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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순환자원 대체율 100% 달성한 독일 '피닉스 공장'[시멘트 탄소감축]②

등록 2023.05.31 09:00:00수정 2023.05.31 09: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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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탄 아닌 폐기물 100% 재활용

1980년대부터 순환자원 연료화

CCUS 등 신기술 개발 적극 나서

[베쿰=뉴시스] 홍세희 기자 =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 100%를 달성한 독일 베쿰의 피닉스(Pheonix) 시멘트 공장에서 소성로(킬른)가 회전하고 있다. 2023.05.31. hong1987@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쿰=뉴시스] 홍세희 기자 =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 100%를 달성한 독일 베쿰의 피닉스(Pheonix) 시멘트 공장에서 소성로(킬른)가 회전하고 있다. 2023.05.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베쿰=뉴시스] 홍세희 기자 = 지난 22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약 4시간 이동해 도착한 중소도시 베쿰. 베쿰에는 독일 시멘트 제조업체인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Polysius) 본사와 피닉스(Pheonix) 시멘트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유럽은 시멘트 산업을 전통적인 굴뚝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순환 경제 시대에 걸맞은 기간산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중심에 독일이 있다.

특히 기자가 방문한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사는 시멘트공장 기술, 솔루션 서비스 분야에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동시에 시멘트 생산에도 나서는 글로벌 선도기업이다.

폴리시우스 본사 회의실에서 만난 우베 마스(Uwe Mass) 기술총괄 임원(CTO)은 이날 본사를 방문한 한국 기자단에게 "폴리시우스는 전 세계에서 800개 이상의 시멘트 공장을 건설한 경험 있고, 1100개의 특허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본사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폴리시우스사가 모든 설비와 시설을 설치한 피닉스 시멘트 공장을 방문했다. 순환자원(폐기물) 연료 대체율 100%를 달성한 피닉스 공장의 시멘트 생산능력은 연간 40~52만톤에 달한다.

기자들과 함께 공장 견학에 나선 토어스턴 코츠워(Thorsten Kotzur) 빌딩엔지니어는 "피닉스 공장의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은 100%"라고 강조했다. 예열이나 소성 공정에서 사용하는 열원의 100%를 유연탄이 아닌 폐기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베쿰=뉴시스] 홍세희 기자 = 독일 베쿰의 피닉스(Pheonix) 시멘트 공장의 대체연료 저장소. 2023.05.31. hong1987@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쿰=뉴시스] 홍세희 기자 = 독일 베쿰의 피닉스(Pheonix) 시멘트 공장의 대체연료 저장소. 2023.05.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코츠워 빌딩엔지니어는 가장 먼저 대체 연료를 보관하고 있는 저장소로 기자단을 안내했다. 피닉스 공장은 총 7개 공급처에서 대체 연료를 공급 받고 있다. 대체 연료 저장소에 들어서자 대체 연료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저장소 내부에는 작은 조각으로 분쇄된 폐기물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코츠워씨는 "대체 연료의 품질 관리를 위해 각각의 공급자가 후처리 등을 거쳐 공급한다. 주 1회 샘플 테스트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순환자원을 사용하는 것은 화석연료인 유연탄을 사용하는 것보다 품질 관리에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유연탄을 사용하면 고온의 열을 일정하게 낼 수 있지만 순환자원은 공급받는 폐기물의 종류와 배합 등에 따라 열효율이 5~20%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공급받은 폐기물은 분쇄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입자가 고울수록 열효율이 더 높아진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예열 과정에서는 입자가 비교적 큰 폐기물을 활용하고, 고온을 내야 하는 소성로에서는 입자가 고운 폐기물을 사용한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대체 연료는 산업용 폐기물과 가정용 폐기물을 혼합해 사용한다.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바이오필터를 거쳐 배출된다.

시멘트 산업에서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중 3분의 2는 석회석 원료의 시멘트 제조 관련 공정(탈탄산화)에서 발생하며, 나머지는 유연탄 등 화석연료 사용 시 배출된다. 다만 아직까지 석회석을 대체할 만한 원료는 없는 상황이다.

독일 시멘트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시멘트 산업을 선도하는 유럽 내에서도 특히,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독일 시멘트업계가 채택한 탄소중립 주요 방안은 피닉스 공장과 같이 순환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1980년대부터 시멘트 제조 시 천연원료와 연료(벙커C유·유연탄)를 대체해 석탄재 및 폐타이어·폐플라스틱 등을 사용해 석회석 원료를 용융시켜 시멘트를 생산해 왔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차근차근 쌓아 온 독일시멘트업계는 이를 바탕으로 유연탄 사용 제로(0)와 탄소중립에 가장 먼저 근접한 상태다. 순환자원만으로 연료화해서 시멘트를 제조하는 공장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선제적인 대응 덕분에 1990년 이후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4분의 1가량 감축했다. 대체 연료 사용 비중도 평균 60%를 상회하고 있다. 한국(35%)은 물론 유럽 평균인 45%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베쿰=뉴시스] 홍세희 기자 = 독일 시멘트 제조업체인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Polysius)사의 우베 마스(Uwe Mass) 기술총괄 임원이 한국 기자단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5.31. hong1987@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쿰=뉴시스] 홍세희 기자 = 독일 시멘트 제조업체인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Polysius)사의 우베 마스(Uwe Mass) 기술총괄 임원이 한국 기자단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5.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독일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순환자원 재활용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폐기물 매립이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마스씨는 "독일은 매립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 폐기물은 결국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지 자연스럽게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은 굉장히 높다. 폐기물 처리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시멘트 공장에서 대체 연료로 사용하게 되면서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순환자원 재활용률을 60%대까지 끌어올린 독일 시멘트 업계는 이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등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스씨는 "시멘트와 콘크리트의 완전 탈탄소화 달성에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며 "특히 시멘트 공장에서 CCUS의 범용화가 절실하지만 높은 비용 때문에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폴리시우스사는 이러한 신기술의 개발과 실용화를 위해 기술연구소를 설립·운영하면서 순환 경제 시대의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온실가스 감축 탄소 중립에 대응하고 있다.

기자단 방문에 동행한 피터 호디노트(Peter J Hoddinott)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한국도 유럽 시멘트 산업 동향에 관심을 가지며 탄소중립 방안으로 대체재 사용 확대에 따른 클링커 사용 감소, CCUS 기술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한국 시멘트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가 높은 만큼 정부에서도 관련 제도 마련과 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요한 여건 조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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