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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경보문자보다 네이버 장애가 더 떨렸다[사이다IT]

등록 2023.06.06 09:00:00수정 2023.06.06 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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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 없는 재난문자보다 네이버 앱 장애에 공포감

플랫폼 의존사회 심화…포털 공적 책임 어디까지

이날 네이버에 따르면 오전 6시43분부터 6시48분까지 약 5분간 네이버 모바일 버전에 접속하면 ‘일시적인 네트워크 오류로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뜨는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사진=네이버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네이버에 따르면 오전 6시43분부터 6시48분까지 약 5분간 네이버 모바일 버전에 접속하면 ‘일시적인 네트워크 오류로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뜨는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사진=네이버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오늘 6시32분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가 발송한 재난 문자 한통에 시민들은 새벽부터 일대 혼란에 빠졌습니다.  뒤늦게 북한 우주발사체 때문이라는 걸 알았지만 어떤 이유로 대피하라는 건지, 어디로 대피하라는 건지 없었기 때문입니다. 후속 조치도 문제입니다. 행정안전부가 '서울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는 문자를 보냈고, 서울시는 '경계경보 해제' 문자를 보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 문자 발송이 시민들을 더욱 혼란에 빠져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진짜 긴장했던 이유는 다른데 있었습니다. 바로 "네이버 홈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인데요. 뜬금없던 휴대폰 싸이렌 소리와 경보 문자에 놀란 시민들이 일시에 네이버에 접속하면서 트래픽 폭주로 네이버 서버에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접속 장애 시간이 대략 5분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시민들이 느낀 공포감은 생각보다 컸던 모양입니다.

"재난문자가 대피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상황에서 네이버도 안 되니까 패닉이었다", "인터넷도 막힌 줄 알고 전쟁이 난 줄 알았다", "뉴스 보고 상황 파악하려고 했는데 무서웠다" 등 불안감을 표출했죠.

이번 소동으로 우리 사회의 포털 의존도가 얼마나 큰 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면 TV 뉴스나 라디오를 틀었을 텐데 지금은 네이버로 검색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지인들과 안부를 묻는 게 당연해졌다고 할까요. 남녀노소 누구나 24시간 스마트폰을 끼고 있다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TV 리모콘을 찾거나 라디오 전원을 켜는 것보다 이제 궁금하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찾아보는 게 편리하고 익숙한 세상입니다.

이제는 커피숍에서 친구나 지인들과 대화하거나 회사 회의 시간 중 모르는 게 있다면 스마트폰을 꺼내 곧바로 네이버 뉴스 기사나 블로그, 카페, 웹사이트 등을 찾아보는 게 일상화된지 오래됐습니다. 그만큼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사회의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가적 재해·재난 시 인터넷 플랫폼의 역할과 위상이 과거와는 한참 달라졌다는 얘기겠지요. 네이버가 이번 오발령 사태의 주연이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0월에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카카오T 등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장시간 먹통되면서 대한민국 사회가 난리가 났었죠. 전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은 물론 택시 호출 앱, 결제, 콘텐츠 등이 마비되면서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일상이 멈췄다”라는 말이 나왔고, 이는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결국 정부는 통신발전기본법을 개정,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부가통신사업자도 기간통신사업자에 한정된 재난관리 의무를 하도록 부과했습니다. 내달부터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도 재난에 대한 예방·대응·복구 관련 계획을 마련하고, 사전 점검과 보완할 의무가 부여됩니다.

초연결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재난 상황에서 끊기지 않는 인터넷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대만은 지진이나 중국 공격 등으로 인해 대만으로 들어가는 해저케이블이 끊길 경우 인터넷이 먹통이 되는 일을 막기 위해 2024년 말까지 위성을 통한 통신망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 재난, 재해 상황에서 국가기관보다는 국민 의존도가 높은 자국 인터넷 플랫폼의 역할과 장애 시 신속한 복구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같은 사회적 시선을 모를 리 없습니다. 실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공적 역할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촉발 후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코로나19 발생 현황 ▲백신접종 현황 및 정보 ▲포털 검색 및 지도 서비스 신속항원검사기관·선별진료소·PCR검사기관 정보 등을 제공해 국가 재난 상황에서 사회 인프라 역할을 수행했죠.

지난해 3월에는 ‘검색량 변화 알림’ 서비스를 출시해 인터넷 서비스 장애나 지하철 연착 등 일상 속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서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태풍, 지진, 산불 등 국내 대형 재난재해 정보는 즉시 네이버앱과 PC메인에 배너를 노출합니다.

아울러 양사 모두 재난 시 서비스 장애가 재발하지 않도록 피해를 보상하고 안정적 서비스 방안을 구축하고 인프라 투자를 늘리기로 약속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주어진 공적 책임의 무게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책임과 의무가 늘어나는 만큼 이에 걸맞는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플랫폼에도 기간통신사업자와 같은 의무를 부과한다면 그만큼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갑자기 트래픽이 폭증했을 때도 빠르게 서버를 복구하려면 유휴설비를 갖고 유지해야 하는데 이에 상응하는 비용 보전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공적 의무를 부과하기 전에 국민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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