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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어 골프계도…스포츠판 쥐고 흔드는 중동자본

등록 2023.06.08 11: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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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이어 벤제마도 사우디 프로축구 이적

사우디 후원 LIV 비판해온 PGA 투어도 합병 결정

[마드리드=AP/뉴시스]프랑스 축구스타 벤제마. 2023.06.04.

[마드리드=AP/뉴시스]프랑스 축구스타 벤제마. 2023.06.04.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오일머니가 스포츠판에 대한 영향력을 갈수록 확장해나가고 있다. 축구계에 이어 골프계까지 판도를 바꾸면서 중동의 입김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는 지난 1월 포르투갈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에 이어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골잡이 카림 벤제마까지 품었다.

알이티하드는 지난 7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벤제마와 3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벤제마는 지난해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를 수상한 명실상부한 월드클래스 공격수다. 1987년생으로 30대 후반을 향하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2022~2023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19골로 득점 랭킹 2위를 차지했다.

벤제마는 2009년부터 14년 동안 세계 최고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뛰어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재계약이 유력했으나, 거액의 오일머니를 제시한 알이티하드의 제안에 행선지를 중동으로 바꿨다.

알이티하드가 벤제마에게 제시한 연봉은 무려 2억 유로(약 2781억원)로 추정된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330억원의 연봉을 받았지만 알이티하드가 9년 치 연봉을 한 번에 제시하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AP/뉴시스] 사우디 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AP/뉴시스] 사우디 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축구계의 '사우디 특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2030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에 도전하는 사우디는 최근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이어 2023 FIFA 클럽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또 2026년 여자 아시안컵 유치도 추진 중이다.

사우디는 호날두, 벤제마를 시작으로 스타 선수들을 계속 유입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사우디가 내년 손흥민(토트넘) 영입을 목표로 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또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2021년 3억 파운드(약 4856억원)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지분 80%를 인수하기도 했다.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뉴캐슬은 2021~2022시즌 11위에서 2022~2023시즌 4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서울=뉴시스]사우디아라비아서 뛰는 호날두. (캡처=알나스르 트위터)

[서울=뉴시스]사우디아라비아서 뛰는 호날두. (캡처=알나스르 트위터)


축구에 이어 골프계도 오일머니에 백기를 드는 모양새다.

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 시리즈를 비난해온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도 최근 결국 합병을 결정했다.

PGA는 투어 소속 주요 선수들을 LIV 골프가 데려가자, PGA 투어에서 LIV로 넘어간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PGA 투어와 LIV 골프는 원수에서 동업자로 변신했다.

[베드민스터=AP/뉴시스]2022.07.28.

[베드민스터=AP/뉴시스]2022.07.28.

일각에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정치적인 요인이 개입된 결과라는 시각도 나오는 가운데, LIV 골프의 물량 공세에 PGA 투어가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도 이번 합병의 주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인권 탄압국의 이미지를 씻기 위한 '스포츠 워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천문학적인 자본을 앞세운 사우디를 외면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인접국인 카타르가 온갖 비난에도 2022 카타르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른 걸 지켜보면서 경쟁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엄청난 자금력을 갖춘 오일머니에 스포츠계의 지각변동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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