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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륙 울린 '농심 신라면'…해외 매출, 국내 넘어서[글로벌 K라면 열풍①]

등록 2023.05.20 16:30:32수정 2023.05.30 10: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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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신라면, 해외 점유율 58.5%, 국내보다 인기

美서 매년 두자릿수 성장…현지 제3공장도 검토

(사진= 농심 제공)

(사진= 농심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농심·삼양·오뚜기·팔도 등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린 라면 기업들이 올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든든한 한끼'라는 인식과 함께 K푸드 대표 상품으로 라면이 떠오르면서 해외에서 라면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미국 내 'K라면' 인기에 힘입어 해외 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하며 올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농심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8605억원, 영업이익 6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9%, 85.5% 오른 수치다. 지난해 5월 미국 제2공장이 본격 가동하면서 물류비 절감과 공급량 확대 효과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농심의 1분기 호실적은 미국법인이 이끌었다. 농심 전체의 영업이익 증가분(294억원) 가운데 미국법인의 증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 농심 미국법인의 매출은 1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억원(40.1%) 상승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154억원 상승한 180억원이다.
 

신라면 누적매출 16조원…해외 매출, 국내 넘어

농심은 1994년 첫 해외법인인 미국법인(LA)을 설립했다. 현재 중국과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농심 신라면은 올해로 33년째 국내 라면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1991년 처음 라면시장 1위에 올랐다. 이후 올해까지 33년간 단 한번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우리나라 대표 라면으로 자리매김했다.

농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외를 합한 신라면의 누적 매출액은 16조3000억원, 누적 판매량은 369억개에 달한다. 지난해 신라면의 해외 매출액은 62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8.5%를 차지했다. 국내 매출액(4400억원)을 뛰어 넘은 것이다. 

신라면은 출시 35년만인 2021년 처음으로 해외 매출액이 국내를 넘어선 후 해외에서 더 잘 팔리는 라면으로 자기매김했다.

국내에서 30년 넘게 1등 브랜드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브랜드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결과다. 농심 라면 전체로 놓고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매출 비중이 56.0%로 해외(44.0%) 보다 아직 더 높은 편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 신라면이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데는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는 농심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이 주효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이듬해인 1987년 수출을 시작하며 세계 무대로 나섰다. 1971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 라면을 수출하며 해외시장에서 발을 넓혀오던 농심은 신라면의 맛을 그대로 들고 나가 정면승부를 펼쳤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하이 공장을 시작으로 중국 칭다오 공장(1998년), 중국 션양 공장(2000년), 미국 제1공장(2005년), 미국 제2공장(2022년) 등 해외에 생산기지를 설립했다.

농심재팬(2002년)과 농심호주(2014년), 농심베트남(2018년), 농심캐나다(2020년) 등 세계 각국에 판매법인을 세워 현지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해왔다.
농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제2공장. (사진=농심 제공)

농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제2공장. (사진=농심 제공)

미국서 매년 매출 20% ↑… '신라면' 필두로 두 자릿수 성장

미국 시장에서 농심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교민들이 고향의 향수를 느끼며 먹던 라면이 이제는 미국인이 더 많이 찾는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24% 성장한 미국법인은 농심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제3공장 설립을 검토중이다. 지난해 4월 제2공장 가동을 시작한지 1년 만이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미국 공장의 가동률은 70%에 달한다"며 "현재 성장률을 감안하면, 제3공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 공장 부지 마련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동원 농심 회장도 지난 3월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 제3공장 설립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미국 동부 지역을 유력하게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말 내년 초쯤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매년 파죽지세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국내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 입점을 이뤄냈으며 2018년에는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현지 유통점 매출이 아시안 마켓을 앞지르며 미국인이 더 많이 찾는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2020년 미국 3대 일간지 '뉴욕타임즈'가 신라면블랙을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선정한 것을 비롯해 미국의 다수 매체에서 신라면 브랜드의 맛과 품질을 글로벌 넘버원으로 평가하며 브랜드 경쟁력이 더욱 공고해졌다.

지난해에는 미국 제2공장 가동이 성장세에 힘을 더해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24% 성장한 4억9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제2공장을 가동하기 전인 2021년 농심은 기존 미국 공장 생산능력이 포화 상태에 달해 국내 생산 물량까지 수출하며 시장의 수요에 발맞춰왔다. 이후 지난해 4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제2공장이 그간 공급이 부족했던 제품의 대량생산기지가 돼 성장을 견인했다.

농심 미국 제2공장은 봉지면 1개, 용기면 2개 고속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연간 3억5000만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제2공장 가동에 힘입어 농심은 미국에서 연간 8억5000만 개의 라면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미국 제 2공장 가동은 올해 1분기 농심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농심 미국법인의 총매출액은 16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억원 상승했으며, 영업이익은 154억원 가량 오른 180억원을 기록했다. 농심 전체의 영업이익 증가분 294억원 가운데 미국법인의 증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시장에서 성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제품은 단연 '신라면'이었다. 지난해 신라면(봉지)은 전년 대비 32% 늘어난 85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신라면블랙(봉지) 역시 전년 대비 20% 매출이 올랐다.

이는 신라면의 맛에 매료된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계속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신라면블랙은 경쟁사인 일본 라면에 비해 6배 가량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찾는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요구)를 충족시키며 브랜드 파워가 더욱 견고해졌다는 평가다.

아시안 시장을 넘어 미국 현지인이 더 많이 찾는 제품으로 발돋움한 농심은 미국의 주요 유통채널인 대형마트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월마트에서는 지난해 전년 대비 42% 성장을 이뤄냈는데, 신라면블랙과 신라면블랙컵 입점 점포 확대가 주효했다. 또 크로거(27%)와 샘스클럽(87%)에서도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제2공장으로 또 하나의 심장을 갖춘 농심은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수년 내 일본의 토요스이산을 꺾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25.2%로 일본 토요스이산(47.7%)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3위인 일본 닛신은 17.6%로 농심과 7.6%포인트의 점유율 차이를 두고 뒤쳐져 있다. 주목할 것은 농심의 상승세다. 농심은 2017년 일본 닛신을 꺾은 데 이어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며 3위와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다.

농심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시장에서 8억 달러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수년 내 미국 시장 1위 역전의 목표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신동원 농심 회장이 24일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제59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3.03.24.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신동원 농심 회장이 24일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제59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3.03.24.

   

1억3000만 인구 멕시코 시장도 노린다

제2공장 가동으로 힘을 얻은 농심은 북미에 이어 중남미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힘을 더하고 있다. 우선, 미국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멕시코가 첫 번째 타깃이다. 멕시코는 인구 1억3000만 명에 연간 라면시장 규모가 10억 달러로 추정되는 큰 시장이다. 현재는 일본의 저가 라면이 시장 점유율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멕시코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 멕시코는 고추 소비량이 많고, 국민 대다수가 매운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라면을 먹어본 멕시코 소비자들은 농심 라면의 맛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

온라인상에서 고기와 건고추, 향신료 등을 첨가해 만든 멕시코식 스튜 '비리아(Birria)'를 접목한 신라면 레시피가 인기를 얻고 있는 등 시장 반응이 좋아 멕시코 시장 공략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심은 멕시코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난해 전담 영업 조직을 새롭게 신설했다. 또 신라면 등 주력제품 외에도 멕시코의 식문화와 식품 관련 법령에 발맞춘 전용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현지인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판매량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을 시식해 본 멕시코인들은 일본 라면보다 훨씬 더 맛이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멕시코 시장에서 적극적인 영업, 마케팅 활동을 펼쳐 수 년 내에 탑3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신라면은 세계 100여개 국으로 수출되며 식품한류 신화를 쓰고 있다. 신라면은 가깝게는 일본, 중국에서부터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 및 아프리카,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활약이 눈에 띈다. 2017년 업계 최초로 미국 월마트 4000여 전 점포에 신라면을 입점시킨 농심은 코스트코, 크로거를 비롯한 미국 메이저 유통사에 신라면 전점 입점을 목표로 판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미국시장에서는 2018년부터 주류시장의 매출이 아시안 마켓 매출을 6대 4의 비율로 제쳤다. 신라면은 한인 시장에서 벗어나 미국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대표 한류 식품이 됐다.

중국에서도 신라면의 매운맛은 여전하다. 농심은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1000여 개 신라면 영업망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중국에서 신라면은 단순 한국산 라면을 넘어 공항, 관광명소 등에서 판매되는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이 중국인들이 신라면을 찾는 가장 큰 이유"라며 "신라면의 빨간색 포장과 매울 신(辛)자 디자인을 두고 중국인들도 종종 자국 제품이라고 여길 만큼 신라면은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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