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준혁·박지현·정의근 "'브람스…'는 최초 서정 오페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13~16일 개최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 창작오페라 '브람스...' 브람스 역 베이스 박준혁(왼쪽부터), 클라라 역 소프라노 박지현, 슈만 역 테너 정의근이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05.11. [email protected]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이 작품의 주역인 브람스 역 베이스 박준혁(49), 클라라 역 소프라노 박지현(49), 슈만 역 테너 정의근(50) 을 만났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여러모로 '최초'의 시도를 선보인다. 먼저 기존의 오페라에서 흔치 않은 '서정적 측면'에 치중했다는 면에서, 새로운 장르의 오페라라는 의미로 이름 앞에 '서정'을 붙였다.
소프라노 박지현은 이번 작품이 보통의 오페라와 달리 '감정 연기'를 필요로 해, 이를 표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보통의 오페라에 비해 서정적 요소 강조한 것이 특징적
그만큼 그에게 이 작품은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었다.
박지현은 "브람스의 마음을 알지만 남편과의 의리는 지키고자 하는 (미묘한) 여자의 마음을 노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첫 아리아 '사랑의 노래'의 경우 선율은 너무 이쁜데, 그 안에 깊은 슬픔을 실어야 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과는 다른 상반된 내면 연기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브람스…'는 브람스의 음악가적 기질보다 '사랑꾼' 면모를 다룬다. 작품 속 브람스는 14살 연상의 클라라 슈만을 평생 마음에 품고 독신으로 생을 마감한다. 클라라는 남편 슈만의 죽음에도 시대적 상황상 정절을 지켜야 하기에, 마음과는 달리 끝내 브람스에게 곁을 내주지 못 한다.
박준혁은 작품 속 브람스에 대해 "신부 같은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사에 '신께서 주신 소명으로 클라라를 사랑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부분이 있다. 이는 보통의 사람들이 지니는 감정은 아니다. 브람스만 지닌 감정으로 클라라를 바라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브람스는 '정신적인 사랑'(을 지향한다)"고 부연했다.
서정성 표현 위해 '가곡의 오페라(곡)화' 처음 시도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국립오페라단의 서정오페라 '브람스...'에서 브람스 역 베이스 박준혁(왼쪽부터), 클라라 역 소프라노 박지현, 슈만 역 테너 정의근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1. [email protected]
브람스는 전 생애 동안 260여 곡의 리트를 썼는데, 오페라곡은 한 편도 쓰지 않았다. 클라라와 슈만 역시 마찬가지다. 그만큼 전예은은 리트와 합창곡을 '오페라화'하는 한편 극의 흐름을 위해 이중창을 만들었다.
오페라 사상 최초의 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출연진은 리트를 오페라곡으로 부르는 만큼 리트 가수들에게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크다고 했다.
정의근은 "리트 가곡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가곡과 오페라곡의 차이는 '시'와 '대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시를 대본화해 오페라 형식에 맞게금 가곡을 끌고 들어가는 형태로 방향을 잡았다"면서 "제가 알기로는 여지껏 없었던 시도다.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새로운 시작이자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 의미를 짚었다.
박준혁은 "리트는 '시'라 해석이 여러가지로 될 수 있다. 오페라곡은 스토리 안에 있어 해석이 딱 하나가 된다. 작곡가 전예은씨가 리트에서 발췌해 (새 곡을) 썼지만 상황에 맞게, 설득력 있게 음악에 연결했다"며, "리트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리트를 저렇게 과격하게 생각하지'라고 염려하실 수도 있다. 이 작품에서는 오페라의 아리아라고 생각하고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로운 시도와 전통 오페라의 정수 함께 보여줄 무대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국립오페라단의 서정오페라 '브람스...'에서 브람스 역 베이스 박준혁(왼쪽부터), 클라라 역 소프라노 박지현, 슈만 역 테너 정의근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1. [email protected]
박지현은 "제가 무대 위에서 젊은 날의 브람스를 연기하는 피아니스트 손정범과 피아노 연주를 한다. 어떤 소프라노도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친 적이 없을 거다. 무대 위에서 연기(노래)를 하면서 유명한 피아니스트,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야 한다. 저 하나로 밸런스가 깨질 수 있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의근은 외려 한승원이 시도한 일부 요소들은 전통 오페라의 계승이라고 주장했다. 정의근은 "원래 오페라에는 발레도 들어가고, 연극적 요소도 들어간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오페라를 본 적이 없다. (이 작품에는) 오페라 전성기 때의 모든 요소들이 다 들어가 있다. 코로나 시대 특성상 소규모로 진행하지만 얼마든지 대극장에서 선보여도 손색없을 만큼의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주인공 브람스를 바리톤과 베이스가 맡는다는 점도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작품이 주인공으로 테너와 소프라노를 내세우고, 베이스는 오페라에서 주역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브람스가 진중하면서도 묵묵히 클라라를 심적으로 지원하는 인물이라는 설정에 따른 캐스팅이라고 국립오페라단은 설명했다.
이 작품은 작품 속 과거에서 현재, 또 현재에서 과거로의 시간적 이동이 잦다. 제작진은 이러한 시간적 이동을 조명 등의 장치를 통해 표현한다. 박준혁은 무대 위에 현재와 과거과 함께 구현되기도 한다며,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어떤 신에서 무대 위에 클라라와 브람스가 함께 서 있고 그 가운데는 빛으로 선이 그어져 있다. 선을 넘으면 안 되는 게, 선 너머에 있는 클라라는 과거고, 브람스는 현재인 상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포스터(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2021.05.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소프라노 박지현은 한양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 최고 득점으로 수석 졸업, 발 새지 아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독일 쟈브뤼켄 국립극장 오페라 단원으로 활동했다.
테너 정의근은 서울대 음대 성악과 졸업 후 이탈리아 밀라노 주세페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 스위스 제네바, 프랑스 뚤루즈, 스페인 발바오, 몬테까를로 콩쿠르 등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 입상했다. 현재 상명대 음대 성악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편 11일 기준 이번 공연의 티켓은 거의 매진된 상태다. 대신 온라인을 통해 15일 오후 3시 공연 실황을 2만원에 볼 수 있다. 이날 공연은 국립오페라단 온라인 영상 서비스 '크노마이오페라'(www.knomyopera.org)를 통해 생중계된다. 국립오페라단이 이 서비스를 통해 전막 공연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 관객은 무대 위 오페라 가수들의 모습을 더 가까이에서 보는 등 현장성과는 또 다른 차원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을 보인다. 정의근은 "오페라를 쌍안경으로 쳐다보는 느낌일 것"이라며 "가수들의 노래(연기)를 더 깊이있게 볼 수 있어 집중이 더 잘될 수도 있다. 현장에서 전체적 흐름을 볼 수 있다면, 온라인에서는 일부 신을 확대해서 보는 색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