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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불법 도박', 한 순간 유혹에 날아간 야구인생

등록 2023.04.21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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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문성대 기자 = 2015년 삼성 라이온즈 임창용, 오승환, 윤성환, 안지만이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당시 모든 선수들은 징계를 받았고, 삼성 구단 역시 선수단 관리 소홀 문제로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올해에도 이 같은 장면은 여전히 재현됐다. LG 트윈스 이천웅이 인터넷 불법 도박을 시인했다.

정규리그 개막 직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수도권 구단의 한 선수가 인터넷 불법 도박을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이천웅의 이름이 언급됐고, 이천웅은 구단을 통해 결백을 주장하다가 결국 불법 도박 사실을 인정했다.

KBO는 이천웅의 검찰수사 결과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이천웅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프로야구 선수 중 은퇴 후 해설, 예능 프로그램 등 각종 방송 활동으로 제2의 전성기를 이어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로 은퇴 선수들이 조명을 받기도 했다.

은퇴 후 노력 여하에 따라 학생선수 육성과 프로야구 코치 등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15년 도박에 연루된 선수들의 말로는 암울했다.

KBO 레전드 임창용은 상습 도박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KBO리그에서 무려 135승을 올린 삼성의 레전드 윤성환은 승부조작에 가담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삼성 왕조 시절 철벽 불펜진의 에이스로 명성을 떨쳤던 안지만은 2016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2014년 마카오 원정 도박에 대해서 무혐의가 나왔지만, 도박 사이트 개설과 관련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삼성과의 계약도 해지됐다.

특히 안지만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근황을 전하고 있다. 안지만은 야구를 그만둔 후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언급했다. "딱 한 번이라도 다시 마운드에 서봤으면 좋겠다"고 말한 장면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안지만은 그동안 힘든 시간을 버텨오면서 야구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뒤늦게 깨닫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은 당시 해외 리그에서 활동해 상대적으로 비난을 적게 받았다. 그래도 KBO리그에 복귀할 때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런 사태를 겪으면서 구단들은 선수들이 프로야구 선수로서 품위손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선수 생명이 끝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KBO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르면 선수, 감독, 코치, 구단 임직원이 도박, 불법 인터넷 도박을 저지르면 1개월 이상의 참가활동정지나 3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또는 3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징계를 받았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낙인'은 평생 따라다니며 자신과 가족, 동료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그럼에도 또 다시 불법 도박 사태가 불거졌다.

LG는 이번 도박 사태로 이천웅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 이천웅은 수차례 면담에도 거짓말만 반복했고, 도박 자금을 송금하기 위해 동료 선수들을 이용했다. 동료의 노트북으로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도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천웅을 중징계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스타 피트 로즈는 통산 4256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로즈는 신시내티 레즈 감독 시절이던 1989년 자신의 팀 경기 결과에 도박을 한 것이 적발돼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다. 그는 30년이 지나는 동안 후회하고 또 후회했지만 리그와 팬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

이천웅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LG의 외야수로 뛰기 시작했고, 2019년 커리어하이인 168안타를 터뜨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평생에 걸쳐 일궈낸 실적은 로즈처럼 '도박의 그늘'에 가려지게 됐다. 야구장을 떠날 때 "수고했다"는 한 마디마저 들을 수 없을지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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