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혁명수비대, 韓유조선 나포"…이란 20% 우라늄 농축과 연관?(종합2보)
이란 매체 "기름 오염 이유…현재 남부 항구에 억류"
외교부 "상세 파악 중 …선원 20명 중 韓국민 5명"
국방부 "상황 접수 후 청하부대 출동…유관부서 대응"
英해군 "韓유조선, 이란 당국과 '상호 작용' 후 항로 변경"
[AP/뉴시스] 4일(현지시간) 한국 국적의 유조선 'MT-한국케미호'가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사진은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하고 AP통신이 배포한 것으로 'MT-한국케미호' 주변을 선박 여러 대가 쫓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20.01.04.
[서울=뉴시스] 박대로 양소리 기자 = 한국 국적의 유조선이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고 이란 매체들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이 순도 20%의 우라늄 농축 작업을 개시했다고 밝힌 후 벌어진 한국 선박 나포 소식에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등과 이날 사건의 연관성 등을 주목하고 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와 해군이 걸프 해역에서 '기름 오염'을 이유로 한국 국적 유조선인 'MT-한국케미호'를 제지했다고 전했다.
타스님통신은 'MT-한국케미호'가 이란 남부의 항구도시 반다르 아바스에 억류돼 있다며 탑승한 선원의 국적은 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이라고 보도했다. 해상보안 업체 드리아드 글로벌 역시 홈페이지에 MT-한국케미호가 억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선박 정보 사이트인 '마린 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한국 국적 유조선인 MT-한국케미호는 이란 영해에 위치해있다. '베슬파인더(Vesselfinder)'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이틀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적인 산업 도시인 주바일(Jubail)에서 출발했다. 선박의 소유주는 부산에 소재한 DM십핑(Shipping)이다.
선박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를 향해 이동하던 중이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영국의 해상보안·정보업체 암브레이(Ambrey)은 해당 선박이 이란 영해에서 나포됐으며, 추적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영국 해군정보기구(UKMTO)는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수역 내에서 영국 해군의 관할 하에 해당 선박과 이란 당국 간의 ‘상호작용’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후 해당 선박은 항로를 바꾸고 이란 해역 북쪽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상호작용'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AP/뉴시스] 4일(현지시간) 한국 국적의 유조선 'MT-한국케미호'가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사진은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하고 AP통신이 배포한 것으로 'MT-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 선박 여러 척에 둘러싸인 채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20.01.04.
한편 한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한국 유조선 1척이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선원 20명 가운데 우리 국민 5명이 승선한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와 주이란대사관은 선박 억류 관련 상세 상황 파악과 함께 선원 안전을 확인하고, 선박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MT-한국케미호' 나포와 관련해 중동에서 활동하는 전투함 파병부대인 청해부대를 출동시켰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란에 의한 우리 상선 억류 관련 상황 접수 직후 청해부대를 즉각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으로 출동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향후 외교부, 해수부 등 유관부서와 다국적군(연합해군사 등)과 긴밀히 협조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매체들은 이란의 한국 유조선 나포가 이란의 20% 우라늄 농축 재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포르도 농축 시설에서 농도 20%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2015년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체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르면 이란은 향후 15년 동안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대이란 제재를 재개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이란은 JCPOA 당사국인 유럽 국가에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의 눈치를 본 유럽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이란과의 우회 금융체제 '인스텍스'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자 이란은 2019년 7월 농축 순도를 4.5%로 상승시키고, 영국 유조선을 억류하는 등 앙갚음에 나섰다. 당시 영국은 이란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제재 등으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이 이란과 원화결제 거래를 중단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이란이 당시와 비슷한 보복에 나섰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인 3일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군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정예군) 사령관 등 7명이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1주기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보복성 공격에 대비해 인근 지역에 군사를 추가로 배치하는 등 양측의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2월31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위한 구실을 조작하고 있다며 이를 놓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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