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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감산했는데 재고 쌓인다"…시장 대체 어떻길래?

등록 2023.06.01 07:50:00수정 2023.06.01 07: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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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에도 생산 늘고, 출하는 급감…'브레이크' 오작동

스마트폰 침체 지속…'AI 붐'에도 비중 적어 업계 고심

"하반기 전방 수요 개선 시 빠르게 구매전환 이어질 것"

[서울=뉴시스] SK하이닉스 1b DDR5 서버용 64기가바이트 D램 모듈. (사진=SK하이닉스) 2023.05.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SK하이닉스 1b DDR5 서버용 64기가바이트 D램 모듈. (사진=SK하이닉스) 2023.05.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뼈를 깎는 감산을 진행 중이지만 수요 부진으로 재고가 더 늘고 있다는 진단이다. 재고 부담은 다시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여전하다.

최근 인공지능(AI) 개발 붐으로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 초기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해 업계 근심이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줄이기 위한 업체들의 전방위 노력에도 불구, 재고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반도체 생산지수는 116.8로 전월 대비 0.5% 증가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감산 처방에 나섰지만 반도체 부분 가동률이 3.1% 증가하며 여전히 생산량이 증가세다. 사실상 감산이라는 '브레이크' 효과가 아직 듣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수요 부진이 계속되며 반도체 출하량은 전월 대비 20.3% 급감했다. 생산은 늘고, 출하량은 줄면서 반도체 재고는 전월 대비 31.5%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양대산맥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재고는 50조원에 육박한다.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문의 재고자산은 31조9481억원으로 지난해 말(29조576억원) 대비 9.9% 증가했다. SK하이닉스도 올 1분기 말 재고자산은 17조1822억원으로 지난해 말(15조6647억원)보다 9.7% 늘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감산' 기대 효과가 미미하다고 진단한다.

[서울=뉴시스]삼성전자 HB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삼성전자 HBM *재판매 및 DB 금지



PC, 휴대폰 등 전방산업은 재고 점차 줄어

그나마 전방 산업에서 재고 감소 속도는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인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2023년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반도체 산업이 슬럼프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긍정적 관측을 내놓았다.

그는 "재고 조정이 크게 진행되며 PC 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CFO도 "1분기 재고는 상당히 의미 있는 수준으로 소진됐다"며 "2분기에는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기 전에 약간의 감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최근 실적을 발표한 GPU(그래픽처리장치) 1위인 엔비디아도 올해 1분기 말 재고자산은 46억1100만달러(6조1330억원)로, 지난해 4분기 말보다 10.6%(5억4800만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으로 이 회사 재고가 감소한 것은 2019년 4분기 후 4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재고 일수는 전년 4분기 212일에서 165일로 47일 급감했다.

스마트폰 시장도 불어나던 재고가 서서히 줄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채널 재고량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간 2500만대가 줄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재고 조정 폭은 1900만 대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업계는 그러나 아직까지 고객사들이 재고 확보에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시중 유통 재고가 여전히 많은 것이 주 원인이다. 고객사들은 메모리 가격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구매를 미루고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메모리 반도체 고객사들의 재고는 정상화하고 있으나, 세트 업체들의 보수적인 출하량 정책이 계속돼 아직 적극적인 메모리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5월31일 기준 D램(PC용 DDR4 8Gb 기준)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1.4 달러로 전월(1.45달러) 대비 3.45%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5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경기는 전방산업 수요 위축으로 부진이 심화됐으며, 회복 시점은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갤럭시 S23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10% 넘게 줄었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도매가격이 600달러(약 78만 원)를 초과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 증가한 2억5200만대 수준이었다.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21%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조사됐으며, 1000달러(약 130만 원)를 넘는 스마트폰 판매량은 2021년과 비교했을 때 38% 증가했다. 2023.03.23.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갤럭시 S23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10% 넘게 줄었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도매가격이 600달러(약 78만 원)를 초과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 증가한 2억5200만대 수준이었다.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21%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조사됐으며, 1000달러(약 130만 원)를 넘는 스마트폰 판매량은 2021년과 비교했을 때 38% 증가했다. 2023.03.23. [email protected]



관건은 스마트폰 시장…하반기 반등할까

이런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전체 매출의 4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부진 종료를 앞당길 수 있다. 스마트폰은 코로나19 기간 중 전 세계에서 보복 소비가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로 판매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다 보니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은 반도체 재고 비축에 신중한 입장이다.

모바일 통신칩의 절대 강자인 퀄컴은 스마트폰 시장이 초과 공급을 소진하는데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퀄컴은 올해 3분기 실적 가이던스(전망치)로 매출액 81억~89억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91억4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익스플로어세미스의 스라반 쿤도잘라 연구원은 "스마트폰은 오는 4분기까지는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AI(인공지능) 열풍으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하지만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서버 시장에서 챗GPT 같은 하이엔드 AI 서버의 비중은 1.7%로, 전체 D램 수요에 기여하는 정도는 3.4%에 불과하다. 슈퍼컴퓨터 1대의 연산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GPU(그래픽처리장치) 3만개가 필요한데, 여기에 소요되는 HBM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최대 4500만달러(600억원) 수준이다. 전체 실적을 견인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얕잡아 볼 규모도 아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극심한 수요 침체기에는 HBM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HBM과 DDR5 같은 고부가 제품들은 공급이 타이트해 만드는 즉시 팔리고 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의 본격적인 업황 반전이 나타나려면 스마트폰과 서버 등 주력 시장이 살아나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은 보고서도 "국내 반도체 경기는 중국의 스마트폰 소비와 미국의 데이터센터 투자 회복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업턴(업황 상승) 기울기가 가파를 수 있다는 관측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다운턴(업황 하강)이 갑자기 찾아온 것처럼 업턴도 급격히 이뤄질 것"이라며 "아직 고객사가 보수적인 구매를 유지하고 있으나 하반기부터 전방 수요 개선 시 빠르게 구매전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감산에는 최소 3개월 이상 소요되는 만큼 올 하반기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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