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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애국으로의 무모한 돌진…'인천상륙작전'

등록 2016.07.26 07:00:00수정 2016.12.28 17: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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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영화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을 '국뽕'(애국심+마약, 무조건적인 애국주의를 비하하는 용어) 영화, 혹은 '반공' 영화라고 비판하는 건 정확하지만 생산적인 일은 아니다.

 이 영화는 태생이 그러했다.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는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 세대가 겪은 참상을 통해 우리 젊은이들이 강한 안보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새삼스러울 건 없다. 기획 초기부터 확정된 제목이었던 '인천상륙작전' 자체가 이미 영화의 방향을 명확하게 결정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이제 관객은 웬만한 '뽕'에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뽕에 대한 한국 관객의 내성을 뚫어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이산가족 상봉 에피소드로 최루성 신파를 만들어내거나('국제시장'), "그렇다면 알려줘야지. 우리가 계속 싸우고 있다는 걸"이라는 대사를 멋지게 내뱉는 여성 독립투사가 나오든지('암살'), 12척의 배로 '왜구'와 싸우는 장수의 이야기라든지('명량'), 동생을 제대시키기 위해 무공훈장을 따오려는 형('태극기 휘날리며') 정도는 있어줘야 통한다는 말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애국주의 마케팅은 영화에 의한 설득은 배제한 채, 말 그대로 관객의 애국심에만 기댄다. 영화 속 애국 코드라는 게 통하려면 최소한의 감정 이입 시간이 필요하고 그 감정을 끌어올려주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과정 없이 곧바로 애국과 구국으로 돌진한다. '인천상륙작전'을 러닝타임 내내 심드렁하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런 편리함 때문이다. 영화로 애국심을 고취하겠다는 의도는 유치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노력 없이 '호국 영웅'에 몰입한 '인천상륙작전'의 연출 태도는 무성의하다 못해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인천상륙작전, 영화

 한국전쟁에 참전한 UN군 총사령관 맥아더(리엄 니슨)는 국군의 불리한 형세를 뒤집기 위해 이른바 크로마이트 작전(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한다. 5000대1의 확률이라는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인천 앞바다의 기뢰 매설 위치를 알아야 한다. 맥아더는 기뢰배치도를 빼내기 위해 해군첩보부대원들을 투입한다. 이 'X-RAY' 작전에 자원한 해군 대위 장학수(이정재)는 부대원들을 이끌고 북한 인천 사령부에 잠입해 기뢰배치도 확보에 뛰어든다.

 '인천상륙작전'의 이야기 얼개는 나쁘지 않다다. 우리는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알지만, 이 위험천만한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첩보작전을 수행한 이들의 이야기는 대개 알지 못한다. '인천상륙작전'에도 기회는 있었다. 익히 아는 역사적 사실 뒤에 감춰졌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흥미로움과 함께, 단순 '애국 영화'를 뛰어넘어 첩보영화로써 스릴과 서스펜스를 갖출 수 있다면, 흥행과 작품성 모두를 잡을 가능성도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작전명 발키리'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재한은 브라이언 싱어가 아니었다. '인천상륙작전'의 첩보전은 최소한의 개연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영화의 결론인 '애국'에 다다르기 위해 방향 없이 떠돈다.

 가령 인천상륙의 주요 첩보작전인 기뢰배치도 탈취가 겨우 경계병 몰래 담을 타고 핵심 간부의 방에 들어가 금고를 뒤지는 것이라는 건 해도 너무한 설정이다. 이 작품에서 묘사되는 장학수의 두 번째 작전 또한 어설픈 변장을 통한 잠입과 도주라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장학수가 일종의 람보로 변하는 마지막 전투 시퀀스는 굳이 언급할 이유도 없겠다. 또 진세연·추성훈이 연기한 인물들처럼 오직 구색을 맞추기 위한 캐릭터들이 등장할 때는 당황스러움마저 느껴진다.

인천상륙작전, 영화

 이러한 서사에 난 구멍을 채우기 위해 동원되는 건 건 배우들의 결의에 찬 표정과 과장된 대사들이다. 장학수를 연기한 이정재는 시종일관 굳은 의지를 담은 표정으로 "우리는 모두 살아서 돌아간다" 같은 대사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한다. 반대로 림계진을 연기한 이범수는 연기 내내 눈을 부릅 뜬 채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 같은 말로 반공 의식을 드높이려 한다. 이렇듯 '인천상륙작전'은 이야기가 아닌 이미지로 승부를 본다.

 나라사랑이라는 주제를 세련되게 풀어낸 가장 최근의 사례가 영화 '암살'이라면, '인천상륙작전'은 같은 주제를 가장 관습적으로 풀어낸 예로 거론될 만하다.

 영화는 클리셰가 아닌 부분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장학수와 림계진을 비롯해 맥아더까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숱한 영화에서 수도 없이 반복됐던 그 모습 그대로다. 창의적인 액션 장면은 물론 없거니와 관객의 눈물을 뽑아내야 할 장면에서조차도 이미 다른 전쟁영화 등에서 반복한 설정을 또 반복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한다. 몇몇 장면은 심지어 이재한 감독의 전작인 '포화 속으로'와도 겹친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

인천상륙작전, 영화

 실제로 정치·역사적 맥락에서 매우 입체적인 인물인 맥아더를,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저버리는 건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 같은 뜬금 없는 명언을 남발하는 구국의 영웅 정도로 단편 묘사한 부분도 아쉽다.

 이정재와 이범수는 최선을 다해 연기하지만, 이들이 이 영화에서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연기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건 할리우드 스타 리엄 니슨도 마찬가지로, 이들의 연기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연출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비판은 전방위적일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애국 코드' 마케팅, 그 자체에 대한 비판이 먼저 나올 것이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뽕'도 제대로 못 만드냐는 비아냥에 시달릴 것이며, 각각의 에피소드가 얼마나 성긴 연출로 연결됐는지에 대한 지적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좀비떼'가 우글거리는 곳으로의 상륙은 무모해 보여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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