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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폭력 얼룩진 쿠팡 택배노조 출범식, 법·원칙 어디로

등록 2023.05.08 2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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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폭력 얼룩진 쿠팡 택배노조 출범식, 법·원칙 어디로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의 폭력은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

급장(반장)이라는 완장을 찬 엄석대는 폭력과 회유를 통해 급우들 위에 군림했지만, 결국엔 상식을 갖춘 새로운 담임선생님(김 선생)의 결단을 통해 벌을 받고 학교를 떠난다. 성인이 된 엄석대는 형사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체포돼 연행되는 신세가 됐다.

최근 유통업계에도 또다른 '엄석대'가 보였다. 지난달 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에 가입한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노조 출범식에서다.

'쿠팡 택배노조'라고 불리지만, 이들은 사실 CLS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아니다. CLS와 계약한 퀵플렉스 물류대리점 소속 개인사업자들이다.

문제는 지회 출범식을 열자마자 폭력 사태가 연이어 벌어졌다는 점이다. 창립 일주일도 되지 않아 택배노조 간부를 포함해 3명이 폭행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 쿠팡 측에서 사유지 출입을 막자 벌인 일이었다.

택배노조 간부 A씨는 지회 창립대회가 열린 지난달 24일 용인 CLS 캠프에 담을 넘고 들어와 직원 6명을 폭행했다. 현장에서 입건됐지만 체포는 면했다.

이틀 후인 26일, 택배노조는 재발 방지를 다짐했으나 이번엔 간부 B씨가 캠프에 무단침입해 또 다른 직원을 폭행했다. 전속력으로 달려와 직원과 부딪히는 바람에 해당 직원은 1m 이상 날아가 응급차로 후송됐다. 28일에는 조합원 C씨가 직원을 폭행해 체포됐다. 

엄석대의 더 큰 문제는 폭력으로 타인을 불안에 스며들게 한다는 것이다. 폭력의 씨앗은 직접 맞은 사람에게만 심겨지는 게 아니다. 현장을 목격한, 또 이를 전해 들은 모든 이들에게 전해진다.

다수의 CLS 소속 직원들은 언제 날아들 지 모르는 주먹에 불안하다. 택배를 받는 소비자들은 폭력을 행사하는 이가 혹여나 우리집 앞을 다녀가지 않았을 지 두렵다.

쿠팡은 CLS 직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에 나서는 등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 사태가 '김 선생'이 보여줬던 결말로 끝나길 바란다. 노조 활동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을 뿐더러 법 위에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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