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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여름 오륜기가 세워질 붉은 흙의 '롤랑가로스'

등록 2023.06.0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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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프랑스오픈 열려…올림픽 개최는 처음

[파리=뉴시스] 김희준 기자 =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의 센터코트 필립 샤트리에. 2023.06.05jinxijun@newsis.com

[파리=뉴시스] 김희준 기자 =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의 센터코트 필립 샤트리에. [email protected]

[파리=뉴시스] 김희준 기자 = 5월말이 되면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는 엄청난 인파가 모여든다.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가 막을 올리기 때문.

프랑스오픈이 한창인 6월초의 스타드 롤랑가로스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테니스 팬들로 북적였다. 잠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볕이 뜨겁지만 테니스를 사랑하는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타드 롤랑가로스의 분위기를 즐긴다.

센터코트인 필립 샤트리에에는 매 경기 1만5000석의 관중석이 가득 들어찬다. 경기가 끝나면 스타드 롤랑가로스의 길목은 쏟아져 나온 관중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두 번째로 큰 수잔 랑랑 코트 입구는 장사진을 이룬다. 필립 샤트리에, 수잔 랑랑 관중석에 들어가지 못한 관중들이 입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본다.

주요 경기가 열리는 두 코트가 아니더라도 적잖은 관중이 찾아 테니스를 즐긴다. 주니어 경기가 열리는 곳도 마찬가지다. 관중들은 누구든지간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스타드 롤랑가로스 곳곳에 위치한 기념품숍과 식음료점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3, 4번 코트 사이에 위치한 가장 큰 기념품숍에는 관중 입장이 가능한 오전 10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든다.

내년에는 스타드 롤랑가로스가 5월 뿐 아니라 7월에도 뜨거울 전망이다. 7월에는 초록색과 갈색으로 이뤄진 원형의 프랑스오픈 로고가 아니라 오륜기가 경기장을 장식한다.

2024 파리올림픽 테니스 종목 경기가 바로 이곳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의 수잔 랑랑 코트. (사진 =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서울=뉴시스]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의 수잔 랑랑 코트. (사진 =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스타드 롤랑가로스에 오륜기가 걸리는 것은 내년 올림픽이 처음이다. 앞서 1900년과 1924년 파리에서 올림픽에 열렸는데 스타르 롤랑가로스는 1928년 개장했다.

'붉은 흙'은 프랑스오픈과 스타드 롤랑가로스의 상징이다. 이 코트를 '앙투카(en tout cas)' 코트라 부른다.

프랑스어인 앙투카는 '어떤 경우에도'라는 뜻이다. 배수가 잘 돼고, 건조가 잘 돼 비가 그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앙투카 코트는 15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운 벽돌을 모래처럼 부순 것과 흙을 고루 섞어 표면에 깐다. 표면에 벽돌을 부순 것을 깔기 때문에 붉은 색을 띈다. 붉은 흙을 1~2㎜ 깔고, 그 아래 쪽에는 석회석, 자갈, 돌 등이 깔려있다.

흙이 깔려있는 클레이코트인 만큼 스타드 롤랑가로스의 코트는 세심한 관리를 받는다.

프랑스오픈 코트 관리자인 다비드 르뷔페는 "코트가 여러 층으로 이뤄져 있고, 약간은 젖어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최고의 랠리를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당한 수분을 공급한다"며 "올해 프랑스오픈처럼 비가 오지 않으면 더 많은 물을 뿌려야해서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코트에 그림자가 져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바운드와 스피드가 달라진다. 햇빛을 받으면 그림자가 진 코트보다 빨라진다"고 전했다.

[파리=뉴시스] 김희준 기자 = 2024 파리올림픽에서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릴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2023.06.05jinxijun@newsis.com

[파리=뉴시스] 김희준 기자 = 2024 파리올림픽에서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릴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email protected]

날씨에 따라 코트의 컨디션이 달라지기에 파리올림픽 때에는 신경쓸 부분이 더 많아진다.

르뷔페는 "여름이라서 더 덥다는 점을 신경써야 한다. 더워지는 날씨를 대비해 더 많은 물을 뿌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는 관리하는 입장에서 처음 경험하는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르뷔페는 "내년은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이라면서도 "더 많은 관중들이 올 것이기에 무척 흥분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프랑스오픈 찾은 테니스 팬들은 프랑스 테니스를 상징하는 장소에서 전 세계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에 역시 적잖은 기대감을 품고 있다.

특히나 프랑스오픈에서 14번이나 우승한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두 달 사이에 메이저대회, 올림픽 정상에 연달아 도전할 가능성이 있어 기대감을 키운다. 나달은 엉덩이 부상 때문에 올해 프랑스오픈에 불참했지만, 부상에서 회복하는대로 코트로 돌아와 내년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센터코트 앞에서 만난 세르지 콜라니씨는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매우 행운이고 멋진 일이다. 자랑스럽고, 흥분된다"며 "세계 최고의 선수이자 롤랑가로스를 상징하는 나달이 내년 프랑스오픈과 올림픽에서 뛸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장소에서 열리는 파리올림픽 경기는 테니스 뿐만이 아니다.

[파리=뉴시스] 김희준 기자 = 2024 파리올림픽 양궁 경기장이 설치될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2023.06.05jinxijun@newsis.com

[파리=뉴시스] 김희준 기자 = 2024 파리올림픽 양궁 경기장이 설치될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email protected]

비치발리볼 선수들은 파리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공을 올린다. 프랑스 시민들이 일광욕을 즐기는 에펠탑 앞 잔디밭에 비치발리볼 경기를 위한 모래밭이 깔리고, 관중석도 들어선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앵발리드 앞 너른 잔디밭에서는 궁사들이 금메달을 꿈꾸며 활시위를 당긴다. 올림픽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효자 종목인 양궁 경기가 앵발리드에서 열린다.

이외에 베르사유 궁정 정원에서는 승마 경기가 열리고,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시장 그랑팔레는 태권도, 펜싱 경기장으로 변신한다. 샹젤리제 거리에는 사이클 도로 경주의 결승선이 차려진다.

5일 찾은 에펠탑과 앵발리드에서 아직 올림픽 분위기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민들의 기대감은 상당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만난 알렉상드르 셀통씨는 "도시의 모든 지역들이 복잡해지겠지만,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려 좋다. 좋은 해가 될 것"이라며 "올림픽이 우리 도시에 온 것이 자랑스럽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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