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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탄소중립 기본계획, 시민단체 신뢰회복이 먼저다

등록 2023.04.03 17: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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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정부안을 수정할 수 있는지 답변해 달라."

지난달 22일 열린 탄소중립 기본계획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게 기본계획을 마련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의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들은 의견을 수렴하면 반영할 것인가부터 묻고 있다.

이 같은 물음표는 여러 단체가 공유하고 있다. 환경단체와 노동단체는 산업계 탄소 감축 부담을 완화한 내용 등을 두고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탄녹위의 의견 수렴 절차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장외에서 탄녹위 해체를 주장하는 등 반발은 확산하고 있다.

탄녹위는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수용, 당초 계획을 수정해 추가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보이콧을 선언했던 이들은 여전히 현장에 없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보이콧 때 입장 그대로"라고 말했다.

탄녹위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 부담 완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썼고, 국제 감축 사업 등 전망이 밝다는 점을 근거들을 들어 설명하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계의 불신은 탄녹위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환경단체 등은 탄녹위가 기본수립을 위해 노동자, 여성, 농어민, 청년, 시민사회 단체 등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는 관련 법을 따르지 않았다고 본다. 경제 단체 및 기업대표, 전문가들 위주로 탄녹위가 구성됐고, 기본계획 확정이 임박한 상태에서야 공개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미 깨진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갑절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탄녹위가 그러한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3일 진행 중인 노동단체 대상 의견 수렴 절차와 관련해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토론회가 열린다는 것도 연락받지 못했다"고 했다. 또 다른 노동단체 관계자는 "안건을 몰라 무슨 내용인지 참석을 해보려 한다"고만 했다.

탄녹위 측은 모두가 볼 수 있는 누리집에 일정을 공지했다고 설명하지만, 적극적이지 않은 대처가 '요식 행위'라는 판단을 굳히는 쪽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지금 탄녹위가 내놓은 기본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모든 경제 주체, 모든 국민이 변해야 한다. 모두가 참여해야 계획이 성과가 있을 것이다."

탄녹위는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지난달 31일 과학기술계 토론회에서 한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이미 법이 정한 기본계획 수립 기한을 넘긴 만큼, 일정을 마냥 미룰 수 없는 입장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기후위기 당사자들 없는 기후위기 대책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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