 기간을 슬쩍 넣은 것도 그렇고, 상장이 확실해보이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큰 사안을 두고 제대로 된 숙려기간도 없이 3주 만에 날치기로 시도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며 "오늘 결과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변호사들과 함께 법리적 검토를 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다른 주주들도 "대주주가 지주회사 전환 회피용으로 물적분할을 추진한다는 말이 있다", "물적분할의 의도가 불순하다" 등 목소리를 높이며 한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표결 뚜껑을 열어보니 의결권 있는 주식 수의 경우 찬성 53.0%·반대 7.3%, 참석주주 주식은 찬성 87.1%, 반대 12.0%로 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서울=뉴시스]DB하이텍이 29일 오전 경기 부천 본사에서 제7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 = DB하이텍)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DB하이텍이 29일 오전 경기 부천 본사에서 제7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 = DB하이텍)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DB하이텍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DB Inc. 및 특수관계인 17.85% ▲국민연금 7.94% 등이며, 지분 1% 미만 소액주주는 전체의 75% 수준이다.

이번 표결 결과는 DB하이텍이 신설 자회사의 상장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등 주주가치 하락 방지를 위해 회사 측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경우 과거 물적분할 후 모회사 주식 가치가 훼손될 것으로 예상되면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실제 2020년 LG화학, 2021년 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 때는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늘 물적분할에 반대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포스코의 경우 분할회사를 상장시키지 않겠다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하자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DB하이텍 역시 비슷한 사례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업계를 둘러싸고 투자 축소, 감산 등 암울한 이슈들이 쏟아져 나오고는 있지만 DB하이텍은 2023년을 또 하나의 성장 스토리를 써 나가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주주들의 믿음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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