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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U 對 미국, '애플 갈등' 확산…무역전쟁 조짐

등록 2016.08.31 13:30:00수정 2016.12.28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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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AP/뉴시스】유럽연합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반독점경쟁 분과위원장이 3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애플 세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 8. 31.

【브뤼셀=AP/뉴시스】유럽연합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반독점경쟁 분과위원장이 3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애플 세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 8. 31.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애플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EU가 30일 애플을 상대로 130억 유로(약 16조원)의 세금을 부과한 이후 당사자인 애플은 물론 미국 재무부와 의회가 일제히 EU를 비난하고 나섰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무역전쟁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EU집행위원회의 결정은 공정치 못한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이 보다 넓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EU집행위원회의 결정은 유럽에 대한 외국인 투자 기반을 침해하고, 유럽의 비즈니스 분위기와 미국-EU 간 경제 파트너십 정신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애플에 130억 유로의 세금 부과키로 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베스타거 집행위원은 3년간에 걸친 EU집행위원회의 조사 결과 "아일랜드 정부가 거대 기업 유치를 위해 애플에 세금 혜택을 후하게 부여했다. 애플의 실효 법인세율은 2003년 1%에서 2014년 0.0005%까지 떨어졌다"라고 지적했다.

 EU집행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애플은 유럽에서 올린 매출액 100만 유로 당 고작 50유로 정도의 세금을 물었을 뿐이다. 베스타거 집행위원은 "회원국은 특정 기업을 골라 세금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 이는 EU의 정부지원 법률 상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EU의 결정에 대해 미 재무부는 물론 미국 의회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라이언 하원의장은 30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정말 끔찍한 결정이다. 한 기업을 상대로 어마어마한 세금 고지서를 때렸다. 대서양 양쪽의 일자리 창출 기업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다.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무거운 세금은 일자리와 기회를 죽이게 될 것”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도 좀 더 많은 미국기업들이 미국에 돈을 투자하고,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오늘 (EU의) 결정은 이를 행동으로 옮기도록 하는 박차로 작용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찰스 슈머 상원의원(민주, 뉴욕)은 “EU집행위원회가 미국의 기업들을 상대로 ‘천박한 돈벌이(a cheap money grab)’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슈머 의원은 오는 11월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상원의장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어 “EU는 회원국들에게 미국 기업들에게 세금을 소급해서 부과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EU는 유럽 내 우리나라 기업들의 능력을 불공정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곳 미국에 투자돼야 할 세금 수입을 가로채고 있다. 국제 조세제도를 개혁해야 하는 또 다른 사례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기업의) 이러한 수익들은 국내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린 해치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은 EU집행위원회의 발표를 “미국 기업을 겨냥한 기이한 결정(an extraordinary decision)”이라고 비난했다.

 론 와이든 상원의원(민주, 오리건)은 EU가 자신의 통치영역 밖에까지 간섭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EU의 이번 결정은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우리의  조세조약 기반을 침해하고 있다. 미국기업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슈머 상원의원 등은 미국 재무부에 EU의 이번 결정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유럽기업들에 대한 이중 과세를 하는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28일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EU와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범 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가브리엘 장관은 이날 독일 공영방송인 ZDF TV에 출연해 “미국과의 협상은 사실상 실패했다. 우리 유럽인들은 미국의 요구에 굴복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U와 미국은 2013년부터 14차례의 자유무역협상을 벌여왔다. 양측은 올해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협상을 벌여왔지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서로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지난해 상품 및 서비스 교역량은 1조1000억 달러에 달했다. 양측은 서비스상품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 협상을 벌여왔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함께 TTIP 협상 타결을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도입과 문화콘텐츠 상품에 대한 서비스교역 제외 등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EU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협상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TTIP 체결로 인해 프랑스산 와인과 치즈, 육류 농가에 대한 타격을 우려하고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긴축에 지친 유럽의 유권자들은 미국과의 FTA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 역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모두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며 TTIP 타결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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