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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이지스함' 수주전…'한화' 다크호스 뜨는 이유는?

등록 2023.03.31 15:05:00수정 2023.03.31 15: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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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3' 5·6번 후속함 조만간 발주 예정

올해 입찰에선 '기술평가' 더 중요해

한화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수주전 참여 예상

단 기업결합심사 늦어지는 게 또다른 변수

[서울=뉴시스] 26일 군에 따르면 최신예 호위함 '울산급 배치(Batch)-Ⅲ'의 진수식이 다음 달 둘째 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진행된다. (사진=방사청) 2023.03.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6일 군에 따르면 최신예 호위함 '울산급 배치(Batch)-Ⅲ'의 진수식이 다음 달 둘째 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진행된다. (사진=방사청) 2023.03.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미니 이지스함'으로 통하는 해군의 최신형 호위함 개발사업인 '울산급 배치3(BATCH-Ⅲ)'의 마지막 후속 모델 2척이 올 상반기 중에 발주 예정인 가운데 이 호위함 수주전에 한화그룹이 다크호스(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지 주목된다.

울산급 배치 호위함은 최신예 호위함으로 해군의 5인치 함포와 함대함유도탄, 근접방어무기체계 등을 제대로 갖춘다. 특히 이 수주전에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계열사 자격으로 뛰어들 수 있다면 대우조선해양은 다른 조선업체들과 만만치 않은 수주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조선업계에서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예상이 실제 현실화하는 셈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이 올 상반기 중 '울산급 배치3(BATCH-Ⅲ)' 2척을 발주할 예정인 가운데 이 수주전에서  조선업체들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특히 한화그룹 품에 안긴 대우조선해양이 해군 특수함 시장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히는 가운데 HD현대그룹 계열 현대중공업의 시장 수성 의지도 강력할 수 있다. 

울산급 배치3, 마지막 물량 조만간 발주

울산급 배치3 사업은 해군이 추진하는 3500t급 최신형 호위함 6척을 건조해 노후화한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하려는 목적이다. 길이 130m에 달하는 이 함정은 최대 30노트(시속 55㎞) 속력을 낼 수 있고, 대공방어 능력과 대잠수함 탐지 능력까지 갖췄다. 여기에 중저속 전기 추진 방식과 고속 항해용 가스터빈 추진 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복합식) 추진체계도 갖춰 '미니 이지스함'으로 통한다.

울산급 배치3 사업은 총 6척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선도함(1번함)은 현대중공업이 2020년 3월 일찌감치 4000억원에 수주했다. 이 함정은 현재 건조 중으로 내년에 정식 인도된다.

이와 달리 2번함과 3·4번함은 지난해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가 사업을 따냈다. SK오션플랜트는 1척당 수주 금액을 3300억~3500억원 정도로 책정해 1번 선도함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수주해 '저가 수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에선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가스터빈 같은 주요 제품을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SK오션플랜트가 호위함 납기를 제대 맞출 수 있겠느냐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SK오션플랜트는 그러나 원가 보전 전략을 잘 세워 하청 및 협력 업체들과 이 호위함을 제때 제대로 건조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방위사업청은 25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울산급 Bach-III 선도함 기공식을 개최했다.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은 노후화된 호위함, 초계함을 대체하기 위해 대공·대잠 탐지 능력이 향상된 차기 호위함이다.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2022.04.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위사업청은 25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울산급 Bach-III 선도함 기공식을 개최했다.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은 노후화된 호위함, 초계함을 대체하기 위해 대공·대잠 탐지 능력이 향상된 차기 호위함이다.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2022.04.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기술평가' 중요해져 수주경쟁 더 치열할 듯

이런 상황에서 배치3 사업의 5·6번함이 발주되는 만큼 이 구축함을 어디에서 수주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방위사업청은 이번 호위함 수주전이 이전처럼 저가 논란에 휘말리기를 원하지 않아 수주 가격 못지 않게 기술력 등이 중요한 평가요소가 될 전망이다.

실제 방위사업청은 올해 호위함 입찰부터 기술평가 점수를 이전보다 더 높였다. 선도함 건조로 경험을 쌓은 현대중공업이 최소 8000억원대로 예상되는 후속함 수주 경쟁에서도 일단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분석도 들린다.

그렇다고 현대중공업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지난 2020년 9월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소속 직원 9명이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 중 8명이 유죄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군사3급 비밀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 설계를 위한 1차 설계 검토 자료를 비롯해 장보고3, 배치2 등의 개념설계 중간 추진현황, KSS-1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 기본전략 등을 카메라로 촬영해 회사 내부망에 올리는 등 수차례 군사기밀을 누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부터 3년간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을 감점받게 된다.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좌우되는 배치3 호위함 수주전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사진=뉴시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기업결함이 마무리되면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방산,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한화그룹 제공) 2022.1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기업결함이 마무리되면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방산,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한화그룹 제공) 2022.12.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화-대우조선해양,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계속 지연

조선업계는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배치3 5·6번 호위함 수주전은 대우조선해양이 예상보다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본다. 대우조선해양은 특유의 기술력을 앞세워 해군 특수함 건조 경험도 풍부한 상황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이 인수한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의 계열사로 각종 수주전에 참여한다면 만만치 않은 수주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배치3 수주전에 발목을 잡는 최대 변수가 있다. 바로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조선시장의 판도를 바꿀 이 기업결합 심사는 한국 외에 중국, 일본, 미국, EU 등 해외 국가들의 심사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작 해외 국가들은 속속 심사 승인을 내주는 상황인데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를 지연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 해외 국가 기합결합 심사는 이미 대부분 끝나고 EU만이 4월18일 잠정 심사 결과 발표를 남겨둔 상태다. 

일부에선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지연시키려는 다양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등의 입장에서는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에 따른 제안서 평가 감점으로 부담이 클 수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같은 강력한 방산 경쟁자의 등장을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방위사업청은 이미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찬성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방산업체 매매 '승인' 의견을 보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일부에선 전통의 강자인 HD현대그룹과 신예인 한화그룹의 조선업 헤게모니를 둘러싼 경쟁이 이번 배치3 호위함 수주전부터 본격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울산급 호위함 사업 입찰을 앞두고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분명히 경계하는 업체들이 있을 수 있다"며 "그래도 해외 국가들도 승인해주는 기업결합 심사를 안방인 공정위가 지연시키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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