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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CEO] '말보다 발', 이재용 식 '퍼스트무버' 전략

등록 2023.06.10 10:00:00수정 2023.06.10 20: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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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업 최고경영자의 발걸음에는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습니다. '주간 CEO'는 과거의 활동, 현재의 고민, 미래의 먹거리 등 기업 CEO의 분주한 활동을 되짚고, 그 의미를 발견하는 코너입니다.


CEO가 만나는 사람과 그들의 동선을 점검해 기업의 현안이 무엇이고, 미래는 어떻게 바뀔지 독자 여러분께 전달하겠습니다.

[서울=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사와스시 페이스북 갈무리) 2023.06.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사와스시 페이스북 갈무리) 2023.06.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동효정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신경영을 선언한 지 30주년을 맞았지만 삼성은 별다른 기념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하기 전만 해도 삼성은 매년 신경영 선언 기념식을 열고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으로 임직원 사기를 높였다. 하지만 2017년 이 선대회장이 쓰러진 이후 관련 행사는 자취를 감췄다.

재계에서는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맞는 올해는 이재용 회장이 혹시 명맥을 잇는 경영 철학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점쳤지만 이 회장은 평소처럼 서울 서초사옥에 출근해 정상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말 대신 발로 뛰는 스타일이라는 평이 많다. 삼성 안팎에서도 이 회장의 '뉴삼성'이 바로 서려면 과거보다 미래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위기다.

단적으로 이 회장이 최근 22일간 최장기 미국 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가 구상하는 삼성의 미래가 보인다.

이 회장은 이 출장에서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바이오 업계 거물들과 연쇄 회동을 하면서 미래 청사진을 더 구체적으로 그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회장은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한다는 방침이어서 바이오 업계 거물들과의 만남은 주목된다.

모더나 공동설립자인 누바 아페얀, 크리스토퍼 비에바허(바이오젠), 케빈 알리(오가논) CEO를 만나 인맥을 다진 장면도 눈에 띈다. 삼성의 바이오 산업은 다양한 기업들과 장기 협업이 필요한 분야로 생산기술과 연구개발 역량은 물론 신뢰와 평판 구축도 필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의 한 일식집에서 '스시 회동'을 가진 것도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AI 반도체 관련 시너지 창출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업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2018년부터 유럽과 미국을 찾아 AI 글로벌 석학들과 교류하는 등 AI사업 육성을 위한 행보도 적극적으로 벌여왔다.  이 회장은 2019년 당시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 선포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 뿐 아니라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으로 고객사를 늘리며 업계 1위인 TSMC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다.

이 회장은 파운드리 1위를 달성을 위한 핵심 분야인 차량용 반도체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단적으로 실리콘밸리 소재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CEO를 포함한 테슬라 주요 경영진과 만나 첨단 차량용 반도체 등 첨단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만남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자율주행 반도체 기술 동맹이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 전기차에는 1000개 이상의 차량용 반도체가 탑재된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필요한 반도체(200~300개)의 최대 10배다.

이 회장은 본인이 먼저 움직이며 뉴삼성 구축을 위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2020년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 도전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난다. 위기를 딛고 미래를 활짝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차세대 기술 간담회에서는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한계라고 생각될 때 다시 한번 힘을 내 벽을 넘자"고 했다.

지난 30년 삼성의 성장 공식이던 '패스트 팔로어(추격자)'가 이재용 회장의 앞 선 행동을 업고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전환하고 있다. 이 회장이 30년 전 신경영 선언을 능가하는 퍼스트 무버로서 어떻게 말 대신 행동에 나설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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