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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문인데 한번만 도와주소" 감성자극 보이스피싱 주의

등록 2015.03.04 11:32:52수정 2016.12.28 14: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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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시스】류형근 기자 = "자네 ○○고등학교 졸업했지. 내가 3회 졸업생인데 사정이 많이 어렵네. 한번만 도와주소"

 지난 2013년 3월께 류모(38)씨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출신 고교 선배라는 말에 류씨는 "선배님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먼저하며 용건을 물었다.

 이내 선배는 "내가 시사주간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회사가 폐업 위기에 놓여 사정이 많이 어렵네"라며 구독을 부탁했다.

 선배는 또 "1년만 구독하고 중단해도 된다. 한번 도와주소"라며 주소를 물은 뒤 1년 구독료 15만원을 계좌로 입금해 줄 것을 요구했다.

 류씨는 "선배가 한번도 본적도 없는 후배에게 딱한 사정을 이야기 할 정도면 많이 어려운가 보다"고 생각해 구독신청을 했다.

 하지만 시사주간지는 2달정도 집으로 배달됐지만 더이상 오지 않았다. 류씨는 선배의 회사가 폐업한 것으로 여기고 사전 입금한 구독료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생활했다.

 류씨는 휴대전화 번호와 고교 졸업 기록 등을 선배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도 해보지 않았다.

 전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일 초·중·고교 동문인 것처럼 사칭해 15억여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총책 정모(47)씨와 지사장 이모(37)씨 등 2명, 개인정보 수집 담당 2명, 텔레마케터 32명 등 총 37명을 적발했다.

 이들의 수법은 '납치나 국가기관 사칭' 등 상대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기 보다는 감성을 자극해 돈을 챙겼다.

 정씨 등은 지난 2012년 1월 경기도 부평시와 인천 부평구 등 3곳에 사무실을 차린 뒤 개인정보 수집 담당을 할 관리직 직원 2명을 고용했다.

 이들은 곧바로 인터넷 동창회·동호회 카페 등에 가입해 동문인 것처럼 속여 개인정보를 빼냈다.

 동창회 카페 등은 가입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출신 학교 졸업년도 등만 확인되면 기존 회원들과도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진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런 방법으로 7000여개의 동창회·동호회 카페에서 22만개의 개인정보를 빼냈다.

 그리고 이들은 40~60대 연령대의 텔레마케터 30여명을 고용해 전화를 걸었다.

 텔레마케터들은 "아들이 주간지 기자로 취직을 했는데 구독실적이 있어야 정식기자로 채용된다. 다른 친구들도 봐 주고 있다. 한번만 도와달라"며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토대로 구독을 유도해 4년여동안 1만8000여명으로 부터 15억여원을 가로챘다.

 정씨 등 관리직들은 텔레마케터들에게 계약 성공시 6만5000원의 수당을 지급해 실적 경쟁을 유도했다.

 결국 이들의 수법은 들통나 정씨 등 3명은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시사주간지가 집으로 배달이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배달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사기를 당한 사람들은 동문 선후배의 사정이 어려운 것처럼 생각해 문제를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 사이트 등에 개인정보를 남기지 말아야 하며 동창생이나 지인들의 입금요구시 사실관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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