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2조달러' 거물로 키운 비결[인물탐구 젠슨황②]
젠슨 황,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엔비디아 창업
TSMC 회장에 '첫 칩' 생산 요청 편지도 보내
AI 붐 호재 적극 활용…2개월 만에 시총 2조 달성
[서울=뉴시스]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공동 창업자인 커티스 프리엠, 크리스 말라초스키 등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24.06.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일 대만의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을 통해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그가 어떻게 엔비디아를 2조 달러 기업으로 키웠는지 그 비결이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AMD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를 담당하다가 30살이 되던 지난 1993년, 그의 친구들인 커티스 프리엠, 크리스 말라초스키 등과 함께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했다.
황 CEO는 당시 사무실도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실리콘밸리의 레스토랑 '데니스'에서 친구들과 오랜 시간 '그래픽 회사를 어떻게 설립할 지' 심도 깊게 논의했다.
그는 PC 기술의 발전으로 3D 그래픽을 처리하는 반도체가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레스토랑에서 엔비디아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데니스레스토랑에서 음식도 시키지 않고 몇 시간 동안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뒷 방으로 쫓겨난 것은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당시 황 CEO의 어머니는 그에게 다시 회사에 취업하라며 창업을 반대했다. 그는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장시간 엔비디아의 비전을 연구했다. 그는 "일자리를 찾아보는 게 어떻느냐"는 어머니의 조언을 아직도 기억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신생 기업이던 1995년, 당시 TSMC 회장인 모리스 창에게 '첫번째 GPU 칩을 만들어 달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창 회장이 이를 받아들였으며, 양사 간 반도체 협업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황 CEO는 최근까지도 "TSMC가 없었다면 엔비디아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고 있다.
황 CEO는 심각한 판매 부진으로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95년 처음 내놓은 제품은 PC용 멀티미디어 그래픽카드 'NV1'이었지만, 수천 개도 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 CEO의 노력으로 엔비디아는 일본의 게임 개발 회사 '세가'로부터 500만 달러(약 68억원)의 투자금을 받았고, 후속 칩인 'RIVA128'을 성공시켰다. 4개월 만에 약 100만 개가 팔렸다.
황 CEO는 그 전까지 RIVA128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엔비디아 내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항상 "우리 회사는 폐업까지 30일 남았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이후 그래픽 칩셋 '지포스'의 성공도 이어지며 엔비디아는 1999년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
엔비디아를 게이머들만 아는 회사에서 반도체·AI의 절대강자로 성장시킨 계기는 2022년 챗GPT 등 생성형 AI의 등장이었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GPU를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황 CEO는 AI 붐이라는 호재를 적극 활용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주력 사업을 AI 시장에 맞춰 '게이밍'에서 '데이터센터'로 전환시켰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80%에 달한다. 엔비디아의 AI GPU 시장 점유율도 90%를 넘는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6월 처음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불과 10개월 만인 지난 2월 2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3조 달러까지 곧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황 CEO는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며 엔비디아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황 CEO의 GPU에 대한 끈질긴 고집이 성공을 이뤄낸 것"이라며 "그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체 생태계를 더욱 강화해갈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데니스 레스토랑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데니스 SNS 캡처) 2024.06.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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